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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권력 인사갈등 종결…文·尹, 감사위원 '한명씩' 나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선관위원 후보자로 김필곤(59) ‘법무법인 오늘’ 대표변호사를 지명했다. 또 이날 최재해 감사원장이 감사위원으로 임명 제청한 이남구(57) 감사원 제2사무차장과 이미현(61)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제청안도 재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결정된 고위직 인사 3명은 신ㆍ구(新舊) 권력간 갈등의 핵심으로 꼽히던 자리다.

청와대와 인수위는 이들에 대한 실질적 인사권 행사의 주체를 놓고 충돌했고, 이 바람에 지난달 16일로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의 회동까지 무산됐다. 결국 지난달 28일 성사된 청와대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직접 “인사에 대한 실무협의를 이어간다”고 합의한 뒤에야 이날 인사가 발표됐다.

이날 인사에 대해 청와대와 인수위에서는 “양측간 긴밀한 협의를 거쳤다”는 동일한 입장이 나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 선거관리위원 후보자로 김필곤 전 대전지방법원장을 지명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 선거관리위원 후보자로 김필곤 전 대전지방법원장을 지명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세명의 인선 모두 청와대와 논의했다”며 “인선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하는 것이기에 그 권한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차기 정부에서 같이 일해야 하기에 (인선 관련) 의중을 같이 소통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인수위 측과 협의했다”며 윤 당선인과의 사전 협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선 특히 두명의 감사위원 선임과 관련해 이남구 사무차장이 현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 이미현 교수가 윤 당선인의 대학 동기라는 점 등을 들어 “신ㆍ구 권력이 한명씩 지명권을 나눈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 사무차장은 감사원 출신으로 지난 1월까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하다 감사원으로 복귀했다. 당시 그의 복귀에 대해 야당은 “감사원을 장악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미리 감사위원으로 사실상 내정한 임기말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해왔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15일 신임 감사위원에 이남구 감사원 제2사무차장(왼쪽)과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되며, 이날 이남구·이미현 내정자는 지난 3월 퇴임한 손창동·강민아 전 감사위원의 후임이다. 연합뉴스

최재해 감사원장은 15일 신임 감사위원에 이남구 감사원 제2사무차장(왼쪽)과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되며, 이날 이남구·이미현 내정자는 지난 3월 퇴임한 손창동·강민아 전 감사위원의 후임이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윤 당선인과 서울법대 79번 동기다. 지난달 한 종편 방송에 출연해 윤 당선인과 김건희 여사의 결혼식에 법대 동기들과 함께 참석했던 얘기를 했을만큼 윤 당선인과 가깝다. 그는 사법시험(26회)에 합격한 뒤 법무법인 광장에서 근무하다 2013년부터 연세대에서 법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감사원장의 제청 과정은 구체적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인수위와의 인사 갈등 와중에 청와대가 당선인 측에 ‘감사위원 한명씩을 추천하자’고 제안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이제 갈등이라고 볼 수 없고, 청와대와 충분히 협의한 인사”라며 인사 관련 갈등이 종결됐음을 시사했다.

감사원은 감사원장을 포함해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구다. 임기 4년의 이남구ㆍ이미현 감사위원 내정자가 임명되면 감사원은 친여ㆍ친야 성향 감사위원이 4대 3 구조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으로 김필곤 법무법인 오늘 대표번호사를 지명했다.   김 위원은 대전지방법원장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대전선거관리위원장,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지난 2018년 10월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광주 고법 지법 등 지방법원과 특허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필곤 당시 대전지법원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으로 김필곤 법무법인 오늘 대표번호사를 지명했다. 김 위원은 대전지방법원장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대전선거관리위원장,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지난 2018년 10월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광주 고법 지법 등 지방법원과 특허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필곤 당시 대전지법원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지명된 김필곤 선관위원 후보자는 친여 성향이라는 비판을 받아오다 사퇴한 조해주 전 선관위 상임위원의 후임이다. 사법시험(26회)에 합격한 뒤 판사로 지난해까지 판사로 재직해왔다. 김 후보자의 대구지법 근무 기간(1991~1997년)은 윤 당선인이 대구지검에서 근무했던 시기(1994~1996년)와 일부 겹친다.

김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

이날 인사를 통해 청와대와 인수위 측의 인사갈등이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위는 대선이 끝난 뒤 ‘정부 요직에 대한 인사권은 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고, 이후 청와대와 인수위는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선관위 상임위원 등의 임명권을 두고 갈등을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대선 뒤 처음으로 만났다. 이들은 당초 같은 달 16일 만날 예정이었으나 인사 문제로 대선 후 첫 회동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대선 뒤 처음으로 만났다. 이들은 당초 같은 달 16일 만날 예정이었으나 인사 문제로 대선 후 첫 회동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인수위와의 협의를 통해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한 데 이어 이날 갈등을 겪던 나머지 고위직 인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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