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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끔찍이 아끼던 이은해…경찰 이 점 노렸다, 동시검거 전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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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씨가 16일 경찰에 붙잡혔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공개 수배된 지 17일 만이다. 이씨 등은 검거 직전 수사기관에 자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검거된 조현수(30)씨가 인천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심석용 기자

16일 검거된 조현수(30)씨가 인천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낮 12시 25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소재 한 오피스텔에서 이씨와 조씨를 동시에 검거했다. 앞서 경찰은 탐문수사 끝에 약 3일 전 이씨와 조씨가 고양의 한 고층 오피스텔에 은신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지 못하면서 추적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이씨의 부모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씨가 자신의 딸을 데리고 있는 부모에게 연락할 것이라 판단했다. 평소 이씨는 딸을 끔찍이 아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종적을 감춘 이씨가 한 번쯤은 가족에게 연락할 것이라고 보고 부모에게 이씨가 자수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이씨 등은 자수를 결심했고 이날 경찰에 검거됐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사진 연합뉴스 제공

이씨 등은 보험금을 노리고 지난 2019년 6월 30일 이씨의 남편 윤모(당시39세)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그간 수사기관의 조사를 성실히 받아왔다. 혐의는 부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4일 검찰 2차 조사를 앞두고 돌연 종적을 감췄다. 이씨의 한 지인은 중앙일보에 “이씨가 SNS 메시지와 전화 등으로 일부 지인에게 ‘(수사 기관의) 강압 수사가 있었다. 구속될 것 같다. 변호사도 구속될 것 같다고 한다’고 알렸다”며 “이씨가 ‘돈을 벌어서 제대로 된 변호사를 만들어 돌아오겠다’고 한 뒤 잠적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씨의 메시지는 자신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한다.

이후 검찰은 이씨 등을 추적했지만, 난항을 겪었고 지난달 30일 이씨 등을 공개 수배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지난 6일부턴 이씨 등을 검거하기 위해 검·경 합동 검거팀을 꾸렸다. 경찰은 초기엔 광역수사대 소속 강력범죄수사 1계 수사관 11명만 투입했다. 이들의 은신처를 특정한 뒤엔 추적 전담팀 인원을 42명으로 늘리며 추적망을 좁혀갔다. 그리고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에서 이씨 등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이씨와 조씨를 고양경찰서로 인치한 후 인천지검으로 이송했다. 이씨는 검은색 모자에 카키색 긴 점퍼 차림이었으며, 조씨는 베이지색 모자에 검은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해 얼굴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인천지검은 이르면 17일이나 늦어도 18일에는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와 조씨는 미리 법원에서 발부받은 영장에 의해 체포했기 때문에 48시간 안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곡살인 검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계곡살인 검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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