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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쿠리투표'조사 발표에 전 총장 감찰 결과 밀어넣은 선관위

중앙일보

입력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제주도의회 내 임시 기표소 앞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바닥에 놓인 가방 안에 투표지를 담고 있다. [뉴스1]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제주도의회 내 임시 기표소 앞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바닥에 놓인 가방 안에 투표지를 담고 있다.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8일 비공개 선관위원 회의를 열고 ‘소쿠리 대선’논란을 낳은 확진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자체 조사 및 혁신 방안을 결정했다. 그런데 선관위는 이날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 아들의 특혜의혹 감찰 결과를 함께 언론에 공개했다. 그래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언론의 관심을 분산 시키려는 것 아니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선관위 관계자는 “두 사안 모두 월 1회 열리는 선관위원 회의에 보고사항이라 겹쳤던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이날 대선 부실 관리 의혹에 대해선 “예측과 대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총체적 부실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대법관이 겸임하게 돼 있는 중앙선관위원장의 상근제도 장기 과제로 검토키로 했다.

조병현 선관위원과 언론계·학계 인사 등 7명으로 구성된 선거관리혁신위원회(혁신위)가 선관위원 회의에 보고한 사전투표 부실 원인은 크게 네 가지다. ▶사전투표 소요 및 예측 부실 ▶의사결정 실기 및 보고 미비 ▶사전투표일 격리자 투표방법 홍보 미흡 ▶인력수급난 등 구조적 원인 등이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혁신위는 “격리자의 사전투표 참여 수요와 소요시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며 “중앙선관위에서 통일적인 운반 용기를 마련하지 않아 구·시·군선관위가 자체적으로 바구니와 상자 등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쿠리 투표'의 원인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혁신위는 또한 “방역 당국과 협의 등으로 사전투표기간을 불과 1주일을 남기고 특별관리대책이 시달됐다”며 정책 결정 과정의 시기와 방식 모두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현장과 괴리된 중앙선관위의 탁상행정이라 보고 ‘현장 중심’의 쇄신안을 제안했다. 500여명이 근무 중인 중앙선관위를 슬림화해 직원 중 10%를 감축하고 이 인원을 일선 선관위로 보내며, 중요 선거 기간에는 20%의 직원을 추가로 현장에 파견하는 방안이다. 현재보다 최대 30%의 인력을 선거에 추가 투입해 ‘소쿠리 투표’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혁신위는 감사관을 외부에서 공모하고 직급을 2급으로 상향하며 감사인력 추천권을 부여하는 감사 기능 독립성 강화, 선거협의체 및 위기대응 회의체 신설 등도 제시했다.

사전 투표 기간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대법관 겸임)이 출근하지 않아 논란이 일며 촉발된 중앙선관위원장 상근제는 장기과제로 검토키로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혁신위 제안 중 6월 지방선거에서 적용 가능한 방안은 즉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사의를 표명한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지난달 17일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운영회의’를 앞두고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실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사의를 표명한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지난달 17일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운영회의’를 앞두고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실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선관위는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아들 김모씨가 인천시 선관위에 경력직으로 채용된 뒤 해외 출장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정황이 드러난 감찰 결과도 공개했다. 선관위는 다만 “김 전 총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없었다”고 밝혀 ‘꼬리 자르기’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김씨에 대한 특혜의혹 중 “재외투표관리 해외 출장자 선발과 관사 사용의 경우 부적정한 업무 처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가 미국 출장자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통상의 추천 절차 없이 자의적으로 선발됐단 것이다. 관사의 경우도 본인 희망에 의해 전보될 경우는 입주 대상이 아님에도 김씨에게 인천시 선관위 관사가 제공돼 관리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다만 김씨의 채용과 승진 및 특혜 의혹 등에서 “김 전 사무총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채용 단계에선 가족 관계 등 인적사항이 드러나지 않았고, 승진은 김씨와 함께 승진을 신청한 신청자 4명 모두 요건이 맞아 처리됐단 설명이다.

대전시 선거관리위원회 현판 모습. [뉴스1]

대전시 선거관리위원회 현판 모습. [뉴스1]

선관위는 이에 따라 김씨나 김 전 사무총장이 아닌 김씨의 해외출장과 관사 사용 업무를 맡았던 해당 부서장에게만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없었더라도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보다 공정한 심사기준을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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