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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총기난동 급증…엔데믹 후가 더 문제, 韓 괴롭힐 이 질환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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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됩니다. 24시간 영업도 다시 가능하게 됐습니다. 뉴스1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됩니다. 24시간 영업도 다시 가능하게 됐습니다. 뉴스1

옛날 옛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염병이 돌았습니다, 라는 문장으로 현재를 기억할 날이 오겠죠. 드라마 ‘응답하라 2022’가 제작된다면 4월과 5월은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의 끝에 다다른 시기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젠 안 쓰면 이상한데 마스크를 벗고 외출할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네요. 영화관에서 팝콘도 먹을 수 있고, 24시간 영업하는 순댓국집에서 노래방으로 칼칼해진 목을 달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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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코로나19가 사라진 것은 아니죠. 15일 하루 새로 확진된 한국인 숫자는 12만5846명,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999명, 새로 입원한 환자 수는 1085명, 사망자 수는 264명입니다. 이 글을 지금 쓰는 저 자신도 격리 중입니다.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것에 감사하며, 위중증 환자들의 쾌유와 사망자들의 명복을 삼가 빕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의 한 화장터. 고인들의 명복을 삼가 빕니다. 의료진 및 방역 당국 여러분들 노고에 감사합니다. [한국장례협회 제공]

지난해 12월 경기도의 한 화장터. 고인들의 명복을 삼가 빕니다. 의료진 및 방역 당국 여러분들 노고에 감사합니다. [한국장례협회 제공]

뉴욕타임스(NYT)의 ‘전세계 코로나19 현황’ 그래픽에 따르면 한국이 가장 위험한 곳인 검은색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사실상 코로나19 방역 완화 조치를 실행 중에 있습니다. NYT는 13일 미국의 대표적 기업 다수가 직원들을 위해 여러 인센티브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재택근무가 끝나고 회사에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걸 끔찍하게 여기는 젊은 세대들을 위한 방책이라고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와인 테이스팅 클래스부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파티, 퀄컴은 간식뿐 아니라 고급 식사도 무료로 제공하고 사무실에서 피트니스 운동도 가능하게 바꿨다고 합니다. 일부 기업은 “벚꽃을 볼 수 있는 창가로 자리를 옮길 수 있”도록 하거나 “무료 악기 레슨 가능” 등의 옵션을 내걸었다고 하네요.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던 재택근무가 한창이던 때를 생각하면 벌써 격세지감이군요.

15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입니다. 텅비었던 공항을 생각하면, 조금은 낯선 풍경이네요. 뉴스1

15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입니다. 텅비었던 공항을 생각하면, 조금은 낯선 풍경이네요. 뉴스1

코로나19도 결국 그 위세를 다할 겁니다. 그러나 파티만 할 수 있을까요. NYT의 찰스 블로우 칼럼니스트는 “아니다”라고 경고합니다. 지난 13일자 칼럼에서 그는 “코로나19는 사라진다고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은 우리 사회에 깊이 박혀 새로운 생채기를 낼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제목은 “미국의 팬데믹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달았고, 첫 문장은 “코로나19는 우리를 쓰러뜨렸다(cracked us)”였죠. 블로우에 따르면 일상생활 회복 수순을 밟고 있는 미국에선 이상 징후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합니다. 총기 사고 발생률 증가가 대표적인데요. 2021년 한해엔 매 17시간마다 총기 난동 사고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타임지 보도에 따르면 미국뿐 아니라 스페인ㆍ영국ㆍ독일에서도 폭력 사건이 코로나19 이후 늘어났다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이상징후도 늘었습니다. 기내 난동이 좋은 예인데요. CNN은 최근 “1995~2020년까지 기내 난동 사건은 평균 연간 182건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2021년 한해엔 1081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갑자기 기내에서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데 침을 뱉는다거나,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는 등의 사건사고들이 하루에 약 3건, 매일 발생한 셈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익숙하지 않은 대인 관계 등으로 인한 결과라는 게 이유라고 CNN은 풀이했죠.

보건소에서 제공하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도 11일로 중단됐습니다. 송봉근 기자

보건소에서 제공하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도 11일로 중단됐습니다. 송봉근 기자

팬데믹의 끝은 누구나 간절히 기다려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위세를 다했다고 해서 갑자기 샴페인을 터뜨릴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게 블로우의 주장입니다. 그는 “팬데믹이 우리 사회 전반에 안긴 극한의 트라우마를 우리는 애써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위험한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라고 지적합니다. 1929년 미국을 덮쳤던 경제 대공황에도 현 상황을 비유합니다. 블로우는 “당시는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이었고 지금은 ‘큰 슬픔(the Great Grief)’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며 “팬데믹으로 인한 PTSD를 제대로 직시하고 보듬어야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미국만 그럴까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물며 우리는 팬데믹뿐 아니라 최근 십수 년 안에 전 사회를 트라우마에 빠뜨린 참사를 두 번이나 겪었습니다. 이번 주말로 8주기를 맞는 세월호 사건(2014년)과, 지난달 26일 12주기를 맞았던 천안함 사건(2010년)입니다. 아이들, 그리고 젊은 군인들이 억울하게 사라진 이 참사는 정치적 계산으로만 활용되어온 게 아닌지, 우리가 서로의 이념 스펙트럼에 갇혀 정치색을 입힌 채 우리 스스로의 PTSD를 등한시한 건 아닐지요. 다가오는 엔데믹은 우리의 상처를 제대로 보듬는 계기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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