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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검찰총장 사퇴에도 문 대통령 침묵하는 이유가 뭔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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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6월 1일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임기 2년의 임명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에 항의하며 김 총장이 17일 사퇴했지만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6월 1일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임기 2년의 임명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에 항의하며 김 총장이 17일 사퇴했지만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민주당 검수완박 강행하자 김오수 사표  

청와대 “입법의 시간”이라며 뒤에 숨어

김오수 검찰총장이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발의에 반발하며 어제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주당이 밀어주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던 친정권 성향의 검찰총장이 법으로 보장된 2년 임기를 1년여가량 남겨두고 전격 사퇴한 것은 충격적이다.

김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1년여 만에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 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의 인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새로운 형사법 체계는 최소한 10년 이상 운영한 이후 제도개혁 여부를 논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경우에도 공청회와 여론 수렴 등을 통한 국민 공감대와 여야 합의 등이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동안 김 총장은 민주당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까지 빼앗는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하려 하자 법무부와 국회를 오가며 부당함을 호소해 왔다. 김 총장의 사퇴 선언은 그만큼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입법이 무리라는 사실을 확인해 준 셈이다.

김 총장의 사퇴 발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법안 발의 당일 국회를 찾아간 김 총장은 “검찰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검수완박 법안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차라리 총장인 자신을 먼저 탄핵하라며 반발했다. 같은 날 김 총장의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청을 청와대가 “지금은 국회가 논의할 입법의 시간”이라며 거부하자 김 총장의 입지가 좁아졌고 검찰 구성원의 집단 반발 움직임이 거세졌다.

국회에 제출한 법안 내용도 문제투성이다. 민주당 법안에 따르면 검찰의 권한을 넘겨받는 경찰은 수사 개시부터 종결권까지 권한이 막강해지지만, 통제 장치는 사실상 사라졌다. 현행 형사소송법 197조 3에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위법행위나 인권침해가 있을 경우 검찰이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이행되지 않으면 사건을 송치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 법안은 송치받을 권한 규정을 삭제해 ‘검찰공화국’ 우려가 자칫 ‘경찰공화국’ 우려로 바뀔 수도 있다. 개정법 시행 시점에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 있으면 모두 경찰로 넘기도록 명시함에 따라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등 문재인 정부의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의 수사가 무력화될 거라는 시각도 있다.

172석을 앞세운 거대 여당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제 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이 헌법과 법치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줘야 한다. 대선 패배 이후 브레이크가 고장 난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모른 척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