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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아들 차트엔 허리디스크, 병사용 진단서엔 척추협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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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이 과거 5년 간격으로 받은 병역판정검사 결과 신체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바뀐 사실을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국회가 병역판정 당시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영상 공개를 요구했으나 정 후보자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다. 정 후보자 측은 영상 제출 대신 국회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아들의 척추질환에 대한 검사와 진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 후보자 아들이 병역 관련 MRI와 CT 영상자료 공개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자료 제출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경북대 의대에 재학 중인 아들 정모(31)씨는 2010년 첫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2급) 판정을 받았으나 5년 후 재검을 거쳐 사회복무요원(4급 보충역) 소집 대상으로 바뀌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건물 로비에서 자신과 자녀 논란 등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건물 로비에서 자신과 자녀 논란 등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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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2015년 10월 29일 경북대병원 정형외과가 발급한 아들 정씨의 병사용 진단서를 공개했다. 이 진단서에 따르면 정씨는 ‘척추협착’(척추 신경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누르는 질환) 진단을 받았다. 증상 및 병에 대한 소견에는 ‘요추 5~6번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 후 외래경과관찰 중’이라고 기재돼 있다.

의사 출신인 신 의원은 아들 정씨의 진단서 내용 중 두 가지를 문제삼았다. 먼저 MRI 판독 소견과 과거 진료기록에는 추간판탈출증과 그에 따른 증상(다리 통증 등)이 일관되게 기재돼 있는데 병사용 진단서에만 전혀 다른 질환인 척추협착이란 진단명이 등장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요추(허리뼈)는 보통 5번까지 있고, 그 아래로는 천추(엉치뼈)가 이어지는데 아들 정씨의 진단서에는 요추 5~6번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는 점을 짚었다.

신 의원은 “병원 진료기록에는 추간판탈출증, 즉 허리디스크라고 기록돼 있지만 병사용 진단서는 척추협착으로 진단명이 둔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병사용 진단서에 기록된 요추 6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군 입대 여부를 판가름하는 병사용 진단서에 환부 위치를 잘못 기재한다는 것은 진단서에 대한 전문성, 객관성, 공신력을 떨어트리고 허위 진단서를 의심하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MRI 판독 소견만으로 판단하기에 신체검사 4급 판정에 대한 적절성의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면서 “MRI 영상 사진을 실제 확인해 판독이 제대로 됐는지, 이를 바탕으로 진단서가 올바로 작성됐는지, 병무청 4급 판정 과정에서 불법·편법은 없었는지 검증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형외과 전문의 A씨는 “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해 척추협착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두 질환은 완전히 다른 질환”이라고 말했다. 신경외과 전문의 B씨는 “20대가 척추협착이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면서도 “추간판탈출증 소견만 있는데 갑자기 척추협착이란 진단이 나온 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 측은 아들의 MRI, CT 영상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MRI, CT 등 영상 기록의 경우 지극히 개인적인 의료정보로 일반에 공개 시 영상정보가 계속 유포되면서 전문성에 근거하지 않은 각종 평가와 소문 등이 불특정 다수에게 회자되는 상황에 대해 후보자 아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 후보자의 아들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할 당시 ‘지역인재 특별전형’ 비중은 51%(모집인원 33명 중 17명)로 같은 해 제도를 도입한 동일 지역(대구) 영남대(26%, 모집인원 23명 중 6명)보다 2배가량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관련 법률이 정한 최소 비율(30%)이나 경북대 학칙에 명시된 비율(30%)보다 크게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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