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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니 머리 핑' 빈혈 아니었네...치매 부르는 '오싹한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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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성 질환 대처하기
자율신경계 균형 무너지면 발생
방치하면 치매로 이어질 수도
하루 2L 이상 충분히 수분 섭취

일어날 때 본색을 드러내는 질환이 있다. 바로 ‘기립성 조절장애 증후군’이다. 오랜 시간 누웠거나 앉아 있다가 일어서고 나서 눈앞이 깜깜해지거나 머리가 ‘핑’ 돌고, 구역감이 든다. 심하면 몸을 가누지 못하고 갑자기 쓰러진다. 많은 경우 빈혈·공황장애 등으로 오인해 방치했다가 외상을 입어 병원에 왔다가 진단받는다.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임홍의 교수는 “이 증후군은 대부분 교감·부교감 신경 간 균형이 깨지는 등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일어선 후 1~3분간 증상

기립성 조절장애 증후군에 해당하는 질환은 크게 세 가지다. ^기립성 저혈압
^미주 신경성 실신 ^체위 기립성 빈맥이 그것이다. 각각의 발생 기전이 다르다. 우선 ‘기립성 저혈압’은 일어선 직후 혈압이 크게 떨어지는 질환이다. 누웠다가 일어서면 중력의 영향으로 피가 다리에 쏠리면서 혈압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는데, 정상인은 자율신경계가 바로 작동해 다리 혈관을 수축하고 피를 상체로 올려 보내 혈압이 정상으로 회복한다. 하지만 기립성 저혈압 환자의 경우 자율신경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기립 후 3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이 20㎜Hg, 이완기 혈압이 10㎜Hg 이상으로 떨어진다.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신진호 교수는 “머리 등 상체로 혈류가 공급되지 않아 만성 피로감, 두통, 멍한 느낌, 균형감각 이상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이 질환은 평소 혈압과는 상관이 없어 고혈압 환자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이 질환을 방치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주 신경성 실신’은 기립 후 맥박·혈압이 떨어져 쓰러지는 질환이다. 부교감신경이 과하게 항진돼 심박수가 1분당
50회 미만의 서맥(느린 맥박)이 발생하며, 수축기 혈압이 90㎜Hg 미만으로 저혈압이 발생해 의식 소실(실신)이 나타난다. 임 교수는 “실신은 뇌가 피를 공급받기 위해 뇌의 높이를 심장의 높이와 맞추려는 몸의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보통은 한번 쓰러지면 수초에서 수분 이내로 의식이 저절로 회복된다. 문제는 실신 과정에서 머리를 부딪치거나 눈 옆, 이마 등이 찢어지는 등 외상을 입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이다. 전구 증상을 빠르게 감지해야 한다. 서 있을 때 식은땀이 나거나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별이 보일 수 있다. 속이 메스껍고 구역, 구토감이 있거나 배가 아프고 대변을 보고 싶은 느낌, 전신 무기력증, 숨찬 증상도 동반한다.
 ‘체위 기립성 빈맥’은 서 있을 때 맥박이 빨라지는 질환으로, 교감신경이 과하게 항진될 때 발생한다. 건강한 사람은 누워 있다 일어날 때 다리와 복부 장기로 혈액이 500~1000㏄ 저류되는데, 이때 1분당 심박 수가 누웠을 때보다 12.3회 더 많아진다. 수축기 혈압은 6.5㎜Hg 낮아지며 이완기 혈압은 5.6㎜Hg 높아졌다가 30초에서 1분 이내에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체위 기립성 빈맥 환자는 일어선 후의 1분당 심박 수가 누웠을 때보다 30회 넘게 많아지거나, 1분당 심박 수가 120회가 넘는 등 맥박이 빨라져 두근거림이 이어진다.

몸 기울이며 맥박·혈압 측정

기립성 조절장애 증후군이 의심되면 순환기내과를 찾아 ‘기립 경사대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환자를 검사용 테이블 위에 눕혀 고정하고, 테이블의 각도를 90도에 가깝게 세우면서 실시간 맥박·혈압·어지럼증 등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심부전·부정맥 등 심장 질환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심장 초음파검사를 병행할 수 있다. 이 증후군의 유일한 치료법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약물·수술적 치료법이 없다. 가장 중요한 생활습관은 ‘하루 2L 이상의 수분 섭취’다. 몸속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액량이 줄어 뇌로 가는 혈액량도 줄어든다. 커피·녹차 등 카페인이 많은 음료는 이뇨 작용을 하므로 하루 한 잔 이하로 자제한다. 땀을 많이 흘린 경우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다리 근력 강화’도 중요하다. 다리 근력이 떨어지면 정맥판막의 개폐 기능과 혈관 수축 능력이 모두 저하돼 혈류가 정체된다. 특히 노인은 목욕·반신욕 때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하며 천천히 일어서야 한다. 근육량이 적은 데다 다리 혈관이 이완된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났다간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크게 다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은 ‘눕는 것’이다. 뇌로 피가 빠르게 공급돼 증상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지하철·사무실 등 눕기 힘든 장소라면 웅크리고 앉기, 선 채로 다리 꼬고 힘주기, 까치발 서기 등으로 다리 혈액을 최대한 수축시켜 상체로 피를 올려 보내야 한다. 이들 질환은 자율신경계의 이상이 원인인 만큼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무섭거나 자극적인 영화, 불쾌한 냄새, 환기가 안 되는 혼탁한 장소 등은 스트레스를 유발해 증상을 발현시킬 수 있다.
쓰러진 환자가 있을 땐 눕힌 채로 지켜봐야 한다. 억지로 상체를 세우면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다. 임 교수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정신을 차리기 위해 찬 바람을 쐬러 나가려다간 실신으로 인한 외상을 입기 쉬우므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자율신경계 이상을 야기하는 원인도 있다.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합병증, 파킨슨병, 뇌졸중 등은 대표적 원인 질환으로, 질환 치료에 철저해야 한다. 전립샘비대증 환자의 방광 기능을 강화하는 약은 혈압을 떨어뜨려 기립성 저혈압을 악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약을 낮에 먹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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