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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리 골목 이미 꽉 찼다…"20명 예약한대요" 웃은 사장님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58일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18일 대전 중구에 위치한 식당에서 직원이 예약석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758일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18일 대전 중구에 위치한 식당에서 직원이 예약석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18일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의 한 중국요리집 앞에는 오전 11시부터 20~30대 고객들이 줄을 섰다. 이 식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이 날을 맞춰 연예인 화보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종로 피맛골의 한 부대찌개 가게에는 ‘대기 손님은 반대편 입구’라고 적힌 팻말을 내걸렸다. 식당 점원은 “출근하는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점심 대기 시간이 30분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첫날 식당가 풍경

서울 마포경찰서와 서부지방검찰청 주변에서 7년 동안 한식당을 운영했던 목선이(60)씨는 이날 점심시간을 앞두고 “20명 이상 단체 예약 문의 전화가 몇 통 왔다”며 “지난 2년 동안 힘들게 보낸 시간이 오늘 날아가는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종로 보신각터 주변에서 24시간 횟집을 운영한 자영업자는 ‘야간 홀·주방 구함’이라는 공고문을 가게 앞에 내걸었다.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일할 서빙 직원과 주방 보조 인력을 구하기 위해서다. 2008년부터 식당을 운영해온 그는 “당장 오늘부터 24시간 가게 문을 열어놔야 소문이 퍼지면서 고객들이 찾아온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이날 오후 5시쯤 찾은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 야외 노상 자리는 이미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외국인도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노가리 골목의 한 매장 직원은 “날씨도 풀린 데다 10명 이상 모임이 가능해지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점심 시간에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거리가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점심 시간에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거리가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식당‧영화관‧헬스장 등 일상의 현장 곳곳을 제약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식당들은 10명이 넘는 대규모 단체 손님을 받을 수 있고 영업 제한 시간이 없어지자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거리두기 해제가 잘 안착하면 민간 소비가 빠르게 반등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숙박·음식점업과 예술·스포츠·여가업, 운송업 분야에서 민간 소비가 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재료값 상승에 영업시간 회복 못 해"

하지만 새벽 시간대 인력을 구하기 힘든데다 재료값이 올라 당장 심야 영업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가게도 있다. 1937년부터 삼대째 해장국 가게를 이어 온 최준용(53) 청진옥 사장은 “인건비가 크게 상승한 데다 식용유부터 시작해 재료 가격이 모두 뛰었다”며 “차츰차츰 영업시간을 늘리면서 24시간 영업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이 가게가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은 건 1990년 노태우 정부 시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최 사장은 “2년 동안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으면서 열심히 일하던 직원들도 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종로구에서 순두부 가게를 운영해 온 자영업자도 “재료비가 30% 오른 데다가 주변 직장인들이 아직 재택근무를 많이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거리두기가 전격적으로 해제되면서 아직 안정기에 들어서지 않은 코로나가 재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종로의 한 중식당에서 영업차 4명이 모여 점심을 한 유통업계 김모(45) 부장은 “확진자 수가 줄었다는데 아파도 검사 안 받고 견디거나, 증상이 없는 사람들까지 고려한다면 안심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당분간은 거리두기가 시행될 때처럼 조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석한 이모(47)씨는 “사람을 만나려니 어쩔 수 없이 붐비는 식당 등을 이용해야 하는데 조심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영업손실 제대로 보상받아야" 

한편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손실 보상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회는 “소급 적용은 물론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도 보전되지 않고 있다”며 “영업제한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손실은 아직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0년 기준 소상공인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 2020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 감소했고,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020년 3월 700조원에서 2021년 9월 887조원으로 상승했다. 이날 종로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도 “그동안 정당 지지도 때문에 정부에서 과한 규제를 했다”며 “건물 임대료를 내느라 힘들게 가게를 지켜낸 보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횟집에 심야 시간에 일할 직원을 뽑는다는 팻말이 붙었다. 김민상 기자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횟집에 심야 시간에 일할 직원을 뽑는다는 팻말이 붙었다. 김민상 기자

이와 관련,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추가경정예산 규모로 거론된 50조 원에 얽매이지 않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50조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해 취임 이후 최대 5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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