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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생이별 끝내자”…거리두기 해제에 곰신들이 설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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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생이별을 했었는데, 이젠 카톡 말고 얼굴 보면서 데이트하고 싶어요.”
지난해 2월 입대한 남자친구의 전역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한소희(23·가명)씨가 수줍게 말했다. 한씨는 “입대 후 1년 2개월 여 동안 총 3번 휴가를 나왔고 외박은 없었다. 코로나로 6개월간 못 봤을 땐 관계가 잠시 소원해지기도 했다. 비대면으로 소통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했다.

5개월 전 6개월 만에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전의 사랑’을 회복했다는 한씨. 그는 “오늘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되고 군대 내에서 완치자도 늘어나 앞으로 군인 남친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방역 규제를 푼 이상 군부대도 외박과 휴가 등을 빨리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20년 9월 6일 오후 서울역에서 군 장병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국방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19일부터 2주간 장병에 대한 휴가·외박·외출·면회 등의 출타를 통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20년 9월 6일 오후 서울역에서 군 장병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국방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19일부터 2주간 장병에 대한 휴가·외박·외출·면회 등의 출타를 통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코로나 생이별’ 직격탄 맞은 곰신들의 기대와 우려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곰신’(남자 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성)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년여간 군 장병과 곰신들은 코로나 확산으로 외박·면회 등이 사실상 막혔다. 만나지 못해 관계가 소원해졌고 일부는 ‘생이별’이 ‘찐이별’이 되기도 했다. 회원수 58만명의 온라인 곰신 카페는 거리두기 해제를 반기고 있었다. 일부 곰신들은 “외출과 외박은 절대 안 풀릴 것 같았는데 기대가 커진다” “1월부터 외출도 못 나왔는데 드디어 풀리나 보다” 등의 글을 올렸다.

기대가 커지자 걱정도 커지고 있다. 부대별로 면회나 휴가 등 지침이 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부대마다 다르다는 의미의 ‘부바부(부대 by 부대)’라는 말도 자주 쓰이고 있다. 지난해 남자친구가 입대 후 8개월이 지나서야 첫 휴가를 나왔다는 김모(23·여)씨는 “부대별로 차이가 있어 장병, 애인, 친구, 가족들 사이에서 혼란이 많았고 휴가 등 일정에 차질이 생겨 실망스러운 때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군 내 확진자로 변동이 있는 건 이해하지만, 정확한 방침을 듣고 싶었다. PCR 검사 이후 휴가 일정을 확정하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10일 서울역에서 군 장병들이 승차권을 사고 있다. 뉴스1

지난해 5월 10일 서울역에서 군 장병들이 승차권을 사고 있다. 뉴스1

군 부대 인근 상인들 “면회 손님 늘어날 것”

군 부대 인근의 터미널 등도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군 부대가 가까운 경기 고양시종합터미널에 있는 국수집 직원 권모(51)씨는 “코로나로 군인들이 휴가를 안 나오다 보니 이전보다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 이곳에 오는 버스도 줄어들어 장사가 어려운데 빨리 상황이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터미널의 행정 지원 업무를 하는 이영선(63)씨는 “터미널 상권도 활성화될 거라 본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고양시에서 20년간 택시기사로 일해 온 김모(64)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장병들과 면회 오는 여자친구, 가족 등을 많이 태웠는데 면회가 줄다 보니 택시 이용자도 줄었다. 거리두기가 풀렸으니 승객이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부대 인근의 상인들은 “기대하긴 이르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고양시의 한 부대 앞에서 중식당을 7년간 운영해온 노춘호(58)씨는 “군 손님이 많이 줄었다. 군은 아직 풀린 게 없고 정책 반영이 느려서 당장은 변화는 없다”고 했다. 근처 순댓국집의 한 직원은 “면회나 휴가가 줄어 손님도 줄었는데 앞으로 더 많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2020년 3월 장병 외출·외박·휴가·면회 통제가 1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23일 강원 양구군 중심지인 양구읍 일대가 인적 드문 모습을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2020년 3월 장병 외출·외박·휴가·면회 통제가 1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23일 강원 양구군 중심지인 양구읍 일대가 인적 드문 모습을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국방부 “외박과 외출 재개 논의 중”  

국방부는 이날부터 단위 면적별로 군부대 면회 인원을 제한하던 조치를 없앴다. 장병의 종교활동 인원 제한도 정부 지침 변경에 따라 사라졌다. 현재 장병 외박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중단된 상태다. 반면, 휴가는 부대 병력의 20%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 법령에 근거해 이미 시행 중이다.

군 안팎에서 2주 뒤부터 외박과 주말 외출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외박과 주말 외출 재개 방안에 대해선 현재 논의 중”이라고만 했다. 부대별로 지침이 다른 부분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국방부에서 지침을 내리면 각 군에서 별도로 지침을 만들어 하달하고 각 부대에 적용을 시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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