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이 ‘검수완박’ 국면에서 미묘하게 대립하고 있다. ‘경찰이 단순 변사 종결한 사건을 검찰이 밝혀냈다’는 주장에 대해 경찰이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계곡 살인’ 검경 각자 역할 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18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최초 경기 가평경찰서가 부검 결과와 통화내역, 주변인과 보험관계까지 조사했지만 명확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내사종결한 것은 맞다”면서도 “한 달 후 일산서부경찰서가 재수사를 통해 살인 혐의를 밝혀 송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 검찰에서 추가 혐의 사실을 밝혀내서 수사중”이라고 사건 진행 경과를 설명했다.
전날 인천지검이 “만약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상태였다면 경찰에서 확보한 증거만으로 기소해 무죄 판결을 받았거나 증거 부족 무혐의 처분을 했을 것”이라고 입장문을 낸 것에 대한 반론을 편 셈이다. 남 본부장은 그러면서 “검찰과 경찰은 각자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본다”며 “누구는 잘했고 누구는 잘못했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6대 범죄도 경찰 처리 건수가 검찰보다 많아”
남 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에 대해선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면서도 경찰 수사 역량을 강조했다. 남 본부장은 이날 “수사 기소 분리 방안과 관련해선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황이라 이를 좀 지켜보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이와 상관없이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 기능을 모두 분리해 제3의 수사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별도 수사기구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남 본부장은 경찰의 수사 역량에 대한 우려는 일축했다. 그는 “그동안 경찰은 전 범죄를 수사해왔고 (검찰이 직접수사 가능한) 6대 범죄로만 한정하더라도 경찰 처리 건수가 검찰에 비해 비율로 보면 월등히 많다”며 “오랜 기간 수사 체계를 갖추려는 노력을 해왔고 전문가 채용과 교육을 통해 수사역량을 제고해왔기에 그런 부분은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검찰 직접 보완수사 확대는 찬성
검수완박에 대해선 경찰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회장단 명의로 전날 ‘검수완박’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경찰의 권한이 대폭 확대되는 만큼 업무 가중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대신 보완수사 요구가 늘어나 사건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게 현실이다.
경찰청이 지난달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하는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보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경찰은 다만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확대 여부와 검수완박은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남 본부장은 “지금 논의가 진행 중인 수사 기소 분리 법안과는 무관한 별도의 사안”이라며 “검찰 내부에도 보완 요구 기준이 있는데 그와 맞지 않게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