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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팩트 확실해야” 했지만…정호영 부실 검증론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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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분출되는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7일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발언은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정 후보자가 사퇴할 만큼 사실로 드러난 의혹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배 대변인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씨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 (조민씨는) 명확한 학력 위변조 사건이 국민 앞에 확인됐는데, 정 후보자의 많은 의혹이 과연 그에 준하는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며 “지금까지 해명한 바로는 (범법 행위가) 전혀 없기 때문에 사례가 다르다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호영 사퇴 땐 다른 후보 검증 포화 우려

정 후보자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자녀 의대 편입학 등과 관련해 “부당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정 후보자는 회견에서 “위법적 행위나 부당한 팩트는 없다”며 공교롭게도 윤 당선인이 사용한 ‘부정의 팩트’와 비슷한 표현을 썼다. 그래서 윤 당선인과 정 후보자 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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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윤 당선인 측은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에도 ‘지명 철회는 없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인사청문회를 가서 판단을 받아보자는 입장이다. 얘기를 모두 듣고 판단할 기회를 주는 게 인사청문회의 취지 아닌가. 정 후보자가 문제가 있는지 내부에서 다시 살펴봤는데 문제 될 건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도 “인사청문회까지 가기로 정리했다. 그 정도로 드롭(사퇴)하면 누구도 못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사퇴하면 검증의 포화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등 다른 후보자들에게 쏠릴 가능성이 있다”(인수위 관계자)는 우려도 배경에 깔렸다고 한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 내부적으로는 청문회 이전 정 후보자 지명 철회라는 ‘플랜 B’도 검토하고 있다. 정 후보자의 기자회견에도 여론이 여전히 싸늘하다면 윤 당선인이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강조하며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교체할 수도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이날 기자회견 뒤 언론 보도를 세심히 모니터링하는 등 여론의 향배에 예민하게 촉각을 세웠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내부에선 정 후보자를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정 후보자가 사퇴해야 한다. 정 후보자가 거취를 정리하는 게 윤석열 정부가 추구한 공정의 가치와 맞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초선 의원도 “자녀 의혹과 관련해 공정해 보이지 않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다. 당의 한 최고위원은 “우리가 조국 전 장관에게 들이댔던 공정의 잣대와 똑같은 잣대로 정 후보자를 평가해야 한다. 정 후보자가 자진해 거취를 결정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17일)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에 응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인사청문회를 하게 되면 당 소속 의원들이 입법부 소속으로서 매우 엄밀한 평가를 해야 한다”면서도 정 후보자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실 인사 검증’도 도마에 올랐다. 정 후보자의 경우 후보자 지명 하루 전날 검증 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에선 “겨우 하루 검증한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재산 자료만 봐도 확인할 수 있는 농지법 위반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 데 대해 인수위 내부에서도 “정 후보자가 윤 당선인 친구라서 제대로 검증 안 한 거 아니냐”는 탄식이 나왔다. 인사 검증팀은 윤 당선인과 검찰 시절 인연이 있는 주진우 변호사가 맡고 있다.

장제원 “박 정부, 문 정부서도 검증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외출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외출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는 경북대학병원장으로 박근혜 정부 때 임명이 돼서 검증했고, 또 탄핵 이후에 다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정 후보자에 대해 검증을 했다. 그 자료도 우리가 받았다”며 부실 검증 논란을 반박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를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 후보자의 자녀들이 향유한 ‘아빠 찬스’가 드러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만약 지금 검찰총장이었다면, 이 정도 의혹 제기면 진작에 정호영 지명자의 자택과 경북대학교 병원에 전방위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겠냐”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친구(정 후보자)를 구하려다 민심을 잃는다. 소탐대실하지 말라”고도 했다. 전용기 의원도 페이스북에 “위법이 있는지 없는지는 그때(조국 사태 때)처럼 수사도 해보고 압수수색도 먼저 해보라. 그때 그 잣대로 현재를 보라”고 비판했다.

신현영 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당선인의 공정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총장 윤석열의 공정과 대통령 윤석열의 공정은 다른 것인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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