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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금리 실화냐…영끌족 '이자폭탄' 공포 커지게한 전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금리 상승기 '이자 폭탄'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인상(연 1.25→1.5%)한데다 오는 19일 청문회에 출석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기준금리 결정 시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할 건 물가의 상방위험”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말까지 한은이 기준금리를 2%대로 올릴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의 부담과 고민도 더욱 커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 6%를 넘어서는 등 대출 금리 인상이 가파르다.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 6%를 넘어서는 등 대출 금리 인상이 가파르다.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최고금리가 연 6%를 넘어섰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18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3.98~6.38%로 지난해 말(연 3.6~4.978%)보다 금리 상단이 1.4%포인트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은 연 3.71~5.07%에서 연 3.420∼5.342%로 상단이 0.272%포인트 높아졌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시중은행 대출금리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금리가 뛴 건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가 지난해 말 2.259%에서 지난 15일 3.428%로 1%포인트 이상 뛰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는 같은 기간 1.55%에서 1.72%로 올르며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적었다.

대출금리 오름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해 말까지 적어도 연 2%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 등의 긴축 가속화와 함께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지금 상황에서 기준금리 결정 시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물가의 상방 위험”이라며 “성장의 하방 위험보다 물가의 상방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올라가는 예·적금 금리도 대출금리를 끌어올린다. 주요 시중 은행들은 18일부터 예·적금 상품금리를 최대 0.4%포인트씩 올린다. 높은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에 대한 비판 등으로 기준금리 인상 폭(0.25%포인트)보다 올라가는 속도가 빠르다.

예금 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이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도 늘어나게 되면서 대출금리도 오르게 된다. 코픽스 산정에는 예·적금 금리의 반영 비율이 가장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런 이유로 은행권 일부에서는 주담대 금리가 올해 최고 7%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시중은행 여신 부문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연 2% 이상으로 오르면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도 최고 연 7%대에 도달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담대 금리가 연 7%를 넘어선 건 2009년이 마지막이다.

다만 변수는 있다. 각 은행은 올해 들어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들자 대출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주담대 고정금리 상품의 우대금리를 0.45%포인트 낮춘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줄었다. 가계대출 금리가 지나치게 치솟으며 부동산·주식 등에 대한 ‘빚투’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는 높아지겠지만, 은행들이 외형 확대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대출금리가 연 7%는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미국연방준비제도(Fed)]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이미 연말까지의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했다는 시각도 있다. 국고채 3년물의 경우 올해 연말에는 현재보다 금리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와의 금리 차와 금리 인상 반영 정도를 고려하면 국고채 3년물 금리 고점은 3% 수준”이라며 “연말 금리 수준은 현 수준보다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고채 3년물은 지난 11일 연 3.186%로 201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금리가 오르며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대출과 사업자대출을 동시에 받는 자영업자의 경우 이자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은 6조4000억원가량 늘어난다.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조치까지 종료되면 대출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 총재 후보자도 "금리상승 등으로 소득여건이 어려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잠재부실위험이 현재화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원회 등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5일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이에 따른 취약 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잘 검토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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