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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유통 강자 vs 오디션 귀재, IP 알부자 SM 누구 손을 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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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K팝 시장 점유율 20%의 SM엔터테인먼트와 메가 엔터사를 꿈꾸는 카카오의 결합 가능성이 재점화되는가 싶더니, 다시 정체 국면이다.
지난해 말 나왔던 “완전히 무산됐다”는 보도와 달리 그동안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한 번도 협상이 중단된 적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서명 직전 깨진 것으로 알려진 CJ ENM 역시 “계속 논의 중인 것은 변함이 없다”는 말을 반복한다. 지난해 5월부터 해를 바꿔 양쪽으로 맞선 보고 있는 아이돌 종가, SM은 과연 누구의 손을 잡을까.

카카오엔터XSM 

 SM엔터테인먼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SM엔터테인먼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SM을 갖고 싶어하는 이유는 카카오나 CJ나 같다. 글로벌 팬덤이 탄탄한 SM 지식재산권(IP)과 30년 쌓아 온 IP 기획·제작 능력.

카카오도 나름 음악 관련 IP 확보에 노력해왔지만, 글로벌 층위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는 부족하다. 카카오엔터는 아이유 소속사인 이담(최근 배우 신세경이 합류해 2인 기획사다)의 지분(40%)을 갖고 있지만, 재무적인 것 외엔 관여하지 않는다. IP ‘알부자’ SM을 가져오면 디즈니 같은 종합 엔터 회사가 되려는 카카오엔터의 계획은 빨라진다. 국민 메신저와 연계된 여러 플랫폼에서 활용할 K팝 ‘킬러 콘텐트’가 대폭 늘어난다.

성사될 경우 가장 기대되는 대목은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국내 음원 플랫폼 1위 업체 멜론과의 시너지다. 멜론은 여전히 한국 가수의 중요한 컴백·데뷔 채널인데, SM 인수 시 할 수 있는 사업이 더욱 많아진다. 신인 그룹 데뷔부터 컴백 이벤트, 음원 영상 서비스 다양화를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카카오페이지가 카카오M을 흡수합병해 탄생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매출 절반은 여전히 웹툰과 웹소설에서 나온다. SM 아이돌 IP를 활용하면, 현재 4분의 1 수준인 음원 유통 비중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멜론은 카카오 계정 연동 효과가 더해져 유료 가입자 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뮤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통신사가 주축인 지니(KT, LG 유플러스), FLO(SKT) 등은 전화 요금과 연계한 지원을 업고 추격 중이다.멜론은 점유율 유지를 위해 ‘음악+ 알파’를 공급해야 하는 처지다.

멜론은 팬 커뮤니티(아지톡), 동영상 서비스(멜론TV), 티켓 판매 서비스(멜론티켓) 등을 해왔는데, 팬덤이 강한 아티스트를 확보할수록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여기에 성장 중인 SM의 팬플랫폼 버블(디어유) 등과 협업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다. 가령 멜론 사용자가 버블에서 할인을 받는다거나, 통합 패키지 구성도 가능하다.

SM 입장에선 카카오를 통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비 음악 사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카카오는 웹툰·웹소설 IP(8500여개)를 보유한 ‘원작 부자’다. SM은 카카오 슈퍼 IP를 활용한 프로젝트에 대한 접근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최근 카카오는 웹툰ㆍ웹소설 형태로 4억5000만번 조회된 ‘사내맞선’을 직접(기획 및 제작) 드라마로 만들어 대박을 기록했다.

SM C&C 소속 개그맨 이용진이 자신의 콘텐트인 '터키즈'에 나온 SM 아이돌 NCT 드림에게 SM이 어디로 인수되는지를 묻고 있다. 이들은 궁금한데 아무도 말을 해주지 않는다고 했고, 이용진도 답답해서 타로를 보러 갔다고 전했다. [스튜디오와플 유튜브 채널]

SM C&C 소속 개그맨 이용진이 자신의 콘텐트인 '터키즈'에 나온 SM 아이돌 NCT 드림에게 SM이 어디로 인수되는지를 묻고 있다. 이들은 궁금한데 아무도 말을 해주지 않는다고 했고, 이용진도 답답해서 타로를 보러 갔다고 전했다. [스튜디오와플 유튜브 채널]

CJ ENMXSM 

SM이 카카오로 기울었다는 보도에 CJ ENM 측은 “바뀐 것은 거의 없고 계속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해 내놓고 있다. 실제로 SM 상황도 계속 바뀌고 있어 ‘끝난 얘기’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만약 CJ가 SM을 잡으면 가장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음악 프로그램에서의 협업, 아티스트 제작 사업의 확장성이다. CJ ENM은 드라마와 예능, 영화 제작에서 수익을 내는 데 비해 음악 사업부 매출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낮다(음반 판매로 전체의 약 10%).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 제작 경험이 있어 사업 이해도는 이미 충분하다. 아직 초대박을 내지 못했을 뿐. SM을 잡으면 신인 흥행 리스크 없는 검증된 IP를 대거 보유하게 된다.

에스엠은 어디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에스엠은 어디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SM 입장에선 CJ가 카카오엔터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방송 콘텐트 제작 능력, 이미 잘 자리 잡은 채널이다. 하이브가 CJ의 Mnet과 손잡고 만든 ‘아이랜드’를 통해 데뷔한 보이그룹 엔하이픈과 같은 형태의 오디션 아이돌 제작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한국 아이돌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에 글로벌 팬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추세라 해외 진출에 용이하다. 또 CJ는 프로그램 포맷 수출을 하고 있어 SM의 해외 사업과 협력 가능성도 보인다.

지난해 6월 열린 SM 온라인 콩그레스 2021에 등장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지난해 6월 열린 SM 온라인 콩그레스 2021에 등장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엔터테인먼트]

SM이 지난해 CJ ENM과도 사인 직전까지 갔다가 돌연 논의가 식은 이유는 확인하긴 어렵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양쪽 협상 테이블에서 지분(18.72%) 매각 이후에도 경영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계속 늦어지나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서 관련 3사 모두 극도로 말을 아낀다. 한 SM 관계자는 “처음엔 어디로 가는 게 유리한지 궁금해하는 말들이 많았는데 늘어지면서 이젠 거의 소문조차 돌지 않는다”고 말했다. SM 계열사인 SM C&C 소속 개그맨 이용진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SM 아이돌 그룹 NCT 드림에 “어디로 가는 것인지 들은 것 없냐”고 묻는 장면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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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종합하면 결합이 쉽지 않은 이유는 인수 대금(업계 추산 6000억~1조원)보다는, 사업의 복잡성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IP 지분율 정하기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가령 SM의 걸그룹 에스파 관련 수익을 분배할 때 이를 다른 IP와 동일하게 할 것인지 차등을 둬야 하는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겹치는 사업 조정도 고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M의 내부 이슈도 넘어야 할 산이다. 창업주인 이수만 총괄이 자회사를 통해 이익을 독차지한다는 비판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이 총괄은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20년 넘게 SM으로부터 프로듀서 용역비를 받아 왔다. 지난해엔 이 비용이 240억원에 달했다.

SM 소액주주인(지분 0.91%)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런 지배구조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얼라인 관계자는 “SM 매출이 크게 성장했음에도 장기 주가 수익률이 부진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영업이익률이 업계 최하위를 기록 중”이라며 “특수한 최대주주와의 용역거래 구조(라이크기획)로 인해 회사 이익의 매우 큰 부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얼라인이 세운 감사 후보가 선임되면서 구조 개편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앞으로 소액주주들이 카카오 혹은 CJ와 합병 방식에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관여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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