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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폭행 택시기사 "영상 지워달라 했지만, 증거인멸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게 폭행을 당한 택시 기사가 법정에 나와 "이 전 차관이 영상을 지워달라고 한 것을 증거인멸 교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2부(조승우 방윤섭 김현순 부장판사)는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으로 기소된 이 전 차관의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 전 차관 측은 운전자 폭행 혐의는 인정하지만, 피해 기사가 폭행 영상을 지우게 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피해 기사가 당시 부탁을 거절한 뒤 자발적으로 영상을 지운 것이고, 둘의 카카오톡 대화방 속 영상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피해 기사 A씨는 이날 법정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2020년 11월 6일 밤 사건이 있었던 뒤, 다음 날 아침 이 전 차관에게 먼저 전화가 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 전 차관에게 휴대전화로 찍은 블랙박스 영상을 카카오톡으로 보냈고, 영상을 확인한 이 전 차관이 사과하겠다고 해 만나 합의했다고 했다.

이 전 차관은 이후 "영상을 지워 달라", "운전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진술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지만 이를 모두 거절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다만 A씨는 "영상을 지울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는 않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로 첫 경찰 조사 당시 A씨는 "영상이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경찰관이 합의 내용을 확인하겠다며 이 전 차관과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확인할 경우, 영상을 들킬 것을 우려해 '나에게서만 삭제' 기능을 이용해 지웠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A씨는 "같은 영상이 휴대폰 갤러리에 남아 있고, 구글 포토 앱에도 남아 있는데 증거 인멸이라니 이해가 안 간다"라고도 했다. 이는 이 전 차관 측 주장과 비슷한 취지다. 다만 A씨는 "이 전 차관의 부탁이 영상을 지운 데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검찰은 A씨가 이 전 차관과의 대화방에서 영상을 지웠더라도, 그 즉시 발신자 서버에서 영상이 지워지는 점을 들어 이 전 차관의 증거인멸 교사가 성립한다고 본다. 또 당시 "운전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폭행이 이뤄진 것처럼 해달라"고 허위 진술을 부탁한 것으로 보아, 결국 영상을 삭제하는 대가로 합의금이 오간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전 차관에게 운전자 폭행죄가 아닌 단순 폭행죄를 적용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로 경찰관 B씨도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당시 B씨에게 영상을 보여줬더니 "못 본 것으로 하겠다, 잘못하면 내가 옷 벗는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B씨 측은 A씨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도 받았으니 영상을 안 본 것으로 해달라'고 경찰관에게 먼저 얘기한 것은 아니냐"고 반박했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경찰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고 한 것 아니냐"고도 물었다. A씨는 "그럴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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