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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6대범죄 손 떼고 경찰·공수처만 수사…'검수완박' 뜯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내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법안이 발의됐다. 검찰 직접 수사권을 없애고, 검사는 공소제기 및 유지하는 역할로 제한된 게 핵심이다. 민주당 계획대로 다음달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될 경우 3개월 후인 8월 초부터 시행된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6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사건 전부 차기 정부 하인 8월까지 모두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의미다. 검찰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 수사권만 가지게 된다.

'6대범죄'서 검찰 손 떼야… 석달 내 경찰로 이관

민주당은 15일 검찰의 일반적 수사권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했고, 172명 소속 의원 전원이 공동 발의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같은 당 김용민, 황운하 의원 등이 따로 냈던 법안을 한 데 모은 것으로 민주당은 과반수 의석을 바탕으로 이달 말 단독 처리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연합뉴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이 현재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에 대해서도 검사 수사권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검사가 수사 가능한 대상은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속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로 제한된다. 민주당은 입법 취지로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국회 속기록을 보면, 그때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자 했다.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축소하는 것은 오래된 시대 과제”라고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 “성급한 밀어붙이기”란 비판이 제기되자, 역사적 정통성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되고 3개월 후 전면 시행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5~7월 석달 간 검찰은 6대 범죄 사건을 모두 경찰로 넘겨야 한다. 형사소송 절차를 근본부터 바꾸는 ‘대공사’를 급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에 민주당은 “충분한 시간”이란 입장이다. 당 내 여론을 이끈 최강욱 의원은 “검찰이 진행하는 6대 범죄 수사 건수가 지난해 기준 4000~5000건에 불과하다”며 “이를 경찰에 이관하는 데 3개월이면 충분하다는 의미에서 그만큼 유예 기간을 뒀다”고 말했다.

경찰 피의자 구속 기간 10일→20일로 

민주당은 우선 경찰이 수사를 도맡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수사기능을 합쳐 한국형 FBI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찰 권력의 비대화, 부패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경찰이 수사를 끝내고 송치한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 필요가 있어도 검찰이 직접 못하고, 경찰을 통해서만 가능케 한 점이 비판 받고 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경찰이 그 많은 사건을 다 소화할 수가 없다. 지금도 힘없는 서민이 피해 입은 사건은 뒤로 밀리는데, 앞으로 더 외면 당할 것"이라며 "경찰에 대한 검찰의 통제 권한이 마련돼야 하는데 무작정 경찰에 다 맡겨놨다"고 비판했다.

경찰의 피의자 구속 기한이 기존 10일에서 최대 20일로 늘어난 것도 경찰 권력이 커지는 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205조를 보면, 구속기간 연장 요건을 현행 “검사의 신청”에서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따른 검사의 청구”로 바꿨다. 또, 검찰 몫이었던 연장 가능한 구속기간(최대 10일)을 떼내 경찰 쪽으로 넘겼다. 구속기간 기준, 현재 ‘경찰 10일, 검찰 10일 10일’에서 ‘경찰 10일 10일, 검찰 10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장급 검사는 “수사권 폐지만큼 중대한 사안을 어물쩍 집어넣은 것에 분노한다”며 “사건 기록만 보고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경찰의 구속이 적법했는지 판단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검찰, "눈앞의 범인이 빠져나가도 검사 개입 안돼"

김오수 검찰총장이 15일 검찰 수사권 폐지를 반대하기 위해 국회에 방문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15일 검찰 수사권 폐지를 반대하기 위해 국회에 방문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이런 법안 내용이 공개되자 검찰 내부는 참담한 분위기다. 대검찰청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부실한 기소로 법원에서 무죄가 속출해 돈 많고 힘 있는 범죄자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처벌을 면해 안도할 것이고, 범죄 피해자와 국민들은 더욱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엔 “8월 1일자 공지사항”이라며 향후 상황을 예상한 글도 올라왔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일체의 수사행위가 금지되고, 직접 만나보지 않고서는 심증이 서지 않는 대다수의 사건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며 “눈앞의 범인이 빠져나가도 검사가 개입하면 안 된다”고 썼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오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해 검찰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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