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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 핵사용" 위협한 北, 전술핵으로 도발 스타트 끊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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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17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17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16일 함경북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하며 남한을 노린 '전술핵 능력'을 과시했다.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4월 15일) 110주년을 맞아 내부적으로 축제 분위기를 고취시킨 뒤 곧바로 '도발 모드'로 전환, 남한을 타깃으로 삼는 분위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13번째다.

17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미사일 발사 현장 참관 사실을 밝히며 "신형 전술유도무기 체계는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 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전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5일 대남 핵무력 사용을 거론한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은 대남 전술핵 운용을 강화하기 위한 신형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직접 참관한 것이다.

尹 정부부터 노린 김정은

당초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최고의 명절로 꼽는 김일성 주석의 110회 생일을 전후로 군사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시설에 대한 집중 감시에 들어갔다. 하지만 북한은 청년·학생들의 야회(무도회), 불꽃놀이, 군중시위 진행 등 내부적으로만 축하하며, 일단 무력 도발은 없이 넘어갔다.

김 위원장도 평양의 송신·송화지구 1만 세대 살림집(아파트) 및 보통 강변의 김 주석 옛 사저(5호택 관저) 자리에 신축한 고급 주택단지 준공식에 참석하면서 민생에 주력하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김 위원장이 직접 대남 전술핵 위협으로 도발 재개의 스타트를 끊은 건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청년학생들의 야회가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갖가지 축포탄들이 화려한 빛깔을 내뿜으며 광장 상공에 다채로운 화광을 수놓을 때마다 관람자들의 경탄과 환성이 연해연방 터져올랐다"라고 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은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청년학생들의 야회가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갖가지 축포탄들이 화려한 빛깔을 내뿜으며 광장 상공에 다채로운 화광을 수놓을 때마다 관람자들의 경탄과 환성이 연해연방 터져올랐다"라고 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이번에 시험발사한 미사일의 정확한 제원을 밝히지 않은 채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을 강조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합동참모본부는 해당 미사일이 고도 약 25km로 약 110km를 비행했다고 밝혔는데, 한국에 직접적 위협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볼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제 태양절축제는 막을 내리고 '강대강' 대결의 시간이 도래했다"면서 "북한이 전술핵 운용을 언급한 대목은 대선 기간에선제타격을 언급했던 윤석열 새정부를 겨냥한 경고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핵전투무력 강화' 주문 김정은, 다음 행보는

김 위원장은 이처럼 한국의 정부 교체기, 길게는 5월 말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까지 내다보고 '도발 스케줄'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최근 잇달아 대규모 열병식 준비, 핵실험장 복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동향 등을 포착했다. 태양절을 넘겼다 뿐이지, 이런 고강도 '군사도발 카드'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7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7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시기적으로도 북한이 도발을 노릴 수 있는 기회들이 있다. 한·미 양국은 내일부터 상반기 연합훈련의 '본훈련'에 해당하는 연합지휘소훈련(CCPT)을 진행한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7일 연합훈련에 대해 "불을 즐기는 자, 불에 타죽기 마련"이라고 위협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마침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18일부터 닷새간 방한한다. 현 정부뿐 아니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인사들과도 접촉해 새 정부와의 북핵 공조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은 김 주석의 생일 직후인 16일을 도발 재개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방위력과 핵전투무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나서는 강령적인 가르치심을 주셨다"면서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제시한 목표를 연이어 달성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향후 자신들의 국방발전계획에 따라 도발을 지속해 나갈 것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이 전술핵용임을 더는 숨기지 않았다"며 "다각화된 전술핵 무기를 지속 개발해서 한·미의 미사일 방어망을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시험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주요 특징. 연합뉴스.

북한이 시험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주요 특징. 연합뉴스.

이와 관련, 북한군의 전술핵 운영 개념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신형 전술유도무기체계는 전선 장거리 포병부대들의 화력타격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고 전했는데, 전술핵 운영의 주체가 전략군에서 접경지역의 포병부대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전술핵의 운영 주체가 전술 제대로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측면에서 우려가 된다"며 "그런 측면에서 신형 미사일의 사거리를 줄이고 4발의 미사일을 연속해서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北 이럴수록…힘 실리는 확장억제

한‧미 당국은 북한의 도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와 독자 제재를 동시에 추진하며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에이브러햄 링컨함(CVN-72) 훈련 등과 같은 무력 시위를 통한 군사적 억지력 과시도 꾸준히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10만t급)가 동해 공해상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훈련을 하는 모습. 이번 훈련은 핵실험 준비 동향이 포착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10만t급)가 동해 공해상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훈련을 하는 모습. 이번 훈련은 핵실험 준비 동향이 포착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북한이 이처럼 한국을 직접적인 핵 위협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역설적으로 윤 당선인 측이 강조해온 한‧미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데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 한‧미 정상급에서 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며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의 삼각 대북공조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윤 당선인 측은 이날 오는 24일 미국에 이어 일본에도 정책협의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국회 부의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은 향후 북핵 대응 방안과 한·일 관계 개선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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