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머니랩 구독전용

[앤츠랩]1년 만에 20배 올랐다? 돈 있어도 못 사는 미술투자의 세계

중앙일보

입력

 미술투자, 아트테크 같은 단어가 몇년 사이 낯설지 않게 됐습니다. 그만큼 미술품을 투자의 관점에서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요. 유망 신진작가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맨션나인의 이영선 대표를 만나 미술투자 초보자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미술투자도 은근히 주식투자와 통하는 점이 많더라는!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인 이영선 대표는 대기업에서 10년간 근무하다가 2019년 맨션나인을 창업했다. 취미로 미술수집을 하다가 업으로 하게 됐다. 우상조 기자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인 이영선 대표는 대기업에서 10년간 근무하다가 2019년 맨션나인을 창업했다. 취미로 미술수집을 하다가 업으로 하게 됐다. 우상조 기자

MZ의 미술투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2019년 창업 이후 3년 사이의 변화를 느끼시나요?
“일단 시장이 굉장히 커졌죠. 2020년 국내 미술시장이 3000억원 규모였는데 지난해 9000억원 규모가 됐으니까요. 또 기존 미술 컬렉터는 50, 60대가 다수였는데, 이제 아트페어나 갤러리 관객이 매우 젊어졌어요. 저희 고객도 30, 40대가 가장 많죠. 미술품이 주는 심미적 만족감이 SNS세대인 MZ 성향과 잘 맞기도 하고, 월급 모아 명품 사는 소비 패턴과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미술품이 정말 투자할 만한 자산일까요? 투자대상으로서 미술은 어떤 매력이 있는 거죠?
“미술품에 투자하는 목적은 세가지에요. 예쁘니까 좋은 심미적 만족감, 작가를 후원한다는 의미의 심리적 만족감, 나중에 작품가격이 오를 거란 경제적 수익. 전통적으로는 ‘심미적+심리적 만족감’이 컸는데요. 이젠 경제적 수익이 더 부각되는 트렌드이긴 해요. 하지만 저는 ‘경제적 수익이란 목적을 가장 앞에 두는 걸 경계하라’고 얘기합니다. 작품 가격이 오를 거라는 건 사실 ‘희망’일 뿐이거든요. 감가(가치의 감소)를 보면 미술시장이 굉장히 무서워요. 예를 들어서 유명한 작가 작품을 사더라도 만약 작가가 사고를 쳐서 사회적 이슈를 만든다면, 작품가는 0이 됩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선 아파트라는 공간의 제약 때문에 10호~30호 크기의 그림이 가장 활발히 거래된다"고 설명한다. 우상조 기자

이 대표는 "한국에선 아파트라는 공간의 제약 때문에 10호~30호 크기의 그림이 가장 활발히 거래된다"고 설명한다. 우상조 기자

아예 0이 된다고요? 아무도 안 사는 거군요!
“유명하지 않은 작가 작품을 샀을 땐 그 작가가 유명해질 때까지 계속 활동을 해야만 하는 건데, 중간에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또 0이 되죠. 또 경제적 수익이란 관점에선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저렴하게 사야 하는 건데요. 문제는 그게 답이 없다는 겁니다. 인기작가는 늘 공급보다 수요가 많거든요. 작품이 10점밖에 없는데 대기하는 컬렉터가 100명이면 갤러리스트가 10명을 선택하는데요. 선택이 되려면 기존에 관계가 형성돼있어야 합니다. 즉, 갤러리스트가 아는 사람이어야 하는 거죠.” 
갤러리가 아무한테나 작품을 팔지 않는다더라고요.
“컬렉터의 직업은 뭔지, 이전에 어떤 작품을 수집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갤러리가 다 알고 있는 상태여야 하는데요. 새롭게 진입한 컬렉터가 그런 관계를 만들기엔 시간도 많이 들 뿐더러, 도대체 어느 채널을 통해야 하는지도 모르죠. 그래서 이들이 투자목적으로 유명 작품을 사고 싶어 가는 곳이 옥션(경매)입니다.
갤러리에서 그림이나 하나 사볼까? 죄송하지만, 아무한테나 안 팝니다. 셔터스톡

