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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해 엽서 분석한 이수정·표창원 "일반적 연인관계 아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12시25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서 검거됐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1에 따르면 범죄 공동체인 두 사람은 3년 전 범행 과정서부터 도주와 잠적, 체포되기까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내연관계로 사실혼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왔다. 이 같은 사실은 이들이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인 지난해 3월17일 경북 예천군 삼강주막을 방문했을 당시 서로에게 쓴 엽서에서 확인됐다.

삼강주막에는 333일 뒤에 엽서를 보내주는 ‘느린 우체통’ 서비스가 있는데, 이씨와 조씨는 이곳에서 서로에게 엽서를 써 우체통에 넣었다.

경찰은 이들이 2021년 2월 계약해 도주 직전인 그해 12월까지 살았던 주거지 우편함 속에서 이 엽서를 발견했다.

이 엽서는 그동안 내연관계로만 알려져 있던 두 사람의 관계를 실제로 가늠할 수 있는 증거가 됐으며, 이씨의 표현에서 이들의 관계가 피해자인 이씨의 남편 윤모(39)씨에 대한 살인 및 살인미수 범행이 시작된 2019년 무렵부터 이어졌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은해씨가 조현수씨에게 보낸 엽서글. 뉴스1

이은해씨가 조현수씨에게 보낸 엽서글. 뉴스1

이씨는 엽서의 보내는 사람란에 ‘너의 주인’이라 적어 넣었고, 받는 사람란에는 ‘조웬수’라고 적어 넣었다. 조씨는 보내는 사람란에 ‘현수 시종님’이라 적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쓴 엽서에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밀한 관계임을 강조하는 표현들이 등장한다. 이씨는 조씨가 원수 같다면서도 ‘온갖 풍파를 함께 겪은 사이’로 서로를 표현하며 끈끈한 관계를 강조했다.

조씨는 엽서에서 이씨의 딸과 함께 한 가족을 꾸리고자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조씨는 이씨에게 “우린 지금(333일 뒤) 어떤 생활을 하고 있지? 아직 살고 있다면 큰 재앙은 없었다는 거겠지, (이씨의 딸을 지칭하며) B는 더 컸겠네, 지금쯤이면 아빠라고 해주고 있으려나? 너무 좋겠다 흑흑”이라고 적었다.

조현수씨가 이은해씨에게 보낸 엽서글. 뉴스1

조현수씨가 이은해씨에게 보낸 엽서글. 뉴스1

겉으로는 애정을 나누는 사이로 보이지만 범죄심리학자들은 둘의 관계가 일반적인 연인 관계와는 달라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엽서에 대해 범죄 파트너 간 비밀유지를 위한 편지로 해석했다.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겠다는 공통의 목적으로 친밀감과 신뢰도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씨 편지를 보면 애정을 빌미로 조씨에게 범죄자로서 서로 비밀을 유지하자는 식의 동맹관계를 만들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했다. 또 공감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이라고도 판단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도 이 둘의 관계를 범죄 파트너적 성격이 더 강하다고 평가했다.

표 소장은 뉴스1에 “이씨는 사망한 전 남편 윤씨를 그저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여겼다”며 “윤씨는 금전적인 필요를 위해 존재하는 대상에 불과, 윤씨가 아니라 그게 누구였더라도 이씨와 조씨에게는 상관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오른쪽)와 조현수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오른쪽)와 조현수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씨와 조씨는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2019년 6월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 폭포에서 윤씨를 뛰어내리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윤씨에 대한 살인 및 살인미수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지난해 12월14일 검찰 2차 조사에 불응해 도주했다.

검찰은 올해 1월 두 사람을 지명수배하고 추적했으나 3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도 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두 사람에 대한 수사를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4개월 넘게 행방이 묘연했던 두 사람은 4월16일 검경 합동검거팀에 체포됐다. 경찰은 3일전 이들의 소재를 파악했으며, 이씨 아버지를 통한 설득 끝에 자수 의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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