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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정호영 때리려 조국 소환..."'조국은 부정' 메시지 줄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이 돌고돌아 닿은 곳은 다시 ‘조국의 강’이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사활을 걸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검증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검증 때와 같은 잣대를 요구하면서 민주당이 자초한 결과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후보가 ‘조국 사태’ 대응을 거듭 사과하고, 당 차원에서 친조국 인사들의 활동을 억제하려 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지난 5일 출판사 메디치미디어의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저서 '가불 선진국' 북토크를 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조국 전 법무장관이 지난 5일 출판사 메디치미디어의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저서 '가불 선진국' 북토크를 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민주당, 연일 조국 소환…尹 공정 기치 겨냥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한 라디오에서 정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5년 동안 공정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조 전 장관과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에 비판적이던 박용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조국 사태 때 한마디씩 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에도 다들 한마디씩 하라”고 썼다. 청와대 출신의 민주당 의원은 “조 전 장관은 가족들의 신상이 탈탈 털리는 고통을 감내했다”며 “우리도 같은 수위의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연일 조 전 장관을 소환하는 건 정 후보자 자녀들의 ‘아빠 찬스’ 논란이 조 전 장관 자녀들의 입시 관련 의혹과 닮은 면이 있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의 딸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이던 2016년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했고, 아들은 정 후보자가 원장이던 2017년에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국민의힘은 ‘조국 사태’로 인한 2030 지지층 대거 이탈을 맛봤던 민주당이 환기시키는 ‘조국 닮은꼴’ 프레임을 경계하고 있다. ‘조국 닮은 정호영’을 안고 가면 조 전 장관을 맹렬히 비판하며 얻은 윤석열 당선인의 공정과 상식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법무장관이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이미 당내에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김용태 최고위원)며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공개 목소리도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우려가 계속되자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조국 문제하고 비슷한 게 있으면 얘기해보라. 조작했나, 위조했나”라며 “프레임 만들지 말고 검증을 하라”고 적극 방어에 나섰다.

검수완박 추진에도 조국 소환…같은 날 한목소리도

‘검수완박’은 용어나 지향 자체가 2019년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기점으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확산됐다. 조 전 장관은 최근 페이스북에 “헌법은 수사나 공소제기의 주체, 방법, 절차 등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쓰인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인용하며 “수사 기소 분리가 위헌이라고 강변하는 검찰ㆍ법률가ㆍ기자들은 이 헌재 결정을 외면한다”는 등의 비판 글을 올리고 있다.

강경 지지층의 처리 압박이 거세지면서 민주당 지도부와 조 전 장관의 메시지는 다시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지난 14일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황태자라고도 불리는 한 검사장을 넣어서 공안통치를 분명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조 전 장관은 “한동훈은 윤 정부의 ‘왕(王) 장관’이자 ‘황태자’”라는 메시지를 SNS에 띄웠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법무장관이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조국 거리 두기' 끝낸 민주당?…“지방선거서 도움 안 될 듯”

민주당이 다시 조국의 강에 뛰어드는 현상 뒤에는 “검수완박을 이번에 처리하지 못하면 고정 지지층이 붕괴돼 지방선거가 더 어려워진다”(친문 재선 의원)는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밖의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방선거에 유리한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 후보자를 공격하기 위해 꺼내는 조국 닮은꼴 프레임은 ‘조국은 부정하다’는 메시지를 전제하는 것”이라며 “조국을 환기하는 게 국민의힘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대선 연장전 성격인 6월 지방선거는 과거보다 높은 투표율과 박빙의 중도층 싸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애써 건너던 조국의 강에 다시 뛰어드는 건 대선 패배의 상처를 깊게만 만드는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출마지원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출마지원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그게 효과 있는 전략이었으면 지난 대선 때도 조국·추미애를 앞세워 싸웠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 애썼던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이라곤 대선에 졌다는 사실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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