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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유승민, 당심 김은혜…'尹-洪 경선 시즌2' 돼가는 경기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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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경기지사 경선 후보인 유승민(왼쪽) 전 의원과 김은혜 의원. 중앙포토

국민의힘 경기지사 경선 후보인 유승민(왼쪽) 전 의원과 김은혜 의원. 중앙포토

경기지사 선거는 6·1 지방선거의 최대 화두다. 여야 모두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승부처로 꼽고 있고, 당내 경쟁이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서 각각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상임고문이 경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쳐 ‘윤심(尹心)’, ‘이심(李心)’ 논란이 벌어지고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특히 국민의힘에선 묘한 양상까지 더해지고 있다. 김은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국민의힘 경선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홍준표 후보의 대결 양상과 판박이처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① 엇갈린 민심과 당심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를 물은 최근 여론조사는 대체로 흐름이 같다. 전체 유권자를 놓고 보면 유승민 전 의원이 앞서지만 국민의힘 지지층만 떼어서 보면 김은혜 의원이 앞서고 있다. JTBC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17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는 유승민 전 의원 36.1%, 김은혜 의원 32.5%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만 보면 유 전 의원 30.8%, 김 의원 58.6%였다.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5~16일 진행한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전체는 유 전 의원과 김 의원이 각각 36.6%와 32.1%였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각각 31.4%와 59.2%였다. 민심과 당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지난 대선 국민의힘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가 유권자 전체 조사에선 윤석열 후보를 앞섰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윤 후보가 홍 후보를 크게 따돌렸던 모습과 비슷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심·당심 엇갈리는 국민의힘 경기지사 적합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민심·당심 엇갈리는 국민의힘 경기지사 적합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민심에 비해 당심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유승민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저에게 서운한 점, 못마땅하신 점, 상처받으신 점이 있다는 것 잘 알고 있다”며 “이제는 마음을 푸시고 유승민의 손을 잡아달라. 마지막으로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② 일방적 조직 쏠림

경기도 국민의힘 조직이 김은혜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쏠렸다는 점에서도 지난 대선 상황과 비슷하다. 김 의원 선거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학용(경기 안성·4선) 의원에 따르면 경기도 59명 당협위원장 중 50명이 김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8명의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도 7명이 김 의원 지지 성향이다. 김 의원은 19일에도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대선 캠프에서 청년본부 부본부장으로 활동했던 한정민씨를 선대위 청년본부장으로 영입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전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공식 합당 선언을 한 이후 첫 ‘원팀’의 사례라는 게 김 의원 측 설명이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을 지지하는 경기도 현역 의원은 선대위원장을 맡은 유의동(경기 평택을·3선) 의원이 유일하다.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50%와 당원 선거인단 투표 50%를 반영해 광역단체장 후보를 뽑는다. 그런 만큼 조직표를 많이 가져갈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김 의원 측에선 “여론조사에서 설사 조금 밀리더라도 당원 투표에서 크게 앞설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 전 의원 측에선 “대선 때는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가 돼야 본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조직표가 윤 당선인에게 쏠렸던 것”이라며 “당협위원장이 찍으라고 해서 당원들이 무조건 김 의원에게 표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에게 10%포인트 넘게 이겼지만 당원이 참여하는 선거인단 투표에선 윤 후보에게 20%포인트 넘게 크게 지면서 본선행이 좌절됐다.

경기지사 후보 선호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경기지사 후보 선호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③ 뚜렷해지는 ‘친윤 vs 비윤’ 구도

경선 막판이 되면서 친윤이냐, 비윤이냐의 구도도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윤 당선인의 대변인을 하다가 중도 사퇴한 뒤 출마한 김은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선거 전문가 다수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그림자 수행 역할을 하던 A씨 또한 김은혜 의원 캠프에서 역할하고 있다. 이러한 조력자들로 인해 당내에선 “윤심은 김은혜 의원 쪽에 기울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김 의원 본인은 지난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심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심을 잡기 위해서 이번 선거에 임했다”며 “제가 누군가에 의해서 등이 떠밀려지거나 누군가가 밀어붙여서 나올 만큼 분별력이 없거나 무리수를 두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외려 윤 당선인과의 소통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뒤 취재진과 만나 “3월말 출마 선언 뒤 전화를 했고, 당선인이 ‘선배님, 응원합니다’라고 말했다”며 “당선인이 제일 바라는 게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기는 것 아니겠느냐. 그게 제가 ‘윤심은 민심’이라고 믿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강윤 KSOI 소장은 “국민의힘 경기지사 경선은 대선 경선과 판박이”라며 “윤심 얘기가 나오고 (당선인 대변인을 거치며) 최근 김 의원의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대선 때 윤석열 당선인에게 투표한 계층의 52.6%가 김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중도층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승부를 쉽게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정진석)는 20∼21일 경기지사 경선을 진행한 뒤 22일 최종 후보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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