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 여기 있는 줄 몰랐다" 은신처 오피스텔 주민들 '경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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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씨가 공개 수배 중인 상황에서도 거리를 활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의 은신처를 특정하고 탐문조사하는 과정에서 주변 폐쇄회로(CC)TV에서 이 같은 장면을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기관은 이씨 등의 정확한 도주 경위와 조력자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수사기관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낮 12시 25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소재 한 오피스텔에서 이씨와 조씨를 동시에 검거했다. 앞서 경찰은 최근 이씨와 조씨가 은신처를 특정했다. 추적 전담팀 인원을 42명으로 늘리며 포위망을 서서히 좁혀갔다고 한다.

16일 검거된 이은해(31)씨가 인천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심석용 기자

16일 검거된 조현수(30)씨가 인천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최근 경찰은 이씨 등이 최근 경기 고양시 지하철 3호선 삼송역 인근을 다닌 흔적을 포착했다. 지난달 30일 공개수배가 시작됐는데도 이씨 등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장면은 경찰이 확보한 인근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고 한다. 경찰은 이씨 등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이씨 부모에게 연락했다. 이씨 등이 자수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도주 중인 이씨가 가족에겐 한 번쯤 연락할 것이라고 경찰은 예측했다.

경찰의 판단은 맞아떨어졌다. 이씨의 아버지로부터 이들이 자수할 것이라는 연락이 왔고 체포작전이 시작됐다. 경찰은 16일 오전 이씨의 아버지가 일러준 이씨 등의 은신 장소로 향했고 이씨와 조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들이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피스텔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경찰이 오늘 오전 11시부터 1시간30분가량 건물 입구와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다”며 “며칠간 경찰이 주변에서 잠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오피스텔 주민은 “이은해가 여기 있는 줄 몰랐다. 그동안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을 수도 있는 게 아니냐”며 혀를 내둘렀다.

'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오른쪽)와 조현수씨.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이씨와 조씨를 고양경찰서로 인치했다, 검찰은 이들의 신병을 인계받아 인천지검으로 이송했다. 이씨는 검은색 모자에 카키색 긴 점퍼 차림이었으며, 조씨는 베이지색 모자에 검은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해 얼굴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은 이르면 17일, 늦어도 18일에는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수사기관은 이씨와 조씨가 지난해 12월 14일 도주한 이후 약 4개월 동안 숨어있으면서 조력자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이씨의 남편 윤모(당시 39)씨의 유족은 중앙일보에 “(이씨가) 늦게 잡힐 줄 알았는데 빨리 잡혀서 의외다. 윤씨의 채무 관련 의혹도 수사기관이 조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