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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노리개·술띠 대신 팔찌·마스크스트랩으로…전통 매듭의 변신

중앙일보

입력

우리 전통 의복인 한복에는 여러 가지 장신구가 있어요. 여자는 저고리의 고름이나 치마허리 등에 달고 다니던 노리개, 남자는 기다란 끈에 여러 갈래의 술을 달아 허리띠로 쓰던 술띠가 있죠. 또 여름에는 부채 고리에 끈으로 만든 선추라고 하는 장식을 매달기도 했어요.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전통 매듭 공예로 만든 장신구라는 겁니다.

신소이(왼쪽)·배가은 학생모델이 만든 장명루 팔찌. 단옷날(음력 5월 5일) 만들던 매듭 공예품으로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오방색 실에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겼다.

신소이(왼쪽)·배가은 학생모델이 만든 장명루 팔찌. 단옷날(음력 5월 5일) 만들던 매듭 공예품으로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오방색 실에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겼다.

실이나 끈을 한 가닥 혹은 그 이상을 사용해 서로 엮어 마디를 지은 것을 매듭이라 하고, 매듭을 활용해 여러 형태를 만드는 것을 매듭 공예라 하죠. 전통 매듭 공예에는 끈목을 사용합니다. 끈목은 여러 올의 실로 짠 끈이에요. 우리 조상들은 장신구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매듭을 사용해 만들거나 장식했죠. 복잡하지 않은 형태는 실과 가위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통 매듭 공예는 요즘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답니다.

조선시대에 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되던 전통 매듭 공예는 오늘날 현대적인 예술로 거듭나 국내외에서 사랑받고 있다. 최민정 작가가 생쪽 매듭·구름 매듭·날개 매듭 등을 사용한 '정다운 사람'.

조선시대에 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되던 전통 매듭 공예는 오늘날 현대적인 예술로 거듭나 국내외에서 사랑받고 있다. 최민정 작가가 생쪽 매듭·구름 매듭·날개 매듭 등을 사용한 '정다운 사람'.

배가은·신소이 학생모델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공방 너나들이를 찾아 최민정 작가에게 전통 매듭에 대해 배우고, 실생활에 활용이 가능한 소품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최 작가는 우리의 아름다운 유산인 전통 매듭 공예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다양한 작품으로 한국의 멋을 16년째 국내외에 알리고 있죠. 공방 안에는 노리개는 물론 액자·귀걸이·목걸이·브로치·시곗줄 등 전통 매듭으로 만든 여러 생활 소품이 가득했어요.

 최민정 작가가 매화 매듭·나비 매듭 등을 사용해 만든 작품 '그대 그리고...'

최민정 작가가 매화 매듭·나비 매듭 등을 사용해 만든 작품 '그대 그리고...'

"전통 매듭은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시작되고 널리 퍼졌나요?" 가은 학생모델이 물었어요. "끈을 꼬아서 사용한다는 개념의 매듭은 신석기 시대 후기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요. 당시 사용했던 흙그릇에 줄무늬 끈을 감아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거든요. 그래서 토기의 이름도 새끼줄 모양 무늬의 흙그릇이라는 뜻인 승문토기(繩文土器)라 불리죠. 낙랑이나 고구려 고려 관련 유적에서도 허리띠나 끈목을 활용한 물건과 관련된 흔적이나 기록이 계속 나타났고요."(최)
조선시대에 들어와 매듭은 그 용도가 더욱 다양해져 실생활 전반에 널리 쓰였어요.  『경국대전』에 따르면 매듭 공예를 하는 장인들은 공조(工曹)나 상의원(尙衣院) 등 공예나 의복 제작과 관련된 관청에 상시 배치돼 작업물을 왕실에 지속해서 공급하기도 했어요. 일반 끈부터 책끈, 노리개·허리띠 등 장신구, 주머니 등의 생활용품, 악기용 끈 등 매듭 공예가 필요한 곳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죠. 왕실뿐만 아니라 양반과 민가에서도 매듭으로 만든 물건은 널리 쓰였어요. 현대까지 전승된 전통 매듭의 종류는 약 30여 가지예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공방 너나들이를 찾아 최민정(오른쪽) 작가와 함께 전통 매듭의 역사와 종류를 알아보고, 전통 매듭도 직접 만들어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공방 너나들이를 찾아 최민정(오른쪽) 작가와 함께 전통 매듭의 역사와 종류를 알아보고, 전통 매듭도 직접 만들어봤다.

