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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수출기업은 원가 전쟁 중, 관세 인하·공급망 관리 나서달라”

중앙일보

입력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 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 한국무역협회]

“우크라이나 사태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대한석유협회·한국석유화학협회)

“올해 후판 가격 인상분을 공사손실 충당금에 반영하면 회계상 영업손실이 4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조선해양플랜트협회)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기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원가 부담이 커지며 채산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가 공급망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주요 에너지 수입 시 관세 부담을 낮춰주는 등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를 열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조선·자동차·기계·철강 등 국내 16개 업종별 단체가 참석했다.

수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석유화학업계는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이 전면 중단되며 현재 나프타 가격이 연초 대비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올해 나프타 할당 관세액은 지난해 대비 70% 오른 3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는 “이달 들어 후판 가격이 t당 14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며 “국내 조선소의 수익이 크게 악화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추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제유가 추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와 중국의 봉쇄 조치 역시 공급망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차량 경량화 소재인 마그네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공급선 다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업계는 “네온 등 반도체 공정용 희귀가스의 30~5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올해 1~2월 네온 수입가격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156% 상승했다”며 “단기 물량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중국산 가격도 크게 상승하고 있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경우 러시아로부터 45~120t급 굴착기를 수주해 부품과 자재를 선구매했지만 현재 수출길이 막혀 손실 보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深圳) 등 봉쇄 지역에 진출한 공작기계 업체들은 부품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내륙 운송이 지체되면서 판매량도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업계는 기업의 채산성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는 만큼 범정부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석유협회와 석유화학협회는 기본관세가 3%인 원유·벙커C유나 나프타 등 에너지 수입에 대해 무관세 또는 0%의 임시 할당관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은 이미 무관세 조치를 시행 중이며 미국도 0.1~0.2%의 낮은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차원에서 공급망 관리에 나서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은 “지금 국내 수출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원을 다투는 원가 절감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와 충분한 재고 비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모든 가능성을 열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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