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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가격 또 오르나…강판 가격 인상 ‘초읽기’

중앙일보

입력

자동차용으로 쓰이는 열연 강판. [사진 현대제철]

자동차용으로 쓰이는 열연 강판. [사진 현대제철]

지난해 대당 평균 4000만원대를 넘어선 국내 자동차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최근 자동차의 주요 소재인 철강 가격 역시 급등하고 있어서다.

19일 철강·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사와 자동차 업체가 진행 중인 상반기 자동차 강판 공급가격 협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현재로썬 상반기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t당 15만원 인상하는 선에서 양측이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차량용 강판 가격은 가장 철판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차·기아와 가격 협상이 끝나면, 이 정도 수준에서 회사 규모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현재 차량용 강판 가격은 t당 115만~125만원인데, 현대차·기아가 t당 130만∼145만원 안팎에 강판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포스코 측은 각각 “협상 과정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며 “가격은 확인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같은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1조500억원가량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두 회사가 한 해에 사용하는 차량용 강판은 약 700만t이다. 증권가가 연초 예상한 현대차·기아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13조6000억원 중 7.7%가 증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수급난에 이어 차량용 강판 가격이 오르면 차량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자동차 대당 평균 판매가격이 4420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4000만원을 돌파했다”며 “차량용 강판 가격 인상분의 일부를 차량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철강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은 연초 이후 각각 21.5%와 47.4% 올랐다. [그래픽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철강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은 연초 이후 각각 21.5%와 47.4% 올랐다. [그래픽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조선용 후판 가격은 줄다리기 ‘팽팽’

한편 조선용 후판 가격을 두고 철강업계는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업체와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매년 4월 초까지는 후판 가격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후판 가격은 조선사의 수익성과 직결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 인상은 업계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라며 “최근 조선업계가 대규모 수주를 기록 중인데 후판 가격이 급등하면서 흑자 전환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박용으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후판. [중앙포토]

선박용으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후판. [중앙포토]

지난 2020년 말 t당 60만원 정도였던 후판 가격은 현재 110만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이는 지난해 조선업계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조선 빅3는 각각 1조3000억~1조70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공급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철강 1t을 생산하려면 철광석 1.6t과 원료탄 0.7t 등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철광석 가격은 t당 152.06달러(약 18만7800원)로 연초 대비 2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료탄 가격도 185달러(약 22만8500원)로 47.4% 올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시장이 장기간 불황일 때 업계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후판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며 “주주들의 입장을 고려해서라도 이제는 가격 현실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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