"취재에 오기 전에 매듭의 종류에 대해 살펴봤는데, 생쪽매듭·국화매듭·안경매듭·매미매듭·거북이매듭 등 식물이나 동물 이름이 많더라고요. 그 이유가 있나요?" 소이 학생모델이 말했어요. "매듭의 형태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꽃·곤충을 닮았기에 그걸 따서 지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최)

초보자가 전통 매듭 공예를 시작할 때 필요한 준비물은 실(끈목)과 가위, 매듭 간 간격을 넓히거나 실을 밀어 넣을 때 쓰는 끝이 비교적 뭉툭한 송곳 등이에요. 과거에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실을 만들어야 했지만, 요즘은 인견·폴리에스터 섬유·실크 등으로 만든 매듭실을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죠. 다만 실크는 가격도 비싼 편이고 잘못 다루면 형태가 변하는 경우가 많아서 초보자는 인견이나 폴리에스터 섬유로 만든 실을 사용하는 게 좋아요.

최민정 작가가 오벌가락지(꽃가락지) 매듭을 응용해 만든 브로치. 현대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최민정 작가가 오벌가락지(꽃가락지) 매듭을 응용해 만든 브로치. 현대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매듭실의 종류는 굵기에 따라 구분하는데 가장 두껍고 모양이 잘 잡혀 연습용 실로 많이 쓰는 중사(2.2mm), 팔찌 등 액세세리를 주로 만들 때 쓰는 소사(1.7mm), 소사와 비슷하지만 광택이 강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실크16사(1.5mm), 얇아서 섬세한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세세사(0.9mm) 등으로 나뉩니다. 이외에 포장끈이나 포인트를 줄 때 쓰는 금·은사가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소사를 활용해 기본 매듭을 해보기로 했죠.

전통 매듭 공예에 입문한 초보자들이 많이 배우는 매듭 중 하나가 바로 외도래 매듭이에요. 실을 꼬아놓은 모양이 멀리서 보면 동그란 마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앞은 '엑스(X)', 뒤는 둘 이(二)인 형태가 특징이죠. 주로 실로 크고 단단한 마디를 만들거나, 끝맺음할 때 사용하는 매듭이에요. 반면 도래매듭은 앞뒤가 모두 X자 형태입니다.

외도래 매듭 만드는 법: 1. 한쪽 손의 검지에 실을 두 번 감아 엑스(X)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두 개의 고리를 만든다. 2. 실 뒤쪽을 검지에 있는 두 개의 고리 중앙으로 통과시킨다. 3. 검지에서 두 개의 고리를 빼고, 그사이에 넣은 실을 살살 잡아당기면 매듭이 생긴다. 4. 실을 잡아당길 때 원하는 위치에 매듭이 올 때까지 슬슬 밀어 조정한다.

외도래 매듭 만드는 법: 1. 한쪽 손의 검지에 실을 두 번 감아 엑스(X)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두 개의 고리를 만든다. 2. 실 뒤쪽을 검지에 있는 두 개의 고리 중앙으로 통과시킨다. 3. 검지에서 두 개의 고리를 빼고, 그사이에 넣은 실을 살살 잡아당기면 매듭이 생긴다. 4. 실을 잡아당길 때 원하는 위치에 매듭이 올 때까지 슬슬 밀어 조정한다.

