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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잃어버린 2년 되찾았다” 일각선 “확진자 많아 불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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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4호 03면

“잃어버린 2년을 되찾았다.” “이젠 사적(개인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나.”

정부가 2년 1개월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자 시민들 사이에선 이처럼 환영과 우려가 교차했다. 많은 시민이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일부에서는 방역상황이 도로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는 18일부터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한다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발표가 나온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는 많은 시민이 나와 새잎이 돋으면서 그늘이 생기기 시작하는 나무 아래를 걷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석촌호수를 찾은 직장인 이모(28)씨는 “이미 거리두기가 많이 완화된 상태지만, ‘완전 해제’라는 소식을 듣는 순간 기뻐서 웃음이 나왔다”며 “이제 정말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생 신모(24)씨는 “인원 제한 때문에 동아리 활동에 제약이 많았는데 이제 예전처럼 모일 수 있다니 기대가 크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 안암역에서 만난 김규리(22)씨는 “대학 입학하자마자 코로나가 닥쳐 ‘코로나 학번’으로 불렸는데, 남은 대학 생활 동안 그 ‘저주’를 풀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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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로 생업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도 정부의 조치를 반겼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잃어버린 2년을 되찾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40여 년 간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상우(75)씨는 “주변 가게 사장들 사이에서 영업 제한이 어떻게든 유지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와 내심 불안했는데 해제돼서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행사 참석 인원 제한도 사라지면서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도 시름을 덜었다. 오는 5월 결혼할 예정이라는 유모(34)씨는 “코로나 때문에 청첩장 돌리고 친구들과 모임 잡는 것도 눈치 보였는데 예식 전에 거리두기가 끝나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했다.

다만 거리두기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던 일부 시민은 이번 조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자영업자 홍원기(53·서울 송파구)씨는 “거리두기를 하는 중에도 확진자 세계 1위 국가가 되지 않았나. 정부가 방역 조치의 효과가 없다는 걸 뒤늦게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리두기 종료가 이제 막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는 방역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시민들의 우려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선언하며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했으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45일 만에 철회했다. 시민들 사이에서 “언제 다시 거리두기가 재개될지 모른다”는 불안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직장인 김영철(43·서울 강남구)씨는 “지난해 위드 코로나 때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를 했다가 한 달 만에 원상 복귀한 기억이 있어 이번 결정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며 “감소세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하루 10만 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사적, 개인적 거리두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주부 백경애(51·경기도 고양)씨는 “마스크 착용 의무는 유지되지만, 2주 후 해제 결정이 나도 안에서나 밖에서나 마스크를 계속 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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