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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부차트 가든' 꿈꾼다…서울대공원 13개 '꽃의 숲'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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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대공원이 공원 곳곳에 테마가든을 조성하는 '꽃의 숲 프로젝트'를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사진은 '꽃의 언덕' 모습. [사진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이 공원 곳곳에 테마가든을 조성하는 '꽃의 숲 프로젝트'를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사진은 '꽃의 언덕' 모습. [사진 서울대공원]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종합안내소 앞. 높이 5m·길이 22m·폭 16m짜리 ‘솜사탕 코끼리’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코끼리 머리 모양의 철재 틀에 하늘·보라·노란색 등 파스텔 색조 유리 여러 장을 끼워 알록달록한 모습이다.

솜사탕 코끼리 작품은 지난 8일 조성된 ‘히어로 가든’(1450㎡)의 일부다. 서울대공원의 얼굴격 정원이다. 초화류 40여종을 심어 계절 변화를 만끽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고 한다. 4~5월 꽃잎 가장자리가 연한 푸른빛을 띤 네모필라와 꽃잎이 가는 솔정향·물망초 등이 핀다. 6~9월엔 흰색과 보라색의 수레국화로 물든다. 이날 히어로 가든을 찾은 시민들은 꽃밭 앞에 서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서울대공원이 가수 임영웅 팬클럽의 기부 등으로 조성한 '히어로 가든'. 연합뉴스

서울대공원이 가수 임영웅 팬클럽의 기부 등으로 조성한 '히어로 가든'. 연합뉴스

공동체 정원으로 조성된 '히어로 가든' 

히어로 가든은 유명인(셀럽)을 활용한 공동체 정원이기도 하다. 인기 트로트 가수 임영웅씨 팬클럽이 기부금을 보탰고, 신세계건설 레저부문 조경사업팀이 시공을 지원했다. 문화공연기획사 스프링콘서트도 기획부문을 맡았다. 어린시절 대공원의 추억을 표현한 시민스토리 선정자 김가연 씨의 시(詩)「솜사탕」과 보라리 작가의 협업도 더해졌다. 공기업-시민-기업이 함께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영웅 씨 팬’이라는 김정희(68·경기 평택시)씨는 “손주가 코끼리 솜사탕(조형물)을 좋아한다”며 “환하게 핀 꽃을 보니 코로나19 스트레스가 다 사라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17일 과천 서울대공원 앞이 나들이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과천 서울대공원 앞이 나들이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加 '부차트 가든' 벤치마킹  

서울대공원이 외연을 바꿀 ‘꽃의 숲 프로젝트’를 올해 본격 추진한다. 전철역 출구와 식물원 앞, 동물원 곰사 인근 등 대공원 곳곳에 히어로 가든 등 13개의 특색 있는 정원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앞으로 2년 뒤엔 정원을 300개까지 늘릴 계획인 프로젝트는 캐나다의 ‘부차트 가든’(Butchart Gardens)을 벤치마킹했다. 부차트 가든 부지는 과거 시멘트 사업을 위한 석회암 채굴장이 장미 정원, 지중해 정원 등 5개 주제의 드넓은 정원으로 바뀌었다. 캐나다의 생태계 보고로도 평가받는다.

서울대공원은 청계산과 과천저수지 등 천연자원을 배경으로 둬 정원조성에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 공원 총 면적은 667만㎡(임야 246만㎡ 제외)로 부차트 가든의 3분의 1가량 된다.

그동안 서울대공원 조경은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수풀 중심이었다. 벚꽃과 장미를 빼면 어딜 둘러봐도 ‘녹색’인 공간이었다. 이에 공원 측은 튤립과 수선화·라일락 등 여러해살이 꽃과 꽃나무 150여 종을 심어 계절마다 다른 ‘색’과 ‘모양’의 꽃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달의 주인공은 오는 23일쯤 만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분홍 겹벚꽃이다. 겹벚꽃 산책길을 걷다 보면 ‘동물원 꽃길가든’ 등 꽃의 숲 프로젝트 정원을 만날 수 있다. 단, 예비부부의 웨딩사진 촬영을 위한 ‘웨딩가든’은 이달 말 준공한다. ‘꽃의 언덕’ 등 일부 정원은 아직 개화 시기를 맞지 않았다.

계절에 따라 아직 개화가 이뤄지지 않은 정원도 있다. 김민욱 기자

계절에 따라 아직 개화가 이뤄지지 않은 정원도 있다. 김민욱 기자

공동체 정원 플랫폼 구현한다 

공원 측은 꽃의 숲 프로젝트를 시민과 기업의 참여로 보다 다양하게 구현해 간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식물 가꾸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착안한 ‘공동체 정원 플랫폼’ 방식이다. 서울대공원은 시민의 기부 식물로 팝업(임시) 가든을 꾸미는 한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공모 정원도 조성된다.

공원 측은 또 ESG 경영(지속가능경영)이 최근 기업의 화두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OO기업 정원’이 서울대공원에 여럿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꽃의 숲 프로젝트가 활성화되면 정원 전문가 양성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진다.

이이동 서울대공원 관리부장은 “서울대공원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 부차트 가든 같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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