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새 정부 국정 비전 제시 부족했던 인수위 한 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원회 공식 출범 한달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원회 공식 출범 한달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용산 이전’만 기억나고 인사 검증도 구멍

부동산 정책 전환 등 국정 청사진 마련해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한 달을 맞은 어제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역대 어느 인수위보다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지방자치단체장 관사 폐지 제안, ‘만 나이’ 도입,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등을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인수위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안 위원장의 자찬과는 사뭇 다르다. 새 정부 국정 5년의 밑그림을 짜는 인수위는 현안과 장기 과제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국정 운영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인수위는 새 정부의 국정 비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약체 인수위라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인수위의 존재감이 없다 보니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이슈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내각 인선을 놓고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 측이 갈등을 빚으면서 인수위 활동이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도 보였다. 안 위원장 측 이태규 의원이 사퇴했고, 안 위원장이 집무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가까스로 갈등이 봉합되긴 했지만 최근 ‘검수완박’ 입법이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인수위 활동 자체가 관심 밖으로 묻힐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장관 후보자 부실 검증도 도마에 올랐다. 자녀의 의과대학 편입학과 병역 특혜 의혹을 받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인수위 내부에서 ‘졸속 검증’이었다는 고백이 들린다. 그런데도 검증에 책임 있는 인사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언행을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검증 때 다소 문제가 있음을 알았지만 자녀의 평판 조회를 거쳐 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정 후보자가) 조작을 했나, 위조를 했나”고 목청을 높였다. 이런 안이하거나 오만한 인식은 ‘내로남불’로 비칠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소야대 구도가 인수위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긴 하다. 인수위가 정부 조직 개편을 미루고 입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추진 가능한 과제부터 챙기겠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다뤄야 할 현안은 즐비하다. 고물가와 금리 인상 등 경제 대응과 부동산 정책 전환, 적절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방안 마련, 노동개혁과 연금개혁, 대입 정시 비율 확대 등 윤 당선인의 공약이 어떻게 될 것인지 국민은 궁금해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 국무총리와 장관 인사청문회가 이어지고,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둘러싼 대치가 심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이 표방한 ‘일 잘하는 정부’가 되려면 인수위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안 위원장은 다음 달 초 대국민 보고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국정과제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겠다는 목표로 인수위가 장관 후보자들과 조율해 국정 비전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