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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권 교체기 안보 공백 우려스럽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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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16일 동해로 시험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탄도미사일은 고도 25㎞에 마하 4 이하의 속도로 110㎞를 비행해 동해에 떨어졌다. [연합]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16일 동해로 시험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탄도미사일은 고도 25㎞에 마하 4 이하의 속도로 110㎞를 비행해 동해에 떨어졌다. [연합]

북, 전술핵탄두 장착 가능 미사일 발사

한반도 긴장 고조에도 군 뒤늦게 공개

신구 권력이 공존하는 정권 교체기에 안보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주말인 16일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두 발을 발사했지만 군 당국은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 다음 날 북한이 발표하자 그제야 합동참모본부가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분석이 늦었다는 석연찮은 이유였다.

안보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 안보실의 대응도 늦었다. 청와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하루가 지나 국가안보실 1차장이 안보부처 차관급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 동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안보실이 대책회의를 하려면 북한 미사일 발사를 파악하자마자 곧바로 했어야지 한참 뒤에 ‘긴급회의’라니 이해할 수 없다.

북한 발표를 보면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앞으로 우리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고도 25㎞에 마하 4의 속도로 110㎞를 비행해 동해에 떨어진 이 탄도미사일을 두고 북한은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의의를 가진다”고 했다. 북한의 발표를 모두 인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해 대한민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라는 의미다. 북한이 유사시 이 미사일로 우리 군에 심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북한은 올 초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13여 차례나 무력시위를 했다. 북한이 미사일 타격 대상을 한국과 일본, 미국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북한은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원 중이고, 조만간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미 정보당국의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4월 25일)에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할 전망이다. 마침 18일 시작한 한·미 연합훈련과 맞물려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니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대북 정세를 의논하기 위해 18일 방한했다. 북한의 도발 수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까지 나서고 있는데 정작 우리 안보부서는 남의 일처럼 대하고 있다.

안보 불감증 사례는 이게 다가 아니다. 국회 국방위 신원식(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북한이 ICBM을 시험발사한 지난 3월 24일 러시아 정찰기가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동해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사전 경고 없이 무단 침입했고, 우리 공군 전투기가 공중 대응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공개하지 않고 은폐했다. 그 전날(23일) 중국 군용기가 동해 KADIZ로 무단 진입한 사실 역시 군 당국은 숨겼다.

지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국제적으로 어수선한 시국이다. 미국의 신경도 온통 우크라이나에 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기습 도발하면 미국이 한국을 도울 겨를이 없을 수 있다. 청와대와 군 당국은 물론, 새 정부의 인수위도 안보 공백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경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