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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맞췄죠? 의심 드는데…증인이 검사·변호사 만나도 되나요 [그법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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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은 증인 A씨.재판을 앞두고 피고인, 변호인들과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래도 되는 거야?' 궁금하신가요. 서울중앙지법의 웬만한 '뜨거운' 사건이라면, 이런 공방을 한 번씩 거쳤습니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중앙일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중앙일보

[그법알 사건번호 22] 변호사·검사의 증인 사전 접촉은 위법 아닌가요?

#대장동 5인방 개발 특혜 의혹 재판 (2022년 4월 8일)

검찰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에 피고인의 변호인과 접촉한 사실이 있습니까?"  

증인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도시개발사업의 전반적인 업무 흐름이나 수익 구조를 이야기해줬습니다. 저한테 신문사항 주고 '야 이렇게 대답해' 그렇게 한 적 없습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재판 (2022년 4월 4일)  

▶검찰
(증인이 재판 전 송철호 울산시장을 만났다고 하자) "기존 진술이 180도 바뀌었는데 진술을 바꾼 경위가 어떻게 됩니까. 송철호 시장이나 변호인 언질 받은 게 있습니까."

▶증인 (지방선거 캠프 선대본부장 김모씨)  
"그런 건 아니고…"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 (2021년 7월 8일)  

▶변호인
"검사님은 사건 중요성 고려해 검찰도 증인 안 만날 테니 변호인도 만나지 마라, 그것이 공평한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검사와 변호인은 형사 법정에 이르기까지 과정이나 위치가 전혀 다릅니다. … 증인에 대한 사전 면담이 금지된다면 각종 증거의 의미를 확인할 기회조차 봉쇄 당하게 됩니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김경록 기자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김경록 기자

관련 법령은?

형사소송법은 검사나 변호인이 증인을 사전에 만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불과 20년 전만 해도, 변호인이 증인을 먼저 만나면 도리어 증인에게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해 사전 면담을 잘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사정이 다릅니다. 변호인들은 사전 면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왜일까요?

먼저 헌법은 피고인의 방어권,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죠. 증인이 수사 단계에서 진술한 취지가 뭔지, 조서만 읽어서는 잘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입니다. 증인과 면담해 내용을 생생하게 파악한 채로 재판을 준비해야 탄탄한 법정 공방이 오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실체적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거죠. 피고인에게 조금의 억울함도 남지 않아야 하고요.

관련해서 법정에 자주 등장하는 판례가 있습니다. 1998년, 검찰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증인을 재판 도중 270번 소환한 적이 있었거든요. 2001년 헌법재판소는 검찰이 피고인 측 변호인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증인 빼돌리기'라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대법원 역시 "검사이든 피고인이든 공평하게 증인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했지요.

검찰·변호인 간 공방은 왜?

이번에는 검찰 입장도 들어보겠습니다. 변호인과 증인이 만나는 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법정에서는 불꽃을 튀기며 "왜 만났느냐"고 지적하는 걸까요.

한 검찰 관계자는 "방어권 보장 범위를 넘어서, 변호인과 증인이 진술을 맞추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이야기합니다. 반대신문 과정을 지켜보면, 증인의 답변이 교묘히 변호인의 질문 속 특정 단어와 연결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나온다는 거죠. 검찰 조사 때 진술과 사전 면담 후 증언이 바뀌는 경우도 자주 일어난다고 합니다.

결국 증인이 피고인과 말을 맞춰 거짓 증언을 하고 있는지, 증언이 믿을 만한지 판단하는 건 재판부 몫입니다. 만남 자체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말을 맞추거나 거짓 증언을 유도했다면 증인의 신빙성 자체가 흔들리게 되죠. 검찰이 증인에게 사전 면담 사실을 공개적으로 캐묻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그리고 거짓 증언이라는 것을 물증으로 뒷받침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하겠죠.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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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물증 중요해져"

그렇다고 변호인과 증인 사이 만남만 화두가 된 건 아닙니다. 최근에는 검사와 증인 사이 사전 면담을 지적하는 대법원 판례도 나왔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사업가 최모씨의 진술이 검사와의 사전 면담 전후로 달라졌고, 대법원은 당시 회유나 협박이 없었던 사실을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다른 사건 법정에서도 비슷한 공방이 이어져 왔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감찰 무마 의혹 재판 (2020년 6월 19일)  

▶검찰
"검찰이 유리한 진술을 얻어내기 위해 증인을 회유할 수 있느냐? 그건 절대 불가능합니다.…이 사건처럼 예민한 사건은 더욱 유념하고 있습니다."

▶재판장
"신빙성의 문제라는 게 항상 있기 때문에. 유념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검찰과 증인 사이 사전 면담 역시 법적으로 금지된 절차는 아닙니다. 검찰의 사건사무규칙에는 증인을 미리 만나 신문을 준비할 수 있다고 돼 있거든요. 법무부와 대검은 지난 1월 검사의 사전 면담 내용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절차 관련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전면담 상황, 시점, 절차, 내용을 다 남겨두겠다는 겁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서의 사전 면담은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게 여러 역사를 거쳐 제도가 마련됐지만, 변호인과 증인 간 면담은 사적 영역인 데다가 변론권과 연결이 되는 부분이라 서로 말을 맞추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도 "수사를 통한 물증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법알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이야기로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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