"일단 실을 원하는 길이만큼 자르고, 한쪽 손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실 앞쪽을 잡은 뒤, 같은 손 검지에 실을 교차해서 두 번 걸어주세요. 그럼 엑스(X)자 모양의 두 개의 고리가 생기겠죠. 그리고 실 뒤쪽의 10cm 정도를 고리 모양으로 접은 뒤, 이 고리의 중앙이 검지에 있는 두 개의 고리를 통과하도록 하세요. 실을 일직선 형태로 바로 통과시키지 않고 고리 모양으로 만드는 이유는 전통 매듭 공예에서 그게 일종의 예의이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검지에서 두 개의 고리를 빼고 그 사이에 넣었던 실을 잡아당기면 하나의 마디가 생길 거예요."(최)

최 작가의 말에 따라 열심히 외도래 매듭을 만들어 보는 학생기자단. 마디를 만들기는 쉽지만 앞이 X, 뒤가 二인 모양을 정확히 구현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몇 번의 실패 끝에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춘 마디가 실 중간에 듬성듬성 생겨났죠. 마디와 마디 사이 간격을 좁히고 싶다면 검지에서 두 개의 고리를 빼고 실을 잡아당길 때 원하는 위치에 고리를 슬슬 밀어주면 돼요. 전통 매듭으로 만드는 소품들은 한복에만 어울릴 거라 여기기 쉬운데요. 이렇게 외도래 매듭으로 마디만 반복해서 만들어도 평소 팔찌나 마스크 스트랩으로 사용할 수 있죠.

장명루 팔찌 만드는 법: 1. 오방색에 맞춘 5개의 실을 3줄과 2줄로 각각 나누고, 양쪽의 맨 바깥쪽 실을 가운데로 계속 넣어주면서 땋는다. 2. 거의 다 땋았으면 맨 아래쪽에 1cm 정도 공간이 남도록 매듭을 느슨하게 만든다. 3. 매듭의 시작점을 매듭 끝부분에 남겨둔 공간 중앙으로 넣어준다. 4. 매듭의 시작점을 잡아당겨서 각자 손목의 굵기에 맞게 둘레를 조절한다.

장명루 팔찌 만드는 법: 1. 오방색에 맞춘 5개의 실을 3줄과 2줄로 각각 나누고, 양쪽의 맨 바깥쪽 실을 가운데로 계속 넣어주면서 땋는다. 2. 거의 다 땋았으면 맨 아래쪽에 1cm 정도 공간이 남도록 매듭을 느슨하게 만든다. 3. 매듭의 시작점을 매듭 끝부분에 남겨둔 공간 중앙으로 넣어준다. 4. 매듭의 시작점을 잡아당겨서 각자 손목의 굵기에 맞게 둘레를 조절한다.

전통 매듭을 활용한 공예품 만들기는 초보자가 한 번 만에 성공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최 작가가 매듭의 매력을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아이템을 소중 학생기자단을 위해 준비했어요. 빨강·파랑·노랑·흰색·검정 등 오방색(오방정색) 실을 이용한 팔찌인 장명루(長命縷)입니다. 예로부터 실은 장수를 상징했는데요. 동(청색)·서(흰색)·남(적색)·북(흑색)과 중앙(황색) 등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오방색으로 만든 장명루는 우리나라 명절의 하나인 단옷날(음력 5월 5일)에 잡귀를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만들었던 매듭 공예품이에요.

"먼저 오색실을 나란히 모아 끝을 고르게 맞추고 매듭지어 주세요. 이 다섯 개의 실을 왼쪽의 세 줄(왼쪽부터 1·2·3번)과 오른쪽의 두 줄(왼쪽부터 4·5번)로 각각 나누세요. 그리고 왼쪽과 오른쪽의 맨 바깥쪽 실을 가운데로 계속 넣어주면 돼요. 예를 들어 1번 실을 3번과 4번 사이에 넣어주고, 5번 실을 2번과 3번 사이에 넣는다고 생각하면 돼요. 이렇게 양쪽 맨 바깥에 있는 실을 중간으로 넣는 작업을 계속하면 마치 머리를 촘촘하게 땋은 것 같은 모양이 되죠. 반복하다 보면 실이 꼬일 수 있으니 가끔 다섯 개의 실끝을 손가락으로 빗으면서 확인하세요. 규칙만 잘 지키면 모양이 잘 나올 거예요."(최) 혼자서 양손으로 다섯 개의 실을 땋다 보면 매듭의 중심이 흐트러져서 뒤틀린 모양이 될 수도 있어요. 무게가 나가는 집게로 매듭 시작점을 고정하면 그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죠.

