ADVERTISEMENT

옥수수 값 넉달새 38% 급등 ‘콘플레이션’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우크라이나 사태의 ‘나비 효과’가 ‘콘(corn) 플레이션(옥수수+인플레이션)’으로 번지고 있다. 국제 옥수수 가격이 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각종 가공식품과 축산물·유제품·과자까지 가격 상승의 도미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밥상 물가에 또 빨간불이 켜졌다.

지지부진한 옥수수·밀 자급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지지부진한 옥수수·밀 자급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8일(현지시간) CNBC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가격은 부셸(27.2㎏) 당 8.11달러로 2012년 9월(8.49달러) 이후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초(부셸 당 5.89달러)와 비교해 4개월 만에 37.6% 급등했다.

고공행진 이어가는 옥수숫값...'콘플레이션' 오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고공행진 이어가는 옥수숫값...'콘플레이션' 오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관련기사

옥수숫값을 끌어올린 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이다. ‘유럽의 빵 공장’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0년 기준 전 세계 옥수수 수출액 4위(13.2%)를 차지한다. 하지만 전쟁의 여파로 항구가 파괴되며 수출 길이 막혔다. 우크라이나 옥수수는 흑해에 위치한 항구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국가 등으로 수출된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의) 항구가 닫히면서 생산되는 옥수수 중 소량만 냉전 시대에 건설한 철도를 통해 루마니아와 폴란드 등 인접국(의 항구)으로 옮겨져 수출 길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산지별 사료용밀·가공용 옥수수 수입량.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원산지별 사료용밀·가공용 옥수수 수입량.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우크라이나 사태가 기름을 부었을 뿐, 이미 옥수수 가격 상승을 자극한 요소는 여럿이었다.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화물 운송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며, 옥수수를 포함한 각종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게다가 미국 내 옥수수 생산량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옥수수 벨트(Corn Belt)’가 있는 미 중부 지방의 가뭄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콘플레이션’이 심화하며 식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격 상승의 도미노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당장 옥수수를 사용하는 각종 가공식품 가격이 뛸 전망이다. 게다가 옥수수를 사용하는 사룟값이 오르면 육류 가격이 뛰고 유제품과 과자류 가격도 뒤이어 오른다. 옥수수가 견인하는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특히 옥수수와 밀 등 곡물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밥상 물가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수입 옥수수의 67.6%(2019~21년 연평균 기준)는 사료용으로 쓰이는 만큼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물가 전반의 오름세를 부추길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옥수수 자급률은 3.6%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국내 가공식품 소비자물가는 3.4~6.8%, 외식 소비자물가는 0.6~1.2%, 배합사료 생산자물가는 5.3~10.6%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종진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옥수수의 비중(16.2%)은 적은 편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대부분 수입했던 식품 가공용 옥수수를 대체할 다른 나라를 찾기 쉽지 않아 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고려하면 올해 말까지 옥수수 가격 상승 영향이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