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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글로벌 아이

만삭 배, 그 노출의 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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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스타 또는 소위 ‘셀럽’의 임신 소식이 전해지면 대중은 바로 그들의 ‘임신룩’에 관심을 보인다. 지금 이러한 관심의 한복판에 바베이도스 출신 팝가수 리한나(Rihanna)가 있다. 그녀는 지난 1월 동갑내기 남자친구인 래퍼 에이셉 라키(ASAP Rocky)와 함께 눈이 살짝 내린 뉴욕 거리를 걷는 사진으로 임신 사실을 처음 알렸다. 그날 선보인 ‘임신룩’은 전 세계 팬들, 특히 여성들을 열광시켰다.

사진 속의 리한나는 청바지에 긴 핫핑크색 파카를 입고 있는데, 볼록한 배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그대로 노출했다. 평소 화려하고 거침없는 스타일을 임신으로 풍성해진 몸에 그대로 재해석한 것이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이 34살 예비 엄마는 파리패션위크, 슈퍼볼, 오스카 시상식 애프터 파티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점점 불러오는 배를 연이어 뽐내고 있다. 세계적 패션잡지 보그의 다음 달 커버도 리한나의 몫이다.

미국 보그 5월호에 실린 리한나. 데미 무어의 1991년 파격 만삭 사진을 찍었던 애니 레보비츠가 이번에도 촬영을 맡았다. [사진 리한나 인스타그램]

미국 보그 5월호에 실린 리한나. 데미 무어의 1991년 파격 만삭 사진을 찍었던 애니 레보비츠가 이번에도 촬영을 맡았다. [사진 리한나 인스타그램]

뉴욕타임스(NYT) 선임 패션평론가 바네사 프리드만은 ‘리한나 임신복 스타일의 정치학’이라는 지난 7일자 기사에서 “관습을 완전히 거스르는 지극히 정치적인 주장”이라고 평했다. 각종 매체에서도 리한나의 파격이 여성과 임신에 대한 불편함과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한나 또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스타일은 “반항적”이라며 “나는 임부 청바지, 드레스 등 사회가 하라는 대로 입을 생각이 추호도 없다”며 “내 몸이 지금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데 그걸 창피해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1991년 할리우드 여배우 데미 무어가 만삭의 몸으로 귀걸이와 반지 외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베니티 페어 잡지 커버를 장식했던 상황과는 상당히 다른 의미다. 그 이후에도 브리트니 스피어스·세레나 윌리엄스·비욘세 등 여러 스타의 임신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대중이 인식하는 리한나의 스타일과는 구분된다. 그녀는 임신 중에도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한 자기표현에 집중했고, 그 결과는 파격적인 미학으로 드러났다.

리한나는 포브스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가수이며 그래미상을 9개나 수상한 성공적인 사업가이다. 그녀의 혁명적인 스타일은 평범한 임산부가 따라 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거침없는 선택에 많은 여성이 박수를 보내는 데는 이유가 분명하다. 이전에 어찌 살았던 임신을 하면 정숙한 엄마의 모습으로 여성스러워져야 한다는 무언의 관습에 반기를 드는 태도다. 임신을 경험하며 신체적·심리적으로 지극히 위축된 여성들에게는 큰 대리만족과 자긍심을 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