갤러리에서 그림이나 하나 사볼까? 죄송하지만, 아무한테나 안 팝니다. 셔터스톡

옥션은 돈을 많이 부르면 무조건 살 수는 있으니까요.
“그런데 옥션의 낙찰가격은 이미 미래 가치까지 제시해서 사오는 거거든요. 과연 내 세대 안에 그 가치까지 오를 수 있을지는 고민을 해봐야 해요. 지금의 옥션 낙찰가는 1년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게 책정돼있어요. 기존 컬렉터 분들은 옥션을 통한 구매 의사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너무 비싸서요?
“네. 쉽게 얘기해드리자면, 지난해 초 나름 인지도 있는 작가 작품을 250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었던 게 지금은 4000만~5000만원이라고 하더라고요.”
와, 1년 만에 20배요?
“2021년부터 생긴 특이한 현상인데요. 그래서 사람들이 거품이라고 경계하고 있어요. 유명 작가 작품을 사고 싶은데 살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다 보니 형성된 거품이고요. 어쩌면 지금 그 가격으로 구매한 작품이 수익을 내려면 이런 버블이 앞으로 몇번 더 와야만 할지도 몰라요. 저는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열심히 활동하는 신진작가분들의 작품을 바라보기를 추천드려요. 신진작가들은 작품가격이 유명작가와 굉장히 많이 차이 나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시간과 경험이 덜 쌓였을 뿐이고, 시간과 경험이 쌓이면 충분히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거든요.”
 이영선 대표는 "돈이 많은 컬렉터일수록 작품선택에 까다롭다. 몇십만원짜리 작품도 스터디를 충분히 한 뒤 신중하게 산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이영선 대표는 "돈이 많은 컬렉터일수록 작품선택에 까다롭다. 몇십만원짜리 작품도 스터디를 충분히 한 뒤 신중하게 산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그러려면 작품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할 텐데요.
“책으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경험이 쌓여야 해요. 팁을 드리자면 갤러리나 미술관을 다니면서 작품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고 이 재료의 특성이 뭔지를 보세요. 동일한 재료여도 기법에 따라서 다르게 표현되는데요. 유명 작가 작품을 보다보면, 같은 재료의 그림이 서로 비교가 되면서 보는 눈이 생기거든요. 또 두번째로는 작가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창작의도인지, 이력은 어떤지 보시고요. 어떤 작품을 봤을 때 내가 느낀 바를 내 언어로 이야기 할 수 있을 때, 그걸 바로 ‘안목이 생겼다’라고 표현하는데요. 그렇게 안목이 생겼을 때 신진작가 작품을 보고 ‘이 작품 좋네’라고 해서 컬렉팅한다면 그게 결국 경제적 수익을 가져오게 되더라고요.” 
무슨 투자이든 성공하려면 기본기를 갖추는 시간이 필요한데, 미술은 그게 바로 안목이고 그건 작품을 많이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군요.
“신진작가 작품을 살 때 저는 소속이 있냐 없냐를 중요하게 봐요. 갤러리가 전속 계약을 맺었다는 건 ‘이 작가가 미래에 성장할 것’이란 평가를 내렸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소속이 있는 작가의 작품에 주목하라고 얘기합니다.” 
 이영선 대표는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이 부족한 컬렉터들이 재판매에 나서게 될 거라서 하반기부터 미술품 거래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상조 기자

이영선 대표는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이 부족한 컬렉터들이 재판매에 나서게 될 거라서 하반기부터 미술품 거래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상조 기자

주식으로 치면 비상장사와 코스닥상장사의 차이 같은 느낌이려나요.
“신진작가는 보통 경력이 10년 미만이라, 그동안은 기회가 적어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던 건데요. 갤러리가 전속 계약을 맺었다는 건 계속 활동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의미죠.”
주식은 테마주처럼 유행이 있잖아요. 미술시장도 트렌드가 있을 텐데요.
“일단 ‘인기작가’라는 트렌드는 분명히 있지만 아까 말씀 드렸듯이 그걸 쫓아서 컬렉팅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요. 그밖의 트렌드라면 NFT(대체불가토큰), 아트테이너(연예인 작가), 조각판매, 오픈런(갤러리, 아트페어 오픈 전 줄서기)이 있죠.” 
조각판매 플랫폼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조각판매는 소액투자 개념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죠. 투자자 심리를 잘 반영한 재미있는 사업 모델입니다. 다만 조각판매는 작품 가격이 반드시 올라가야 하는 거라, 세계 미술시장에서 핫한 작품을 가져올 수밖에 없어요. 투자하는 작품이 좀 한정적이죠. 그래도 미술을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분한테는 그런 플랫폼이 더 맞겠고요.” 
NFT도 핫했는데요.
“저희도 NFT를 발행해서 판매도 하고 있는데, 저는 이걸 하나의 미술 장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작가의 원화를 구매하기 어려우니까 판화를 만들어서 저렴하게 살 수 있게 하는데요. 이렇게 원하는 작품을 즐기는 하나의 표현방법으로 NFT에 접근하고 있어요. 투자수단으로서의 NFT는 아직 좀 빠른 것 같아요.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아직은 없는 시장이니까요. 차라리 돈을 좀 모아서 원화를 사는 게 더 확실하지 않을까요.” 
개인간 미술품 직거래 플랫폼도 준비 중이시라고요.
“‘딜링아트’ 플랫폼 베타서비스를 5월에 시작하는데요. 지금은 구매한 미술 작품을 재판매할 루트가 제한적이에요.  옥션을 이용할 수 있는데, 옥션은 작품을 선정할지 말지 주도권이 옥션사에 있거든요. 또 오프라인 기반이라 수수료도 20~30%로 높고, 각종 서비스까지 이용하면 30% 이상이 되기도 하고요. 이걸 온라인 기반을 해서 수수료 총 9%(판매자 3%, 구매자 6%)로 낮출 겁니다.” 

by.앤츠랩

※이 기사는 4월 15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