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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원에 산 장물 ‘대명률’ 보물됐다...사기 친 사설 박물관장 최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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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보물 제1906호로 지정된 중국 명나라 형법인 대명률(大明律). 조선은 형률은 대명률을 직해하여 그대로 썼는 데 이 책은 조선 초기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의 저본인 홍무 22년률(1389)로 국내외에서도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희귀본이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2016년 11월 도난 문화재로 압수해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문화재청]

2016년 7월 보물 제1906호로 지정된 중국 명나라 형법인 대명률(大明律). 조선은 형률은 대명률을 직해하여 그대로 썼는 데 이 책은 조선 초기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의 저본인 홍무 22년률(1389)로 국내외에서도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희귀본이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2016년 11월 도난 문화재로 압수해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문화재청]

중국 명나라 형법전 '대명률(大明律)'을 장물업자에게 구매해놓고 선친에게 물려받았다며 허위로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한 사설 박물관장에게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북 영천의 사설 박물관장 A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A씨의 아들 역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A씨는 2012년 5~7월경 장물업자 B씨로부터 1500만원을 주고 '대명률'을 구매했다. A씨는 이를 구매하면서 보물 등 지정문화재로 지정될 경우 B씨에게 1000만원을 더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A씨가 구매한 대명률은 조선 형법의 근간이 됐던 중국 명나라 법률 서적으로, 중국에 있는 대명률보다 판본이 더 오래돼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이었다. 대명률은 1998년 경주의 한 고택에서 도난당했다.

A씨는 그해 10월 장물로 구매한 '대명률'을 영천시청에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을 하면서 소장 경위를 '선친으로부터 받아 소장하고 있다'고 허위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나중에 보물 1906호로 지정된 대명률을 자신이 운영하는 박물관에 4년간 전시해놨다고 한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B씨로부터 대명률을 매수하지 않았고, 선친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가 지정문화재로 지정되면 주겠다고 약속한 1000만원을 받지 못한 B씨가 수사에 협조하면서 A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피고인들은 대명률의 취득 경위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하고 이를 통해 보물로 지정하게 한 이 사건 범행은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며 A씨에게 징역 5년, A씨의 아들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 A씨는 징역 3년, A씨의 아들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대명률을 제작해 문화재 지정신청을 한 것은 아니고, 대명률을 큰 훼손 없이 위탁 보관해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 부자(父子)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016년 11월 2년여간의 수사 끝에 A씨를 비롯한 문화재 전문 도굴꾼과 장물업자 18명을 입건했다. 당시 경찰은 대명률과 국보급 문화재인 동의보감 초간본 등 도난됐던 문화재 3800여점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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