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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은 22%인데 韓은 28%가 없다...완전식품 모유 '2FL 비밀'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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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모유의 건강 가치

생후 1~2년간 유일하게 먹는 식품
모유의 올리고당, 우유 100배 수준
국내 분유에도 2FL 함유 제품 나와

 ‘완전식품’이라는 말이 있다. 영양소를 고루 갖추면서 건강에 도움되는 식품을 상징하는 단어다. 완전식품으로는 흔히 콩이나 우유가 꼽히지만, 이들을 일반식품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있다. 바로 ‘모유’다. 영양학 전문가들조차 “사람이 한 가지 음식만 먹고 살아야 한다고 할 때 영양학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모유”라며 “모유를 먹으면 다른 것은 안 먹어도 상관없을 정도”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모유는 사람이 태어난 후 1~2년간 유일하게 섭취하는 식품이다.

 모유가 완전식품으로 불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사람은 생후 24개월까지 급격한 성장이 이뤄진다. 이 시기에는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내분비계, 신경, 신진대사, 그리고 면역 체계까지 형성된다. 특히 영유아의 초기 면역력은 이때 형성되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달려 있다. 장내 미생물 환경이 잘 조성돼야 잔병치레를 피할 수 있고 염증성 장 질환, 아토피피부염 등 면역 관련 질환 위험도 줄어든다. 모유는 생후 24개월까지 이들 건강 요소가 제대로 형성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모유가 가진 힘이다. 김재한 충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사람은 모체에서 골격, 면역 기능 등이 발달하는 중간에 태어나는데 그 발달의 끝단에서 이를 안정화하고 단단하게 해주는 데 필요한 모든 성분이 모유에 있다”고 말했다. 탯줄을 뗀 아기의 생명줄인 셈이다.

인체 면역력 셋업하는 모유 올리고당

모유의 힘은 ‘모유 올리고당(HMO)’에서 나온다. 모유 올리고당의 기능성에 대한 연구는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모유에는 고농도의 모유 올리고당이 존재하고, 여러 메커니즘을 통해 영유아의 면역 체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표적인 것이 병원체와의 결합이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등 병원체는 장 점막의 글리칸 수용체라는 곳에 결합해 세포를 감염시키는데, 모유 올리고당이 글리칸 수용체를 모방해 병원체가 자신과 결합하도록 만든다. 모유 올리고당이 감염 위험을 줄이는 과정이다.
 게다가 모유 올리고당은 유익한 장내 세균의 성장을 촉진하는 프리바이오틱스의 역할도 한다. 즉 유익균을 먹여 살린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면역력을 확실하게 만들어주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모유 올리고당”이라며 “몸에 있는 미생물 생태계의 성격을 바꿔줘서 면역력을 셋업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면역이라는 것을 처음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모유에 든 올리고당은 다른 젖에 함유된 올리고당과 차별화된다.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압도적이다. 김 교수는 “소·양·말·염소·돼지·코알라·돌고래 등 10여 가지 이상의 포유류 젖을 분석해 봤는데 모유의 올리고당 함량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그 종류도 모유는 150여 가지에 달하지만 다른 동물의 젖에는 10여 가지 정도밖에 들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모유의 올리고당 함량은 L당 5~15g으로, 우유의 100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유에 가장 가깝게 만드는 핵심 ‘2FL’

모유 올리고당의 핵심은 2FL(투에프엘)이다. 2FL은 모유 올리고당 중에서도 함량이 가장 높은 올리고당이다. 모유 올리고당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한국인의 경우 모유 L당 평균 0.38~2.57g의 2FL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FL은 장내 유익균총 형성에 관여하면서 염증성 물질 분비를 억제해 면역 체계를 형성하는 필수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2FL 섭취 시 염증성 물질의 분비가 모유 수유한 아이 수준으로 낮게 나타나는 등 면역 체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재태 연령 37~42주로 출생한 생후 5일 된 아기 424명을 대상으로 4개월 동안 2FL 등 모유 올리고당이 함유된 분유를 먹인 결과, 일반 분유를 먹인 영아보다 TNF-알파·인터페론 감마 등 각종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농도가 모유 수유한 아이 수준인 29~83% 줄었다. 또한 2FL이 장내 유익균 증식에 도움을 줘 장내 균총도 모유 수유한 아이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모유의 영양 성분은 사람마다 다르고, 생활습관과 식습관 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모유 올리고당, 즉 2FL을 아이에게 모유를 통해 먹이면 좋지만 여건이 따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산모에 따라서는 모유에 2FL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실제로 우리나라는 28%, 서양의 경우 22%의 산모, 전체 산모 중 25%에서는 2FL이 생성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에게 모유를 통해 2FL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어렵다면, 성분을 추가로 배합한 분유를 통해 보충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 교수는 “2FL은 모유에 가까운, 좀 더 건강에 좋은 분유를 만드는 데 한발 더 나아가게 한 성분”이라고 강조했다. 2FL 성분은 그동안 해외 프리미엄 분유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2FL 성분이 함유된 분유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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