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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 월세 그리고 이것…이은해·조현수 4개월 '증발의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계곡 살인’ 피의자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씨는 어떻게 4개월간 ‘증발’할 수 있었을까. 밀항 가능성이 떠돌았지만, 정작 이씨와 조씨가 숨어있던 곳은 도심 속 신축 오피스텔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규 입주가 많아 이웃 간의 교류가 적어서 시선을 끌지 않고 배달 등으로 생필품을 구하기 쉽다는 이점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왼쪽부터 차례대로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공실과 승강기 많은 월세 오피스텔 선택

이씨 등은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거용 오피스텔에서 올해 초부터 생활해왔다는 게 수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24층 오피스텔의 22층에서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층은 전용면적 18~29㎡의 원룸 혹은 1.5룸(주방과 합쳐진 거실과 방 하나가 있는 주거 형태)으로 구성돼 있다. 분양대행사 직원은 “월세가 많다. (보증금을 제외하고) 원룸은 월세 60만~70만원, 1.5룸은 90만~12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 오피스텔은 지난해 12월부터 입주가 진행됐다.

신축 건물이라 공실이 많고 승강기도 여러 대라 이웃과 마주칠 일이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오피스텔 입주율은 약 70%다. 이씨가 산 동은 560여 호실이 있고 오피스텔 곳곳엔 아직 입주가 되지 않아 현관문에 비닐과 입주 안내문이 그대로 붙어 있는 호실이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비상용을 포함해 네 대였다. 음식이나 생필품을 손에 든 배달 기사가 현관문을 자주 오가는 것도 눈에 띄었다. 경찰이 이씨를 검거할 당시 이씨가 살던 호실에서 생수 박스 3~4개 등이 발견됐다고 한다.

지난 16일 오피스텔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정말 이 동에 이씨가 있었냐. 그럼 (평소에) 스쳐 갔을 수도 있었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근 식당과 편의점 직원들도 “경찰이 온 걸 보고 알았다” “평소에 봐도 몰랐을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인천지검으로 압송될 때 검은 모자에 흰 마스크, 안경을 쓰고 있었다. 전면에선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검찰 “조력자 유무도 수사”

지난 16일 이씨와 조씨와 거주했던 오피스텔 내부 모습. 이병준 기자

지난 16일 이씨와 조씨와 거주했던 오피스텔 내부 모습. 이병준 기자

검찰은 이씨 등이 이 오피스텔을 구하는 과정에 조력자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다른 이름이나 온라인으로 계약했을 수 있다”며 “직접 계약을 하러 왔다고 해도 마스크를 끼면 알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임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세입자가 제3자에게 방을 다시 세 놓는 불법 전대차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은 기존 혐의사실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조력자 유무는) 수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형법상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다만 친족의 경우는 처벌이 면해진다.

도주 124일째, 공개수배 17일 만에 검거

이씨 등은 살인·살인미수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인 지난해 12월 14일 도주했다. 검찰은 도주 107일째인 지난달 30일 이씨와 조씨를 공개 수배했다. 검·경 합동 수사팀은 탐문을 통해 이씨 등이 숨은 장소를 특정했고 이씨의 아버지를 통해 자수를 권유한 끝에 도주 124일째인 지난 16일 두 사람을 검거했다. 검찰이 공개수배를 발표한 지 17일 만이었다.

‘계곡 살인’ 사건 개요 ‘계곡 살인’ 사건 개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계곡 살인’ 사건 개요 ‘계곡 살인’ 사건 개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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