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물 경매 논란…처음 입 연 간송미술관장 "NFT서 희망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심사정(1707~1769)의 ‘삼일포’. 벌레 먹어 생긴 하얀 점이 눈이 내리는 모습처럼 보인다.[사진 간송미술관}

심사정(1707~1769)의 ‘삼일포’. 벌레 먹어 생긴 하얀 점이 눈이 내리는 모습처럼 보인다.[사진 간송미술관}

이정(1554~1626)의 문월도 [사진 간송미술관]

이정(1554~1626)의 문월도 [사진 간송미술관]

요즘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모처럼 관람객으로 붐비고 있다. 보화각에서 ‘보화수보(寶華修補)―간송의 보물 다시 만나다(6월 5일까지, 예약필수)’전을 보러온 사람들이다. 이번 전시는 간송미술관에서 열리는 7년 만의 전시이자 보화각 보수 정비 전 마지막 전시. 비록 1층에서만 열리는 작은 규모이지만 김홍도의 '낭원투도(閬苑偸桃)', 장승업의 '송하녹선( 松下鹿仙)', 조선중기 화원화가 한시각의 '포대화상(布袋和商)' 등 지정문화재에 버금가는 명품 32점이 나란히 나왔다. 최근 2년 동안 문화재청의 ‘문화재 다량소장처 보존관리 지원사업’을 통해 보존 처리를 마친 150점 중 먼저 엄선한 작품들이다.

16일부터 '보화수보'전 #지정문화재급 32점 선봬 #"간송의 미래, 젊은 세대 주축 #팬 커뮤니티 구축에 달렸다" #

개막에 앞서 15일 열린 간담회에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례적이었다. 2020년 간송이 ‘보물’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은데 이어 지난 1월 간송의 보물 2점이 또 경매에 나와 논란이 일었을 때 언론에 침묵으로 일관한 그였기 때문이다. 이날 전 관장은 "(경매 일은) 팔을 끊어내는 듯한 심정으로 했던 일이었다"며 "앞으로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그간의 궁금증이 다 해소되지 않았다. 간송의 재정난은 왜 생긴 것일까. 그리고 경매가 최선이었을까. 앞으로 더 문제는 없을까···. 이날 본지가 전 관장에게 추가 질문을 던졌다.

15일 간송미술관 보화각 건물 앞에 선 전인건 간송미술관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20220415

15일 간송미술관 보화각 건물 앞에 선 전인건 간송미술관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20220415

