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용하의 이코노믹스

2070년 3361만명, 세계 최고령 국가될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최악의 인구 시나리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2021년 합계 출산율이 0.81명으로 또 신기록을 경신했다. 1960년에는 6.16명이었으나, 1984년 2.0명 이하인 1.74명으로, 1995년에는 1.5명, 2005년 1.09명으로 떨어진 뒤 잠시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 1.16명을 기점으로 6년째 거침없이 하락했다. 출생아 수 감소에 더해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있어 6·25 전쟁통에도 감소하지 않았던 인구가 2020년(518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출산율 하락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한때 국가적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집단적 무감각 상태로 접어들고 있지 않나 우려스럽다. 물론 인구는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출산율의 지속적 하락이 가져올 한국의 미래에 대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분석 없이 불안감만 가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계청 발표 인구 전망 자료를 기초로 인구수 변동에 따른 미래 한국의 변화 가능성을 짚어봐야 한다.

2020년 정점으로 줄어드는 인구
초저출산·고령화 겹치며 악화일로
지속적 감소에 국민들은 무감각
과학적·실증적 국가전략 세워야

급증하는 노인 인구 부양비

김용하의 이코노믹스

김용하의 이코노믹스

우리나라 인구문제의 심각성은 초저출산과 베이비붐 세대 고령화가 중첩된다는 점에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근로 연령층일 때에는 풍부한 노동력 공급으로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으나, 노년 인구로 전환함에 따라 인구 부양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노년 인구 부양비는 2020년 21.8명에서 2036년 50명을 넘고, 2070년 100.6명으로 2020년 대비 4.6배가 될 전망이다. 총부양비는 2020년 38.7명에서 2056년에 100명을 넘어서고 2070년에는 117명으로 증가한다. 저출산과는 별도로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 인구가 노년기에 머무는 2020년 이후 2060년까지의 인구 부양 부담 극복이 과제라 할 수 있다.

한국과 유사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는 과거 개발연대에 ‘아시아의 4마리의 용’으로 불리던 대만·홍콩·싱가포르다. 일본 역시 세계 최고령 국가로 저출산도 심각하지만, 합계 출산율이 1.34명(2020년)이어서 우리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중국은 장기간의 산아 억제정책 영향으로 저출산(2021년 1.16명)과 고령화(2021년 14.2%) 위기가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에서 저출산이 심각한 것은 유교 문화에 기초한 가부장 중심 사회가 급격히 해체되는 과정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인구가 조밀한 산업화 국가라는 점이 동일하다. 부존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생존경쟁이 치열해 일상의 삶이 팍팍한 현실이 저출산 분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아지면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풍조가 확산하면서 결혼과 출산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평균수명

통계청 전망에 의하면 2070년의 총인구는 3766만 명, 노인 인구 비율은 46.4%다. 노인 인구 비율은 2050년대 초 현재 1위인 일본을 넘어서 세계 최고령국가가 될 전망이다. 인구노령화는 평균수명의 연장과 출산율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평균수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접근해 있고, 낮은 출산율이 결정적이다. 인구모델에 의해 추정한 결과(김용하, 2022년)에 따르면, 2023년부터 합계 출산율이 2.0명 수준으로 회복되면 2070년 인구는 5340만 명으로 늘어나고 노인 인구 비율은 32.7%까지 낮아질 수 있고, 2085년경 27% 수준으로 수렴돼 안정된다.

50년 후 한국 인구구조 변화 전망.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50년 후 한국 인구구조 변화 전망.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통계청은 출산율이 2046년까지 1.21명 수준으로 점차 회복돼 안정된다는 가정하에서 인구 추계를 하고 있지만, 통계청 가정 2022년 출산율(0.77명)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총인구 3361만명, 노인 인구비율은 52.0%까지 높아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통계청 가정 출산율 목표치를 1.5명으로 높이면, 총인구 3989만 명, 노인 인구 비율은 43.8% 선으로, 1.8명으로 높이면 총인구 4272만 명, 노인 인구비율 40.9%로 낮아지고, 장기적으로 30% 선으로 안정화가 가능하다.

2030년대 중반 노동력 부족 심각

합계 출산율이 높아진다 해도 향후 50년간 인구 감소와 인구 부양 부담이 획기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합계 출산율이 향후 1.8명까지만 회복될 수 있다면, 인구 4000만 명, 노인 인구 비율 30% 수준이 유지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런 희망적 기대가 현실이 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저출산에 따른 장기적 노동력 공급에 대한 걱정이 해소되지 않는다. 더구나 단기적으로는 청년실업 문제 등 좋은 일자리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하고, 57.7%(2021년 기준)에 불과한 여성고용률,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원하지 않는 은퇴를 강요받고 있는 중·고령층 문제가 심각하다. 따라서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공급이 급속히 감소하는 2030년대 중반까지는 청년·여성·중고령층 등을 중심으로 노동공급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이후 대비책을 지금부터 세워야 한다.

1960년대 들어 본격화된 산아제한을 위한 가족계획 사업이 2005년이 돼서야 국가 차원의 저출산 대응으로 전환됐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는 등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6년 이후 2020년까지 225조원, 2021년 한 해만 46조원의 저출산 예산이 투입됐으나 출산율은 반등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저출산 문제를 대응보다 적응으로 인구정책의 무게 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나, 이것이 저출생의 방조처럼 인식된 것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북한도 고려하는 장기전략 짜야

10만㎢ 정도에 불과한 국토 면적, 변변치 않은 부존자원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5000만 명 인구가 너무 과중한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국적 관점에서 절대적 인구 규모 자체의 유지에 집착하기보다 주어진 지정학적 환경 아래에서 한반도에 사는 사람의 후생이 극대화될 수 있는 안정적 적정 인구 규모를 도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이때 대립 구도에 있는 북한의 존재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저출산 문제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구 고령화는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출산·고령화 대응에 있어서 북한 변수는 광의의 외국인 노동력 활용이라는 범주에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더욱이 무리하게 높은 출산율을 유지한다고 해도 충분한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아 청년실업률이 만연해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프랑스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73.5%(2021년 4분기)의 높은 여성고용률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극복에 성공한 스웨덴 배경에는 출산·육아·교육 등의 비용에 대한 과감한 국가책임 강화와 함께 강한 국제 경쟁력을 배경으로 한 경제활력 유지가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부터 늘려가야

출산율을 회복하려면, 비출산보다 출산을 선호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출산에 따른 비용은 줄이고 출산에 따른 편익은 늘리는 것이다. 출산·육아·교육 관련 과중한 비용의 부담 주체를 개인과 가계에서 사회와 국가로 빠르게 전환돼야 한다.

특히 여성의 적극적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제도적 요소와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가정에서도 육아 및 교육 부담을 남성과 여성이 공동 책임지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 가족 단위가 개인 단위에 비해서 세금 및 사회보험료 부담과 복지급여 수급 등에서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근로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할 것인지 늘어날 것인지도 관건이다. 무엇보다 높은 청년실업이 선 해소돼야 하고,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 증가도 어떤 방식이든 완화돼야 한다.

인구구조가 전환되면서 인구 확대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경제사회 구조를 인구감소기에 적합하도록 개편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주택 공급, 학교 등 인프라, 교원 수를 비롯한 공무원 수, 병력 규모 등이 모두 조정돼야 하지만, 관성의 법칙에 지배받아 오히려 확장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문제다. 또 인구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국민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도 인구 중립적인 제도로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기득권으로 설명되는 경제적 지대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가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 과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