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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핵전쟁 피하려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양보해야"

중앙일보

입력

노엄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 [AFP=-연합뉴스]

노엄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 [AFP=-연합뉴스]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94)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가 ‘핵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촘스키는 지난주 미국의 정치매체 ‘커런트 어페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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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두 가지 옵션이 있다”며 “추악하지만, 협상을 통한 합의로 푸틴에게 출구를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푸틴을 전범 재판에 세우겠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마지막 우크라이나인까지 싸운다’는 영웅주의에 기반을 둬 두 번째 옵션을 택하고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를 말살해 종전의 기반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또 두 번째 옵션은 핵전쟁의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사 항전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큰 용기와 진실함으로 행동하고 있다. 그를 비판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그들에게 제트기와 첨단 무기를 제공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급진적으로 확대하고, 이들을 쓸어버리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끝까지 싸운다는 것은 핵전쟁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관점에서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달라’는 젤렌스키의 요청을 거절한 것은 “현명한 처사였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의 항공기 격추뿐 아니라 러시아 내부의 대공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촘스키 교수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돌파구로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돈바스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외교적 협상의 기본적인 틀은 우크라이나의 중립화”라며 “아마도 우크라이나 연방이라는 구조 안에서 돈바스 지역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좋든 싫든 크림반도는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지 않다는 것을 (우크라이나가)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촘스키 교수는 “영웅주의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허리케인이 온다는 사실을 좋아하지 않을지라도 ‘허리케인을 인정하지 않아’라는 말로는 허리케인이 들이닥치는 것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변형생성 문법의 창시자인 언어학자 촘스키는 베트남전 당시 미국의 정책을 격렬하게 규탄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반전과 반자본주의, 반시온주의 입장을 가진 세계적 석학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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