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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의 손자 "간송의 보물, 다시는 경매에 내놓지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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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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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보와 보물을 잇따라 경매에 내놔 논란을 불러일으킨 간송미술관의 전인건 관장이 “(간송의 보물을 경매에 내놓은 것은) 팔을 끊는 심정이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6일부터 '보화수보'전시 #'간송의 보물 다시 만나다' #보존작업 거친 작품 소개

간송 전형필의 후손인 전 관장은 15일 서울 성북구 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앞으로 더 활발히 소통하고 설명하겠다”고 했다.

간송미술관은 2020년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을 경매에 내놓은데 이어 지난 1월 국보 2점을 경매에 내놓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총액이 최소 60억원으로 추정된 삼국시대 유물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고려시대 금동삼존불감은 경매에 나왔다가 유찰됐으며 이후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이를 사들이고 소유권의 51% 지분을 미술관에 기부했다. 2020년 경매에 출품됐던 보물도 당시 유찰됐다가 국립중앙박물관이 둘 다 사들였다.

전 관장은 “저희는 다른 큰 미술관과 다르게 특별한 수입원이 없다. 국보, 보물 같은 지정문화재의 경우 상속세를 내지 않지만, 지정문화재 외에 다른 유물도 많다”며 “여러 유물을 들여오는 과정 등에서 큰 지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택과 집중’에 따라 미술관의 부채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사정이 있었다.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다행히 현재는 상황이 안정되었고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관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오랜만이다. 수장고 신축과 등을 위해 휴관해온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 '보화각' 이 16일부터 7년만에 관람객을 다시 맞게 된 것. 간송미술관은 16일부터 6월 5일까지  보화각 전시실에서 ‘보화수보(寶華修補) -간송의 보물 다시 만나다’ 전시를 개최한다. 권우의 문집 『매헌선생문집』 초간본을 비롯해 ,안견의 '추림촌거', 신사임당의 '포도', 심사정의 '삼일포' 등 30점의 명화가 수록된 『해동명화집』등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유물들을 함께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간송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문화재청의 ‘문화재 다량소장처 보존관리 지원사업’을 통해 보존 처리된 작품 중 8건 32점이 선보인다. 간송미술관은 문화재청 지원사업을 통해 2020년부터 150건의 소장 유물을 보존 처리했다. 전 관장은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보존처리된 작품들 가운데서 향후 문화재 지정 가치가 높은 것들을 선별했다"고 말했다.

그 대표작이 현재 유일본이자,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권우의 문집인 『매헌선생문집』 초간본이다. 또 안견의 '추림촌거', 신사임당의 '포도', 심사정의 '삼일포' 등 30점의 명화가 수록된 『해동명화집』이다. 이밖에 조선중기 화원화가 한시각의 '포대화상', 김홍도의 '낭원투도', 장승업의 '송하녹선' 등 지정문화재에 버금가는 명품들이 새롭게 복원된 모습으로 나온다.

1452년 초간본 『매헌선생문집』

우선 『매헌선생문집』은 여말선초 문인으로 정몽주(鄭夢周, 1337~1392)의 제자이자, 정인지(鄭麟趾, 1396~1478)의 스승이었던 권우의 시문집으로 1452년 초간본으로 추정된다. 간송미술관 측은 "현존하는 조선 초기 문집이 극히 희소하여 그 존재 자체로 귀중한 문화재"라고 설명했다.

명화들이 줄줄이 들어간 화첩  

해동명화집에 수록된 심사정의 '삼일포'. [사진 간송미술관]

해동명화집에 수록된 심사정의 '삼일포'. [사진 간송미술관]

『해동명화집』에 수록된 명화 12점도 이번에 보존을 마치고 첫 공개된다. 해동명화집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서화 수장가인 김광국이 수집한 우리나라 역대의 회화 작품들과 이에 대한 제사(題辭)가 함께 들어간 서화첩으로, 조선 회화사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조선초기 화원인 안견의 '추림촌거(秋林村居)' 부터 18세기에 활동했던 원명유의  '도원춘색(桃源春色)' 등 30점의 발문(跋文)이 함께 수록돼 있다.

이 화첩에 수록된 작품의 하나로 신사임당( 1504-1551)의 '포도' 그림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안정된 구도에 짙고 옅은 먹으로 싱그럽게 익어가는 포도알의 양태를 잘 묘사했다. 잎과 줄기는 먹의 농담을 적절히 이용하여 생동감과 변화감이 풍부하다. 현재 오만원권 지폐의 앞면에 있는 포도 그림이 이 작품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민영익의 『운미난첩』  

민영익의 운미난첩에 그려진 난초 그림. [사진 간송미술관]

민영익의 운미난첩에 그려진 난초 그림. [사진 간송미술관]

또 조선말기 문인 민영익(1860〜1914)이 중국 망명시절에 그린 72점의 묵란화를 모아 놓은 화첩 『운미난첩(芸楣蘭帖)』도 함께 소개된다.  민영익은 추사 김정희1786~1856)의 학예를 계승한 문인으로, 그의 묵란화는 ‘운미란(芸楣蘭)’이라 불리우며 당대는 물론, 후대에까지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원화가 한시각이 통신사의 일행으로 일본에 가서 그린 '포대화상'. [사진 간송미술관]

화원화가 한시각이 통신사의 일행으로 일본에 가서 그린 '포대화상'. [사진 간송미술관]

'포대화상'은 조선 중기 화원화가 한시각이 을미사행(1655년) 당시 그가 통신사의 수행화원으로 일본을 갔을 때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그의 ‘포대도’5건 중 가장 시대가 올라가는 작품이자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작품이다.  간송미술관 측은 " 보존처리 중 '포대화상' 뒷면에 묵서를 발견했고, 판독 결과 일본 황벽종 20대 주지를 지낸 조호백순(照浩伯珣, 1695~1776)이라는 중국 귀화승이 한시각의 이름과 호, 자 등 인적 사항과 통신사 수행화원으로 일본에 온 시점 등을 적은 내용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포대화상'이 일본에서 그려지고 전해졌다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졌다.

단원의 '낭원투도'  

단원 김홍도의 낭원투도.단원이 그린 도석화 중 백미로 꼽힌다. [사진 간송미술관]

단원 김홍도의 낭원투도.단원이 그린 도석화 중 백미로 꼽힌다. [사진 간송미술관]

단원 김홍도(1745~1806)의 도석화 중 백미로 꼽히는' 낭원투도'(閬苑偸桃,낭원에서 복숭아를 훔치다)도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선도(仙桃)를 세 번이나 훔쳐 먹어 3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東方朔)이란 신선이 서왕모(西王母)의 낭원(閬苑)에서 복숭아를 훔쳐 오는 장면을 그린 것. 동방삭의 얼굴을 중국풍 신선의 기형적 모습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얼굴로 묘사했다. 단원의 도석화 중 백미(白眉)로 꼽히는 작품이다.

간송미술관은  2013년 간송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하며 소장 문화재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하여 학예연구실 내‘유물보존팀’을 설치했다. 이어 2020년부터 문화재청이 주관하는‘문화재 다량 소장처 보존관리 지원사업’을 통해 2020년부터 2년간에 걸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지류회화 수리복원연구소가 맡아 보존처리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보화각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이번 전시를 끝으로 보수 정비에 들어간다. 전시제목 '보화수보'는 ‘보배로운 정화(精華)’란 의미의 보화, 보존 처리의 옛말인 '수보'를 합친 것. 보화는 선조들이 남긴 귀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재를 뜻하고, ‘수보(修補)’란 ‘낡은 것을 고치고 덜 갖춘 곳을 기우다’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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