15일 간송미술관 보화각에서 전시 작품에 대해 설명 중인 전인건 관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5일 간송미술관 보화각에서 전시 작품에 대해 설명 중인 전인건 관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번 전시에서 간송미술관은 보화각 2층 공간을 비워놓고 개방한다. 보수,복원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보화각의 옛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뜻에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번 전시에서 간송미술관은 보화각 2층 공간을 비워놓고 개방한다. 보수,복원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보화각의 옛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뜻에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간송미술관의 재정이 왜 그리 어려워졌었나. 
"갑자기 나빠진 게 아니다. 재정은 늘 부족했다. 간송미술관이 호암미술관이나 호림미술관처럼 모기업이 있거나 수익형 재산이 있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설마 없겠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별로 없다. 간송(전형필·1906~1962, 관장의 할아버지)이 돌아가신 후 아버지(전성우·1934~2018)가 65년에 미국에서 귀국하셔서 한국민족미술연구소 만드시고 71년부터 이제 간송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보화각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도 부동산을 하나둘 처분하시며 운영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가 대출 규제가 매우 심해진 때라 이후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 
소장품이 두 차례나 경매에 나왔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오해다. 경매가 두 번에 걸쳐 이뤄졌지만 사실은 이전에 한 번에 4점을 내놓았다. 제가 '곶감 빼먹듯이 소장품을 내놓는다'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그건 정말이지 팩트를 모르는 얘기다.
재정난 해결에 '경매'라는 방식밖에 없었을까.
"다른 방법을 알아보지 않은 게 아니다. 정말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보려고 뛰어봤다. 끝내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간송의 소장품이라는 점을 부담스러워한 분들도 있었고, 저희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도 많았다. 당시로선 경매가 비교적 투명하게 접근하는 방법이었다." 
지정문화재는 상속세가 없는데 왜 어렵냐는 비판도 있었다.  
"가장 속상하고 안타까웠던 지적이다. 지정문화재에 상속세가 없는 것은 맞다. 그런데 간송소장품이 모두 지정 문화재는 아니다. 소장품이 약 1만 8000점(연구 자료까지는 약 2만점) 인데 그중 지정 문화재는 50여 종에 불과하다. 2013년 재단이 만들어진 후 재단 재산 증가분(소장품)에 대해서도 취득세를 내야 했다. 그게 세율이 높지는 않아도 다 합치면 적지 않았다."
1월 경매에서 유찰된 '금동삼존불감'을 블록체인 커뮤니티 '헤리티지 다오(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가 구매해 지분 51%를 간송에 기부했다. '기묘한 거래'라는 말도 있었다.
"그게 저희 입장에선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이번 기회에 저도 다오라는 것에 대해 깊이 알게 됐다. 다오는 계약으로 만들어진 조직이고 이게 굉장히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가 있더라. 수익 목적의 투자 기금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목적을 위해 기금의 형태처럼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번이 바로 그런 경우다. "
100% 기증은 아니다.  
"그래도 간송이 우세 지분이라 앞으로 이 소장품을 전시하는 등 활용하는데 이전하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것으로 이자가 높았던 부채를 덜어내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아직도 부채가 있나. 
"아직은 2금융권 쪽에서 이자를 내며 갚아가고 있지만 지난 1월 경매에 나갔던 소장품은 다시 품으로 돌아왔다. 너무 다행이다."
앞서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개당 1억원에 100개 한정 NFT(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로 발행했다. 그래도 국보인데···. 
"저는 반대로 묻고 싶다. 훈민정음이 NFT로 나왔다는 게 안타까운 일일까. 대체 불가능한 그것을 누가 소유한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다. 온라인상에 복제본이 만들어지고 그것의 100분의 1을 누군가가 소유한다는 게 나쁜 일일까. 어쨌든 그매한 사람들은 여기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고, 그것에 대해 알리려고 노력을 하지 않겠나. 저는 오히려 앞으로 이 NFT의 활용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본다."

전 관장은 "일종의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개념으로 시도했고, 구매한 대다수가 20~30대다. 이 NFT는 절반 정도 판매됐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NFT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인가. 
"앞으로 간송은 간송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공동체(팬 커뮤니티)의 유입으로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NFT가 그걸 만들기에는 굉장히 좋은 도구고 생각한다. "
지난 1월 착공한 대구 간송미술관 건립에 국비와 지방비 400억원이 투입됐다. 비지정문화재 197점에 대한 보존처리·훼손예방에도 국비·지방세 12억원을 지원받았고. 
"그 400억은 우리가 받은 게 아니라 대구시가 받은 거다. 대구시는 미술관을 지어서 저희한테 운영 영역을 주는 거다. 소유권은 저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저희에겐 간송의 콘텐트가 더 폭넓게 활용이 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거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에 번듯한 수장고도 갖췄고, 지어진지 80년이 넘은 보화각도 보수·복원 공사에 들어간다. 이제 간송의 미래는 간송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팬 커뮤니티에 달렸다. 우리 전통문화를 아끼고 사랑하고, 공감하고, 연대하는 커뮤니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 커뮤니티 어떻게 구축하나. 
"NFT나 다오 등 블록체인 기술이 실질적으로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을 좀 갖고 있었는데 오히려 저는 여기서 희망을 보았다.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려면 젊은 세대의 문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다오는 국경과 상관없이 사람과 아이디어와 돈과 자원과 재능이 넘나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간송이 가진 콘텐트와 독보적인 스토리를 자산으로 간송미술관을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처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