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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김선욱이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별세

중앙일보

입력

17일 타계한 루마니아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중앙포토]

17일 타계한 루마니아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중앙포토]

 자연스러움과 완벽함. 두 경지에 다다랐다 평가받았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가 타계했다. 77세. 미국 공영방송 NPR 등 다수의 매체에 따르면 루푸는 스위스의 자택에서 17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루푸의 매니저는 “진행되던 다수의 병에 의해 사망했다”고 전했다.

루마니아 태생의 루푸는 20대이던 1960년대부터 여러 대형 콩쿠르를 통해 등장했다. 1966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1969년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70년부터는 데카 레이블에서 브람스ㆍ슈베르트ㆍ베토벤의 작품을 녹음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재능을 과시하는 대신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주자였다. 그는 무대 위의 연주와 녹음 말고는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다. 언론과 인터뷰한 기록도 없으며 자신의 연주를 라디오로 방송하는 일도 금지했다. 연주 횟수도 제한해 무대에 자주 서지 않았다. 한 매체는 그를 두고 “무대에 억지로 끌려 나온 듯한 모습으로 연주한다”고 했다. 2012년 11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공연했을 때도 호텔 방에 전자 키보드 설치를 부탁하고는 한 번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를 추종하는 음악가가 많았다. 특히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로 루푸를 꼽았다. 조성진은 2013년 음악잡지 ‘객석’과 인터뷰에서 “하늘에서 신이 치고 있는 듯했다. 정말 어려운 경지인 ‘단순하면서 특별함’에 도달해 있었다”고 말했다. 김선욱 또한 루푸를 두고 “피아니스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췄다”고 했다. 영국의 음악 잡지 그라모폰의 비평가 롭 코완은 “그는 한 마디로 피아노의 카를로스 클라이버”라며 “음악적 상상력과 디테일에서 완벽하며 음악의 흐름을 변함없이 이끌고 간다”고 했다.

녹음 중에는 슈베르트의 소나타와 즉흥곡,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함께한 프랑크ㆍ드뷔시 소나타 등이 명반으로 꼽힌다. 2012년에 내한해 독주회에서 슈베르트를, 협연에서 베토벤을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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