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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아니었어? 다이소 뒤집은 한소희·태연 '3000원 공주세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000지점 다이소에는 재고 있나요?”

최근 이삼십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 패션 커뮤니티에서 낯선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생활용품점 다이소다. 가성비 좋은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다이소에서 난데없이 패션 아이템이 떠오르고 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3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어린이 완구 ‘핑크 액세서리 세트’와 1000원에 판매되는 ‘프린세스 목걸이 세트’다.

은색으로 반짝이는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 플라스틱 하트 모양 보석이 박혀있는 왕관 등은 한눈에 보기에도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영락없는 장난감이다. 그런데 이 제품을 5~6세 아이가 아닌 성인들이 구매하는 이유가 뭘까.

사용연령 3세 이상의 장난감 완구가 유행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사진 다이소]

사용연령 3세 이상의 장난감 완구가 유행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사진 다이소]

다이소 대란, 공주 완구가 동났다

일명 다이소 대란은 지난해 11월쯤 배우 한소희의 생일 파티 사진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고 꽃을 들고 찍은 사진에는 존재감 있는 목걸이와 귀걸이가 눈에 띄었는데, 해당 제품이 다름 아닌 다이소 제품으로 마치 고가의 하이 주얼리를 착용하고 나온 것 같아 화제가 됐다. 실제로 다이소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지난해 10월 대비 11월에 약 2배 정도의 판매량 신장을 보였다고 했다.

(왼) 배우 한소희가 생일 파티에 사용한 장난감 완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한소희 인스타그램] (오) 그룹 소녀시대의 태연은 인형 가방과 왕관, 목걸이 등을 방송에 착용했다. [사진 놀라운 토요일]

(왼) 배우 한소희가 생일 파티에 사용한 장난감 완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한소희 인스타그램] (오) 그룹 소녀시대의 태연은 인형 가방과 왕관, 목걸이 등을 방송에 착용했다. [사진 놀라운 토요일]

그룹 소녀시대의 태연은 아예 방송에 비슷한 제품을 착용하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9일 방송된 ‘놀라운 토요일’(tvN)에서 장난감 공주 가방과 플라스틱 하트 모양 목걸이 세트, 왕관 등을 착용하고 등장한 것. 왕관부터 목걸이, 분홍색 플라스틱 가방 등은 검은색 드레스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방송 이후 다이소에서 해당 제품의 판매는 3월 대비 약 30% 정도 신장했다고 한다.

이후 이삼십대 여성들 사이에서 비슷한 분위기의 공주풍 플라스틱 액세서리를 착용한 뒤 생일 파티 사진을 연출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공주 세트’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500여개를 넘어섰다. 온라인상에서는 다이소 해당 제품의 재고 현황을 공유하는 게시물도 등장했다.

어린 시절 인형 놀이를 떠올리게 하는 공주풍 액세서리. [사진 다이소]

어린 시절 인형 놀이를 떠올리게 하는 공주풍 액세서리. [사진 다이소]

미미 공주 기억하나요, 1000개 완판

때아닌 공주 열풍에 패션 업계도 호응하고 있다. 18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LF의 헤지스가 국내 토종 인형 ‘미미’와 협업한 캡슐 컬렉션의 반응이 뜨겁다. 완구회사 ‘미미월드’의 대표 브랜드인 ‘미미’는 밀레니얼 세대라면 누구나 접해봤을 어린 시절 추억의 인형이다. 마치 미미의 옷장에서 구경할법한 옷들을 발매하고 미미와 함께 화보 작업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LF 헤지스는 미미 인형이 입을 법한 Y2K 캡슐 컬렉션을 냈다. [사진 LF]

LF 헤지스는 미미 인형이 입을 법한 Y2K 캡슐 컬렉션을 냈다. [사진 LF]

벨루어(벨벳) 소재의 트랙슈트와 미니스커트, 체크 치마바지, 탱크톱, 크롭톱(배꼽이 보이는 상의) 등의 아이템은 물론 해당 아이템을 착용한 한정판 미미 인형도 함께 발매했다. LF 관계자는 “인형의 경우 사흘 만에 1000여 개가 완판됐다”며 “인형이 입고 있는 옷에 대한 문의도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번 협업 컬렉션과 함께 공개한 3D 미미 영상 콘텐트도 현재 20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미미와 셀카를 찍을 수 있도록 제작된 AR(증강현실) 필터는 사용 횟수가 6000여 회를 넘어서고 있다.

향수+새로움…. 세기말(Y2K) 패션 인기

어린아이들의 장난감 같은 공주 패션의 인기는 지난해부터 패션계를 강타한 ‘Y2K’ 패션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한다. Y2K(Year 2000) 패션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즉 세기말을 풍미했던 패션을 의미한다. 허리를 골반까지 한껏 내려 입은 ‘로우라이즈’ 청바지와 미니스커트, 배꼽티와 오버사이즈 재킷 등 어딘가 과장되고 개성 넘치는 강렬함이 특징이다. 이런 세기말 패션이 약 20여 년의 세월을 돌아 다시금 유행의 첨단으로 돌아왔다. 당시 액세서리도 마치 장난감처럼 반짝이고 과한 것들이 인기를 끌었다. 당시 인기 셀럽으로 꼽혔던 패리스 힐튼이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의 차림새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패션 브랜드 H&M은 그룹 ITZY(있지)와 함께 Y2K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사진 H&M]

패션 브랜드 H&M은 그룹 ITZY(있지)와 함께 Y2K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사진 H&M]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도 Y2K 패션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관련 상품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Y2K’ 검색량은 61배 이상 늘었다. 관련 상품으로는 골반에 걸쳐 입는 ‘로우라이즈’ 하의와 함께 입을 수 있는 배꼽티 등이 대표적이다.

스타일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도 Y2K 패션 키워드가 인기다. [사진 지그재그]

스타일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도 Y2K 패션 키워드가 인기다. [사진 지그재그]

왜 20년 전일까. 전문가들은 당시의 문화가 현재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는 추억을, Z세대(1990년대 중반 ~2010년대 초 출생)에게는 새로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도 관련이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는 “코로나19로 고립되는 시기를 겪으면서 온라인 세상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니 디지털 세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약 20여 년 전의 아날로그 감성을 소환하면서 위로받는 것 같다”며 “포켓몬 빵이나 Y2K 패션처럼 과거의 기억 속 유치하면서도 재미있고 화려한 것들을 소환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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