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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나라 잃을 뻔 했다…이스라엘 정보국장 오판의 교훈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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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군사안보연구소장의 픽 : '개념' 

이스라엘은 군사력만큼은 중동에서 최강을 자랑한다. 그런 이스라엘도 한때 바람 앞 등잔처럼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다. 1973년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벌어진 제4차 중동전쟁 말이다. 유대교의 속죄일(욤 키푸르)에 일어났다고 해서 ‘욤 키푸르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제4차 중동전쟁에서 파괴된 이스라엘군 전차. 이스라엘은 개전 초기 이집트군과 시리아군의 기습 공격에 크게 당했다. 위키미디어

제4차 중동전쟁에서 파괴된 이스라엘군 전차. 이스라엘은 개전 초기 이집트군과 시리아군의 기습 공격에 크게 당했다. 위키미디어

전쟁 초반 이집트(남)와 시리아(북)의 기습에 궁지에 몰린 이스라엘은 다급한 나머지 핵무기까지 꺼내 들려고 했다. 이스라엘은 1950~60년대 비밀리에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지금까지 핵보유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욤 키푸르 전쟁』(플래닛미디어)에 따르면 당시 이스라엘의 모세 다얀 국방부 장관은 아랍국가들에 경고를 주고자 핵무기를 사막 상공에 터뜨리자고 제안했지만 골다 메이어 수상이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이스라엘군은 나중에 악전고투로 전황을 되돌렸고, 전쟁은 끝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랍의 공격에 대한 사전 경고는 충분했다.

가말 압델 나세르 전 이집트 대통령의 사위인 아슈라프 마르완은 전쟁 전날 “내일 전쟁이 개시된다”고 이스라엘에 알렸다. 요르단의 후세인 국왕은 이스라엘에 전쟁이 임박했다는 점을 에둘러 경고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 정보국인 아만의 엘리 제이라 국장은 이 같은 징후를 모두 무시했다.

제이라 국장은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려면 이스라엘의 수도인 텔아비브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과 장거리 폭격기를 소련으로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1973년 당시 이집트와 소련의 미사일ㆍ장거리 폭격기 도입 협상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스라엘군은 이 같은 분석을 ‘개념’이라고 불렀다.

이스라엘은 현역 군인의 수가 적기 때문에 전쟁을 치르려면 예비군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데 생산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성인남성을 예비군으로 불러들이면 이스라엘 경제는 타격을 받는다. 그래서 이스라엘군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제이라 국장은 국경 근처에서 이집트군과 시리아군의 활발한 움직임을 군사 훈련이라고 봤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허를 찔렀고, 수많은 인명을 희생해가면서 간신히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다음 달 9일 종료한다. 문 정부의 최대의 외교안보 치적이라고 내세웠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임기 말 실패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생체 징후가 멎었고, 조만간 핵실험으로 임종 선언을 앞두고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2018년 정의용 당시 안보실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대의 유훈도 비핵화”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물꼬가 트였다. 문 정부는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평가한 뒤 미국을 설득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하는 도중에도 핵ㆍ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또 미국과 반쪽의 비핵화와 대북 경제 제재의 핵심과 맞바꾸려 했다. 북한이 문 정부에게 내비쳤다는 ‘비핵화의 의지’의 실체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쯤이면 아랍이 당장 이스라엘과 싸울 수 없다는 ‘개념’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라는 게 겹쳐 보인다.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희망적 관측(wishful thinking)이라는 점에서다.

뱀다리 하나. 조기 경보에 실패한 이스라엘의 제이라 국장은 막상 전쟁이 일어나자 정확한 정보 분석으로 실수를 만회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정의용 외교부 장관)라거나 “총체적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정당하지도, 또 합당하지도 않다”(이인영 통일부 장관)는 외교안보 당국자와 달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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