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Cs 영향력 커졌다…달라진 세계 자동차 시장 지형도

중앙일보

입력 2022.04.17 17:43

업데이트 2022.04.17 17:48

주요 자동차 시장 지난해 판매규모. 그래픽 김경진 기자

주요 자동차 시장 지난해 판매규모. 그래픽 김경진 기자

중국·인도 시장 확대와 현대차·기아의 약진. 

지난해 자동차 시장을 요약한 말이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고, 미국에선 일본차가 사상 처음 1위 자리에 올랐다. 중앙일보는 1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집계한 지난해 주요 자동차 시장 판매량을 국가별로 비교·분석했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 테슬라는 중국 판매량이 2020년 대비 252.2%나 늘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 테슬라는 중국 판매량이 2020년 대비 252.2%나 늘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①세계 최대 중국…테슬라가 수혜 누려

지난해 주요국에서 팔린 차량 대수는 5591만5000대로 2020년(5353만8000대)과 비교하면 4.4%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를 극복하진 못했다. 6249만1000대가 팔렸던 2019년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10.5% 감소했다.

중국은 달랐다. 지난해 2148만2000대가 팔리면서 주요 자동차 생산 국가 중에서 드물게 코로나19 이전 판매량(2144만대·2019년)을 회복했다. 덕분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시장 영향력은 더 커졌다. 2020년 전 세계 37.7%를 점유했던 중국은 지난해 38.4%로 점유율을 확대했다.

이는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한 덕분이다. 중국 시장에서 팔린 자동차 중 순수전기차(272만대)는 12.7%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가 약 60만대 팔리면서 2020년(25만대)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최대 수혜자는 미국 테슬라다. 2020년 중국에서 13만7000여 대를 팔았던 테슬라는 지난해 48만4000여 대를 판매하면서 주요 자동차 제조사 중 판매량이 가장 많이 신장했다(252.2%).

반면 한국차는 인기가 하락세다. 2020년 대비 현대차는 19.2%, 기아는 35.3% 각각 판매량이 줄었다. 이 자리를 대체한 건 중국 자동차 업체다. 2020년 대비 판매량이 24.9% 늘었다.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 판매량이 75.4% 확대했고, 체리차도 36.9% 증가했다. ‘쌍용차 먹튀’ 사태로 유명한 상하이차(212만3000대) 역시 17.8% 더 팔았다.

도요타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도요타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②도요타, 사상 처음 미국 시장 1위

중국과 함께 양대 자동차 시장을 보유한 미국에선 지난해 1492만7000여 대의 차량이 팔렸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듯했지만(29.3%), 하반기 차량용 반도체 조달 문제로 고꾸라졌다(-17.7%).

일본 자동차 제조사인 도요타는 지난해 연간 233만2262대를 판매하며 사상 처음으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220만3064대)를 추월했다. GM이 미국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준 건 1931년 이후 처음이다.

포드(182만1788대)·크라이슬러(173만1840대) 등 전통 미국 자동차 3사가 그 뒤를 이었다. 혼다(146만6630대)·닛산(97만7639대) 등 일본차도 많이 팔린다.

테슬라(62.8%)를 제외하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가장 빠르게 늘린 건 한국차다. 현대차(78만7702대)가 2020년 대비 판매량을 23.3% 늘렸고, 기아(70만1416대)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19.7% 증가했다. 미국 3사와 일본 3사에 이어 현대차가 7위, 기아가 8위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25.0%를 점유했다. 사진은 독일 볼푸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의 로고. [AFP=연합뉴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25.0%를 점유했다. 사진은 독일 볼푸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의 로고. [AFP=연합뉴스]

③친환경차 시장 커지는 유럽…폭스바겐·스탤란티스 양강

유럽 자동차 시장은 체질 변화 중이다.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유일하게 지난해 판매량(1177만5000대)이 감소했다(-3.1%). 대신 2020년 150만대가 팔렸던 전기차 시장은 226만대로 65.7%나 커졌다. 유럽에서 팔린 차 5대 중 1대가 전기차였다는 의미다(19.2%).

독일 폭스바겐그룹(294만4000대)과 스탤란티스(237만9000대)는 유럽 최다 자동차 판매 기업이다. 3위 르노그룹(109만4000대)과 격차를 더 벌렸다. BMW(85만9000대)·다임러(67만9000대) 등 독일차도 유럽서 많이 팔린다.

쟁쟁한 명차 브랜드를 보유한 유럽에서 아시아 자동차 제조사는 상대적으로 열세다. 다만 일본차 대신 한국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현대차(51만6000대)·기아(50만3000대)가 판매량을 20% 이상 늘리는 동안, 닛산(2만4900대·-14.2%) 등 일본 완성차 제조사 판매량은 평균 0.8% 감소했다.

변수는 정책이다. 독일은 2023년부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하고, 전기차도 주행거리가 최소 80㎞ 이상인 차량에만 보조금을 준다. 프랑스도 오는 7월부터 친환경차 보조금을 최대 27% 축소한다. 영국은 비싼 차량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친환경차 보조금을 줄인다. 올해부터 3만2000파운드(5110만원)를 초과하는 전기차를 살 경우 구매보조금을 못 받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는 줄줄이 러시아 시장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 최대 자동차 판매량을 기록 중인 라다자동차 로고.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는 줄줄이 러시아 시장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 최대 자동차 판매량을 기록 중인 라다자동차 로고. [AFP=연합뉴스]

④인도·러시아 1위 노리는 현대차·기아

인도는 지난해 주요국에서 자동차 시장 규모가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판매량(308만대)이 26.7% 늘었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량이 급성장하고 있다. 2019년 전체 판매량의 39%였던 SUV 판매량은 지난해 50%를 차지했다.

인도에서 최고 인기는 일본차다. 지난해 팔린 차 중 52.7%를 일본 자동차 제조사가 만들었다. 특히 마루티스즈키의 지난해 판매 대수는 136만5000대로 인도 시장의 44.3%를 점유했다.

한국차도 판매량을 차츰 늘리는 추세다. 지난해 현대차는 50만5000대를 판매해 2위를 차지했고 기아가 18만2000대를 팔아 5위였다. 타타(33만4000대)·마힌드라앤마힌드라(20만3000대) 등 인도 현지 자동차 제조사가 각각 3위와 4위다.

한국 입장에서, 인도 시장 구도는 러시아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러시아 현지 업체(라다)가 러시아 시장의 21%를 점유한 가운데, 기아(20만6000대·2위)·현대차(17만2000대·4위)가 통합 점유율 22.6%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줄줄이 철수를 선언하면서 올해 시장 규모는 많이 축소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신흥 시장에서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2위, 기아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2위였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매장.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신흥 시장에서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2위, 기아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2위였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매장. [연합뉴스]

⑤너도나도 눈독…절대 강자 없는 브라질·멕시코

브라질(197만4000대)·멕시코(100만8000대) 등 중·남미 신흥 시장도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브라질·멕시코는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 춘추전국 시대다.

브라질에선 스탤란티스가 시장의 24.4%를 점유한 가운데, 폭스바겐(15.8%)과 GM(12.2%)도 많이 팔린다. 현대차(9.3%)·도요타(8.7%)도 연간 15만대 이상 판매한다. 멕시코에선 닛산이 가장 인기다(20.3%). 폭스바겐(12.9%)과 GM(12.6%), 도요타(9.0%)를 선택한 소비자도 많다. 기아(8.1%)가 이들의 뒤를 이어 시장 점유율 5위를 기록 중이다.

권은경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산업연구실장은 “전기차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추세를 고려해 현지 자동차 판매 전략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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