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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ETF 경쟁…자산운용사들 해외 시장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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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1세기 최고의 금융 신상품.’ 1993년에 미국 시장에 첫선을 보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일컫는 말이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인덱스 펀드로,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다. ETF가 영토를 거세게 확장하고 있다.

국내 ETF시장 규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 ETF시장 규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TF 리서치 전문회사인 ETFGI에 따르면 전 세계 ETF 규모는 지난 3월 22일 기준 10조800억 달러(약 1경2393조원)를 돌파했다. 2026년이면 20조 달러(약 2경4000조원)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2002년 첫 ETF 출시 이후 20주년을 맞은 국내 시장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국내 ETF 시장 규모는 지난 13일 기준 74조원으로 2017년 35조원에서 5년 만에 몸집을 두 배로 불렸다.

ETF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내 운용사들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1위인 삼성자산운용(점유율 42.2%, 순자산 31조5000억원)을 미래에셋운용(36.4%, 27조1000억원)이 바짝 추격한다. 전선은 해외로 확대되고 있다. 해외 운용사 지분 투자와 인수 등에 나서며 경쟁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해외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건 삼성자산운용이다. 지난 1일 미국의 자산운용사 앰플리파이 지분 20%를 확보하며 2대 주주가 됐다. 앰플리파이는 블록체인(BLOK)과 온라인리테일(IBUY), 고배당인컴(DIVO) 등 특색 있는 ETF를 선보이는 회사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약 3000만 달러(약 368억원)를 투자해 앰플리파이 ETF의 아시아판매 독점권과 이사회 1석을 얻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번 인수로 올해 상반기 홍콩 시장에 삼성자산운용의 브랜드로 블록체인 ETF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동일한 ETF를 국내 시장에서도 선보이려고 준비 중이다. 출시된다면 블록체인 ETF는 국내 최초다.

이보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0년엔 캐나다 자산운용사 호라이즌스를, 2018년에는 미국의 글로벌엑스를 인수했다. 호라이즌스는 지난해 5월 캐나다 증시에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인버스 상품(BITI)을 북미 최초로 선보였다. 지난해 7월 글로벌엑스는 나스닥에 ‘글로벌X 블록체인 ETF’를 상장시켰다.

국내 양대 ETF 자산운용사가 해외 운용사에 눈독을 들이는 건 투자자를 사로잡을 매력적인 ‘신상 ETF’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춘 데다가 폭넓은 상품 출시 시도를 할 수 있는 해외 운용사가 필요조건이 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ETF 중 개인 투자자 매수 1위를 차지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는 글로벌엑스가 홍콩 증시에서 2020년 1월 먼저 선보인 뒤 그해 12월 한국에 내놔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도 미래에셋이 국내에 출시한 각종 인기 테마 ETF는 글로벌엑스의 ETF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권오성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마케팅부문 대표는 “세계적인 운용사 인수·투자를 통해 그들의 전략과 경험을 흡수해 미국과 유럽 등 성장성이 큰 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 운용사를 업은 국내 운용사는 해외 ETF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앰플리파이에 투자하며 아시아 독점 판매권을 가져오는 데 공을 들인 이유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글로벌엑스의 중국 친환경 에너지 ETF 상품을 홍콩과 스위스, 독일 시장에 상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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