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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택배는 다시 성장할 수 있을까? feat.쿠팡과의 대결

중앙일보

입력 2022.04.18 07:00

이 회사 서비스를 얼마나 자주 이용하나 따져봤더니, 저는 주 3회 이상이나 되네요. 문자메시지를 제게 가장 많이 보내오는 회사이기도. 아마 저 같은 분들 많을 듯한데요. 앤츠랩 구독자 jsl**@***news.com님이 게시판에 분석을 요청하신 종목, CJ대한통운입니다.

CJ대한통운의 전기 택배차. 사진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의 전기 택배차. 사진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하면 ‘아, 택배회사’ 하실 텐데요. 맞는 말이지만 정확히는 택배만 하는 건 아닙니다. 기업과 계약을 맺고 물류업을 대행해주는 ‘계약물류(CL)'의 매출비중이 꽤 되지요. 해외사업도 하고요. 하지만 주가를 좌우하는 건 역시 택배사업입니다.

국내 택배시장은 아주 꾸준히 비교적 빠르게 성장해왔죠. 특히 2020년 코로나로 온라인쇼핑이 폭발적으로 급증하면서 택배시장이 확 성장한 건 아실 겁니다. CJ대한통운은 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 업체입니다.

CJ대한통운 택배물량과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CJ대한통운 택배물량과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택배 하면 노동집약적 산업이라고 생각할 텐데요. 물론 인력이 많이 들어가지만, 장치산업이기도 합니다. 허브(HUB)터미널·서브터미널 같은 인프라가 얼마나 촘촘히 깔려 있느냐, 자동화설비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에 따라 작업 효율의 차이가 크거든요. 그리고 그 차이가 결국 택배단가 차이(가격경쟁력)로 이어지죠.

택배업체 고를 때 문자메시지 잘 보내주고 기사가 친절하면 선택하나요? 아니잖아요. ‘어디가 더 싸고 배송이 빠르냐’를 가장 따지게 되는데요. CJ대한통운은 이 경쟁에서 상당히 유리합니다. 1위 업체답게 인프라도 가장 잘 갖췄고, 선제적으로 자동화 투자를 해둔 덕분이죠. 실제 택배단가도 CJ대한통운이 더 낮은 편.

CJ대한통운은 2016년 업계 최초로 서브터미널에 자동 분류기 '휠소터'를 설치했다. 경쟁업체 대비 작업효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 사진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은 2016년 업계 최초로 서브터미널에 자동 분류기 '휠소터'를 설치했다. 경쟁업체 대비 작업효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 사진 CJ대한통운

이쯤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겠죠. ‘그럼 뭘 해. 파업으로 택배가 안 오는데!’ 네, 그렇습니다. 65일간 이어진 파업사태로 뿔난 고객들이 많이 이탈했죠. 택배 처리량이 크게 줄었으니 1분기 실적 폭망은 기정사실.

주가 차원에서는 고민이 시작됩니다. 3월 2일 막 내린 파업을 두고 두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한데요. 한편으로는 ‘이제 당분간 파업은 없을 테니, 지금이 실적의 바닥’이라고 희망회로를 돌릴 수 있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파업은 역시 무섭구나. 이 산업은 리스크가 너무 크네’라며 고개를 젓게 됩니다.

앤츠랩은 어느 쪽이냐고요? 둘 다입니다. 떠나간 고객들은 결국 다시 돌아올 거고(싸고 빠르니까) 실적은 회복 되겠죠. 게다가 올해 1월 택배 단가까지 올렸으니 수익성은 좋아질 겁니다. 치열한 경쟁으로 한동안 떨어지기만 했던 국내 택배단가는 지난해부터 오르는 추세인데요. 워낙 택배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 택배업체가 요금을 얼마든지 올릴 수 있게 된 거죠. 따라서 1분기 실적은 삐끗했지만 연간으로 보면 꽤 괜찮습니다.

국내 택배시장 평균단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택배시장 평균단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좀더 길게 보자고요. 솔직히 노조 파업이 내년쯤 재발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CJ대한통운만이 아니라 모든 택배업체가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점? 저도 근로자라서 노조 활동이 꼭 필요하다고 보지만, ‘노사관계에 문제가 없는가’는 주식투자자들이 당연히 따져봐야 할 중요한 이슈. CJ대한통운을 포함한 택배업계는 이 점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분명합니다. 파업이 끝났다고 해서 리스크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노사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네요.

