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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뜨는 엔터주, 그 중 우등생 JYP 사업보고서 뜯어보기

중앙일보

입력 2022.04.19 07:00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공연에서 '잭팟'을 터트린 건 아무리 의미를 부여해도 아깝지 않습니다. 총 6만5000석 규모 얼리전트 스타디움이 빈틈없이 꽉 찼죠. 지난 8일과 9일, 15일과 16일 진행한 4회 공연 티켓 20만석은 예매를 시작한 지 1시간도 안 돼 전석 매진.

제가 BTS 북미 공연 소식에 흥분하는 건, 절대 팬이어서가 아닙니다. (안 궁금하시겠지만, 저는 가곡 취향이라 BTS 노래는 하나도 몰라요. 아미엔 죄송) 미국 공연의 흥행이 K-POP 산업 전체에 갖는 의미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죠.

JYP의 대표 걸그룹 트와이스. 유튜브 캡쳐

JYP의 대표 걸그룹 트와이스. 유튜브 캡쳐

의미를 짧게 3가지로 정리하면 '①공연시장 암흑기는 끝났다 ②코로나 기간에도 팬덤의 힘은 더 강해졌다 ③미국도 K-POP 놀이터가 됐다'는 것을 확인한 겁니다. 이게 엔터테인먼트 기업 실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포인트인지 JYP엔터테인먼트 사업보고서를 분석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제 다시 공연을 볼 수 있다니! 셔터스톡

이제 다시 공연을 볼 수 있다니! 셔터스톡

JYP는 코로나 기간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사업보고서의 'II.4 매출 및 수주상황'을 보면 이 회사는 주로 음반과 음원, 콘서트, 광고, 스타들의 출연료, 기타 사업 등으로 돈을 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K-POP 기업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연도에 따른 각 사업 분야별 매출액을 그려본 건데요. 코로나를 겪던 2020년~2021년 눈에 띄는 특징이 있죠. 당연히 공연을 못 했으니 콘서트 매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야말로 암흑기. 그러니 성황을 이룬 북미 공연은 K-POP 기업 전체에 단비 같은 소식.

JYP엔터테인먼트의 사업별 매출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JYP엔터테인먼트의 사업별 매출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목할 건 콘서트 매출은 크게 줄었지만, 음반·음원 수익은 가파르게 늘었단 점입니다. 광고나 출연료 등 나머지 부문도 선방하는 모습. 이말인즉슨, 콘서트장엔 가지 못했지만, 음반·음원을 사 모으고 유튜브를 찾은 팬덤이 코로나 기간에도 굳건했다는 의미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려 공연이 정상 가동하면, 훨씬 더 단단해진 체력에 콘서트 매출 회복까지 기대할 수 있겠죠. 여기에 공연장에 입고 갈 옷과 굿즈들 판매 매출은 덤. 그동안 풀지 못한 한을 콘서트와 굿즈로 '보복 소비'할 수도.

사업보고서에는 매출을 내수와 수출 부문으로 나눠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걸 보면, 내수 부문 못지않게 수출 부문도 크게 성장했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내수·수출 매출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JYP엔터테인먼트의 내수·수출 매출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K-POP은 국내 시장에서 시작해 일본·중국·동남아 등 아시아권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 왔는데, 북미 쪽 비중도 커지는 모습이죠.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음반 판매량 중 미국 수출 비중은 2017년 2%에서 지난해 11%로 올랐습니다.

상대적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강한 미국 시장 비중이 는다는 건 이익률 측면에서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BTS의 해외 투어가 본격화한 2017년부터 K-POP 산업 전체적으로 북미 공연이 증가하고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북미 투어가 본격화하는 구간으로 진입한다는 관측입니다.

JYP 소속 트와이스의 5월 LA 공연 포스터. 연합뉴스

JYP 소속 트와이스의 5월 LA 공연 포스터. 연합뉴스

자, 콘서트에 출연에, 음반에, 초상권에…. 결국 엔터기업 매출의 근원은 연예인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철강회사에 쇳물을 녹이는 고로가 있듯, 엔터기업엔 연예인이 고로인 셈.

실제로 연예인의 전속계약금은 무형자산으로 잡혀 계약 기간에 따라 감가상각을 합니다. 가령 계약 기간 5년간 맺은 전속계약금이 50억원이라면, 계약을 체결한 해에 한 번에 비용으로 털지 않고 5년 동안 매년 10억원으로 나눠 감가상각비로 반영하게 되죠.

