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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샤이머 "美 최대 적은 러 아닌 中…우크라 중립 선언이 해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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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최대 적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며, 중국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를 자극한 결과로, 해법은 우크라이나의 중립화에 있다고 주장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CNN의 인도 합작 매체인 CNN-뉴스18 인터뷰에서 "오늘날 세계에는 심각한 위협이 하나 있는데 바로 중국이다. 러시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아시아에서 지역 패권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위협한다"면서 "미국은 지금 중국에 레이저처럼 집중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러시아를 협력자로 둬야 한다"면서 "인도, 러시아, 미국이 한마음으로 협력해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느라 너무 바빠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에서 동맹국에 중국을 어떻게 봉쇄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싸워서는 안 된다.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러시아와 다시 동맹을 맺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빗대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로 한 명의 승자가 있다. 그 승자는 중국"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경쟁 전략 부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미국은 중국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데 골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립 인도, 중국과 국경 분쟁 때문에 러시아 의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인도가 중립을 표방하며 대러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데 대해 미국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당연히 서운한 마음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인도가 러시아 손을 놓지 않는 이유는 인도와 중국 간 국경 분쟁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를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중국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이 인도와 러시아 사이 틈을 벌리는 것은 전략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그들(인도와 러시아)이 함께 일하고 있는 사실에 기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어진 데 대한 근본적 책임은 미국과 서방에 있다고 봤다. 그는 오래전부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 확장은 러시아를 자극하고, 결국 푸틴이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있어 러시아가 잠재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미국은 나토 가입 문제를 놓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곰'의 눈을 찌르도록 유도했고 "어리석게도 러시아에 싸움을 걸었으며, 동유럽에서 수렁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접경지에 서방의 방어벽(Bulwark)으로 삼은 문제"라면서 2008년 4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이 발단이었다고 봤다.

당시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당장은 아니지만, 장차 나토 회원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은 즉각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분명히 경고했다.

"푸틴, 핵 사용 가능성…우크라, 스스로 중립 선언이 해법"

대부분 전문가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정복하고 더 큰 러시아로 통합해 옛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려 전쟁을 벌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어샤이머 교수는 "그건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그러한 주장을 지지하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나토 가입을 희망하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이고, 이것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접적 이유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중립을 선언할 때 비로소 사안이 종료될 것으로 봤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중립국이 되는 것이 해결책"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이 되고 러시아 국경의 서부 방어벽이 되는 것에 대한 어떠한 이익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시점에 어떻게 중립적인 우크라이나를 얻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중립적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승리가 될 것이고, 이는 미국과 유럽 동맹들을 언짢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전쟁이 장기화할 개연성이 크다고 봤다. 미국, 러시아, 나토, 우크라이나 어느 쪽도 전쟁에서 지는 것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쟁이 낮은 강도로 길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은 참전만 안 했지 사실상 러시아와 직접 싸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지면 미국,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수치심을 안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받기 시작하고 붕괴 직전까지 갈 경우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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