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녀의 의과대학 편입학과 아들 병역 관련 의혹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아빠 찬스’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 후보자가 이날 사태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아들의 진료 기록이나 연구원 출퇴근 기록 등 해명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는 내놓지 않아 의혹을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성 검증을 위한 객관적인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의혹과 관련해선 교육부의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고, 아들의 군 신체검사 등급 의혹에 대해선 국회에서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재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또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받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녀의 의대 편입학과 관련한 의혹 제기는 이날도 이어졌다. 정 후보자 딸(29)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면접 때 만점을 준 면접관 세 명이 정 후보자와 인연이 있는 의대 교수들이었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원이(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북대에서 제출받은 2017학년도 의대 학사편입 전형 자료에 따르면, 정 후보자의 딸은 구술평가에서 3고사실에서 만점을 받았다.
당시 구술평가는 지원자들이 3개의 고사실을 돌며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평가위원은 3명씩 3개의 고사실에 배치됐다.
이들은 지원자에게 두 가지를 질문한 뒤 각 10점씩 1인당 2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정 후보자의 딸은 1고사실에서 53점, 2고사실에서 51점을 받았는데 3고사실에서는 60점 만점을 받았다. 그런데 3고사실의 평가위원 A씨는 정 후보자와 경북대 의대 동문이었으며 B, C교수는 정 후보자와 논문을 함께 집필한 적이 있는 사이였다. 정 후보자 딸이 다른 고사실에 비해 3고사실에서 유독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3고사실 평가위원들이 모두 아버지인 정 후보자와 인연이 있었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자녀의 입학 사실을 다른 교수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 심사위원이 50여 명 정도 되는데 시험 당일 무작위로 임의 배정했기 때문에 청탁이 불가능한 공정한 구조”라고 해명했지만, 3고사실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은 정 후보자의 딸이 유일했다. 1, 2고사실에서 모두 만점을 받은 다른 지원자가 있었지만 이 지원자 역시 3고사실에서는 57점을 받았다.
정호영 딸, 1·2 고사실선 53·51점 … 3고사실선 60점 만점
이와 관련,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경북대 의대의 경우 160명의 전임교원(교수) 중 128명이 경북대 의대 출신으로 나타났다”며 “순혈주의가 강한 학내 분위기상 평가위원 가운데 경북대 출신으로 병원 부원장(전형 당시)까지 지낸 정 후보자와 인연이 없는 면접관이 드물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들 병역 관련 의혹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5년 만에 신체검사 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바뀌며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이 됐는데, 정 후보자가 재직 중이던 경북대병원에서 재검 병무 진단서를 받는 등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다.
17일 최혜영 민주당 의원실이 경북대병원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의무기록 증명서에 따르면 정 후보자 아들은 2013년 9월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경북대병원을 찾았다. 이듬해 1월 정씨는 같은 증세로 해당 병원을 찾았고, 약물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그 후 1년10개월(22개월)간은 병원을 방문한 기록이 없다.
정 후보자 아들이 다시 경북대병원을 찾은 건 2015년 10월 27일이다. 29일 자로 발급받은 병사용 진단서에는 “요추 5~6번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 후 외래 경과 관찰 중”이라는 소견이 적혀 있었다. 정 후보자 아들은 그로부터 열흘 뒤인 11월 6일 대구·경북지방병무청에서 실시된 두 번째 신체검사에서 ‘척추질환’으로 사회복무요원 대상인 4급 판정을 받았다. 2010년 신체검사 때 현역(2급) 판정을 받은 지 5년 만이다. 특히 아들 정씨가 최근 5년간 의료비 명목으로 쓴 비용은 약 15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에서 두 번의 MRI 검사와 병무청의 CT 검사를 거쳐 세 명의 의사가 진단한 것”이라며 “국회에서 의료기관을 지정해 주면 그 의료기관에서 제 아들이 검사와 진단을 다시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 자녀 의혹이 확산하면서 경북대는 ‘대책위원회’를 꾸리는 한편 교육부 감사를 요청키로 결정했다.
경북대 측은 이날 “정 후보자 자녀들의 편입학 특혜 의혹을 조사해 대학의 진실을 보호·유지하기 위해 법률위원회·학생처·연구산학처·대외협력처·병원 등 각 부처로 이뤄진 대책위를 18일 자로 꾸려 진실 규명에 착수하는 동시에 교육부에 감사를 신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정 후보자 모두 여전히 신중론이 우세한 기류지만, 논란이 확산하면서 정 후보자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정 후보자는 지난 16일 ‘사퇴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털어놓은 지인과 당일 저녁 한 차례 더 통화해 본인의 상황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 후보자는 지인과의 통화에서 “(내가) 마음 그대로 (표현)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지인 D씨는 17일 전했다.
D씨는 대구 지역 학자로, 정 후보자와 가까운 사이다. 앞서 16일 오전 D씨는 중앙일보에 “두 차례 정 후보자와 통화했고, 정 후보자는 ‘아이들 때문이라도 인제 그만 (대구로) 내려가고 싶다’며 ‘사퇴 의사를 인수위에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인수위 측에서 ‘아무 잘못이 없는 만큼 청문회까지 해보자’고 했다고도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후보자 측은 이날 오후 이 같은 통화 내용이 보도되자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D씨는 “갑자기 사실이 아니라는 기사가 나오는 걸 보고 ”왜 저러시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면서도 “‘마음 그대로 할 입장이 아니다’는 정 후보자의 말에 모든 이유가 다 담겨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