CJ대한통운 주가가 탄력을 받으려면 이런 리스크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확실한 한방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 후보군이 바로 이커머스(E-Commerce).

유통업체도 아닌데 웬 이커머스냐고요? 모르시는 말씀. 자고로 이커머스의 핵심은 물류입니다. 로켓배송으로 유통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킨 쿠팡을 보면 알 수 있죠.

'쇼핑몰에 주문 들어오면 배송은 알아서 다 해드려요'가 요즘 대세인 풀필먼트 서비스. 셔터스톡

'쇼핑몰에 주문 들어오면 배송은 알아서 다 해드려요'가 요즘 대세인 풀필먼트 서비스. 셔터스톡

풀필먼트 서비스가 왜 필요한지는 내가 온라인 쇼핑몰을 혼자 운영한다고 상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기존엔 사무실 한켠에 재고 상품 쌓아두고, 주문 들어오면 박스에 포장하고, 택배 발송하고, 반품 처리하고, 이런 작업을 쇼핑몰 운영자가 직접 했죠(아이고, 정신 없어). 그러니까 효율도 떨어지고 배송도 빠릿빠릿하지 못했는데요. 이걸 다 맡겨버리면 일이 훨씬 편하고 빨라집니다.

‘배송 속도=온라인쇼핑의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쿠팡은 초기부터 이걸 전부 직접 해버리는 방법(물건을 직매입해서 자기네 물류센터에 쌓아두고 직접 배송하는 ‘로켓배송’)을 택하고 어마어마한 투자를 해왔는데요(앤츠랩의 쿠팡 분석 참조). 직매입이 아닌 입점 방식인 네이버쇼핑은 이걸 CJ대한통운과의 제휴로 해결하기로 하고 2020년 10월 두 회사가 주식교환을 했죠. 현재 네이버가 대한통운의 3대 주주(지분율 7.85%).

그래서 이 업계 1위가 뭉친 ‘반 쿠팡 연대’가 과연 성공할 것이냐. 솔직히 답은 ‘아직 알 수 없다’입니다. CJ대한통운은 이커머스 쪽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이거든요(전체 택배 물량의 2% 남짓).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사업 투자는 내년에나 마무리될 계획. 마침 쿠팡도 ‘제트배송’이란 비슷한 서비스(직매입 없는 풀필먼트)를 강화 중인데요. 진짜 승부는 내년부터입니다.

 2016년 20만원대 중반까지 올랐던 CJ대한통운 주가는 이후 한번도 20만원선을 넘어서지 못한 채 힘을 못 쓰고 있는데요. 택배시장 경쟁이 치열했던 탓도 있지만, 또다른 요인은 이겁니다. 해외 진출.

당시 CJ대한통운은 ‘2020년 글로벌 톱5 물류기업’ 목표를 가지고 중국·말레이시아 물류기업을 M&A하며 영토확장을 시도했는데요. 중국·동남아 물류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할 거란 전망은 맞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계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렸죠. 중국 자회사는 지난해 초 매각했고, 태국과 말레이시아 택배사업도 올 1분기 접었습니다.

글로벌 물류기업의 꿈, 쉽지 않네. 셔터스톡

글로벌 물류기업의 꿈, 쉽지 않네. 셔터스톡

증권가에서는 어차피 해외에서 적자 투성이였는데 지금이라도 철수해서 다행이라고 보는데요. ‘수익성 위주 경영’을 하겠단 얘기는 솔직히 ‘성장이 막혔다’는 것과 사실상 같은 뜻이라 주가 면에선 좋기만 하진 않습니다.

동시에 국내 택배시장은 워낙 수요가 많이 늘어난 덕분에 경쟁업체들이 좀처럼 나가 떨어지지 않는데요. 한진이나 롯데글로벌로지스 모두 택배사업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나서고 있죠. 택배시장 호황 때문에 오히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1위 사업자여도 계속 피곤한 상황.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실적 바닥은 쳤지만 국내도 해외도 다 만만찮네

※이 기사는 4월 15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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