무병장수를 향한 기원이 담긴 장명루. 매듭의 시작점으로 각자의 손목 둘레에 맞게 장명루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무병장수를 향한 기원이 담긴 장명루. 매듭의 시작점으로 각자의 손목 둘레에 맞게 장명루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준비한 다섯 가닥의 실을 거의 다 꼬았으면 맨 아래쪽은 매듭을 다소 느슨하게 매서 세로로 약 1cm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끝부분을 묶어주면 밧줄처럼 생긴 형태가 탄생하는데요. 매듭의 시작점이 아까 만들어둔 공간을 통해 매듭 끝부분의 중앙을 관통하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가 만든 팔찌가 탄생해요. 넣기 어려우면 송곳으로 실과 실 사이를 벌려보세요. "팔찌를 손목에 걸친 뒤, 매듭의 시작점을 잡아당겨 본인의 손목 둘레에 맞게 조절하세요."(최) 장명루는 가방 고리 장식이나 키링으로도 활용이 가능해요. 또 좀 더 길게 만들면 외도래 매듭처럼 마스크 스트랩으로도 활용할 수 있죠.

어렵고 거리감이 느껴지던 전통 매듭 공예. 알고 보니 누구나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생활 예술이었네요. 소중 친구들도 마음을 가다듬고 정성스러운 손길로 실을 엮어 매듭을 만들어 보세요. 내 취향을 반영한 생활 소품이 내 손안에서 탄생할 거예요.

최민정 작가와 함께 알아보는 전통 매듭 4

전통 매듭을 응용하면 팔찌·귀걸이·머리핀 등 다양한 장신구를 만들 수 있어요. 최민정 작가가 기본적인 전통 매듭 기법을 활용해 만든 작품을 소중 친구들을 위해 공유했어요.

너나들이 제공

너나들이 제공

도래 매듭 팔찌: 도래매듭은 가장 많이 쓰이는 전통 매듭 중 하나예요. 전통 공예에서는 매듭과 매듭 사이를 연결하거나, 다른 매듭의 가닥이 풀어지지 않게 고정할 때 사용했어요.

너나들이 제공

너나들이 제공

매화 매듭·가락지 매듭 귀걸이: 화려한 모양의 매화매듭은 아기 옷이나 노리개 장식에 쓰였어요. 가락지매듭은 화려한 색의 실을 사용해 매듭 중간에 가락지처럼 끼워 장식하는 데 많이 썼어요.

너나들이 제공

너나들이 제공

잠자리 매듭 머리핀: 잠자리 매듭은 이름 그대로 잠자리가 두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는 것처럼 생긴 매듭이에요. 책 사이에 끼우는 책갈피로 사용하거나 저고리 옷깃·고름 위에 장식용으로 달고 다녔습니다.

학생기자 취재 후기

 원래 매듭과 관련된 것들을 만드는 걸 좋아했지만 집에서 혼자 할 때는 항상 실패했었어요. 최민정 작가님께서 쉽게 설명해 주시고 시범도 보여주셨는데, 덕분에 제가 만든 장명루가 예쁘게 완성돼 좋았어요. 저는 집중을 잘 못 하는 편인데 전통 매듭을 만들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죠. 집에서도 실을 가지고 따로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기회가 되면 더 어려운 매듭도 배워보고 싶습니다.

배가은(서울 중대초 4) 학생모델

최민정 작가님에게 전통 매듭에 대해 배우면서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듭의 역사가 신석기부터 시작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매듭으로 장신구는 물론 생활소품까지 만들어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사용했다는 사실이 놀라웠죠. 또 조선시대에 매듭은 왕실이나 양반만 사용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민가에서도 널리 사용되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눈으로만 매듭을 봤을 때는 그 아름다움 때문에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는데, 직접 만들어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어요. 개인적으로는 꽃을 본떠 만든 매듭들이 예뻐서 기억에 남아요. 새삼 우리 조상님들이 멋있게 느껴졌고, 취재를 계기로 매듭을 만드는 재미에 빠지게 됐어요.

신소이(서울 일원초 4)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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