JYP 연결 재무제표 주석 중 무형자산에 대한 설명. JYP 사업보고서

JYP 연결 재무제표 주석 중 무형자산에 대한 설명. JYP 사업보고서

그래서 미디어가 BTS의 해외 투어를 취재하는 것은 수출 기업의 해외 공장을 취재하러 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무슨 해외에 놀러 가는 것처럼 보는 시선이 그래서 못마땅합니다만)

BTS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그럼 BTS 멤버들이 군대에 가면 어떻게 될까요? 멤버 모두가 한날한시에 입대해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정하면, 일단 공연이나 출연 관련 매출에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BTS에게도 입영의 날이 다가온다. 하이브

BTS에게도 입영의 날이 다가온다. 하이브

만약 전속계약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친다면 기업 입장에선 감가상각비만 나가고, 매출액은 얻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죠. (예상 컨데는 실제로 입대 일자가 다가오면 아마도 이런 감가상각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별도로 전속계약서를 다시 쓸 것으로 봅니다)

다만 BTS 멤버의 입대로 이들로부터 수익을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기계장치가 고장 난 것처럼 손실처리(손상차손)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연예인도 마약·성폭력 문제로 활동을 중단하게 되면 쓸모 없어진 기계처럼 손실처리 하는데요, 입대는 연예인이란 자산 자체가 손상되는 사건으로 보긴 어렵죠. (오히려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기대 수익이 더 커질 수도)

자, 그럼 다시 JYP로 돌아가 보지요. 이 회사는 SM·하이브·YG 등을 포함해 엔터 4사 중에서도 가장 주가 전망이 좋은 회사로 꼽힙니다.

잔뜩 기대할 만한 해외 공연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죠. 걸그룹 트와이스는 올해 2월 미국 5개 도시에서 7번의 공연을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이달 중순에는 도쿄돔에서 3차례 공연을 합니다. 다음 달엔 미국에서의 앵콜 공연도.

미국·일본 등 총 10개 도시 15회 규모 월드투어에 나서는 JYP 스트레이키즈. 연합뉴스

미국·일본 등 총 10개 도시 15회 규모 월드투어에 나서는 JYP 스트레이키즈. 연합뉴스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도 4~7월 서울과 미국, 일본에서 15차례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스트레이키즈의 미니 6집 앨범이 이달 첫째 주 빌보드의 주요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 1위에 오를 정도로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도 기대를 거는 이유. 보통 아이돌 그룹의 수익 창출력은 데뷔 4~5년 차부터 극대화 하는데, 스트레이키즈는 올해가 데뷔 5년 차이죠.

여기에 새로운 기대주들도 대기 중입니다. 올해 2월 데뷔한 걸그룹 엔믹스와 일본에서 활동을 준비하는 아이돌그룹 니쥬의 순조로운 시장 안착을 예상하죠.

증권가에선 이런 자산들에 힘입어 JYP는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한 해 전보다 50% 이상 늘 것으로 전망합니다.

JYP의 신인 걸그룹 엔믹스. 연합뉴스

JYP의 신인 걸그룹 엔믹스. 연합뉴스

그럼 엔터주는 지금 사도 될까요? 이게 가장 큰 고민일 겁니다. '위드 코로나'로 갈수록 공연이 활발해진다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고, 이런 변수는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을 거라는 건 쉽게 짐직할 수 있죠.

엔터주는 코로나 확산 기간에도 꾸준히 주가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엔터주는 아직도 사야 할 타이밍인가?" 이런 질문은 이미 작년 9월부터 앤츠랩 게시판에도 올라오는 구독자님들의 고민이었습니다.

엔터주, 너무 올랐나? 셔터스톡

엔터주, 너무 올랐나? 셔터스톡

일단 증권가 분위기는 계속 Go~ 입니다. 올해부터 공연 매출이 늘어나는 것 이상의 질적 변화를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팬덤의 활동성과 결속력이 강해지면서 팬 1명당 소비금액이 지금보다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아직은 개척하지 못했던 지식재산권 사업 영역도 확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덕심' 깊은 팬덤의 활동과 메타버스·암호화폐 생태계가 결합하기에도 좋습니다. 팬아트나 팬소설, 짤과 같은 팬들의 2·3차 창작물을 암호화폐로 보상해주고, 팬들이 이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엔터 기업들이 만들면, 팬덤의 충성도는 더욱 강해질 전망. 이른바 덕질로 돈도 벌 수 있는 '덕업일치'의 시대가 열리는 겁니다.


엔터기업들도 이를 준비 중입니다. 기회와 숙제가 뒤범벅된 날들이 다가올 텐데, 이게 다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일들이니 기쁘게 맞이할 수 있겠죠.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많이 올랐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해
※이 기사는 4월 1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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