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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물가 심상치 않아…우리 경제 복합위기 증후 뚜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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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대책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주문했다. 윤 당선인은 15일 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복합위기 증후가 뚜렷하고, 물가가 심상치 않다”면서 “장기화 물가 상승에 대비해서 우리가 물가 안정을 포함해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종합적 방안을 잘 세워야 한다”고 했다. 특히 물가 상승으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취약계층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잘 검토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도 전에 경제 위기를 경고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조건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도 최근 경제 동향 평가에서 “물가 상승과 소비 회복 제약이 우려된다”며 부정 평가를 이어갔다.

대외 불확실성에 “물가 상승 소비 제약 우려”

친러시아 반군 소속 병사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러시아군 공격으로 처참히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친러시아 반군 소속 병사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러시아군 공격으로 처참히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5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고용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내수회복 제약이 우려되고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11월 그린북에서 “방역체계 전환 등으로 대면서비스업 등 내수 여건이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내수 회복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방역 정책이 다시 강화되자, 지난해 12월에는 “내수 영향 우려”로 평가를 바꾸었다. 이번 달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대외 변수로 인한 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5개월 연속 부정적 평가를 이어갔다.

특히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외에도 글로벌 경기 회복 흐름을 방해하는 요인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조치,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가속화 가능성”을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았다. 이런 불확실성 요인인 공급망 차질을 키우고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원자재서 서비스 물가 상승으로 확대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윤 당선인과 정부가 모두 지적했듯 최근 물가 오름세는 경기 회복을 제약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3월과 비교해 1년 새 4.1% 증가하며 10년 3개월 만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농축산물 가격은 지난달 전년 같은 달 대비 0.4% 오르는 데 그치면서 다소 둔화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석유류 등 공업 제품 가격이 전년 같은 달 대비 31.2%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 폭을 키웠다. 석유류는 지난 2월 전년 같은 달 대비 19.4% 상승했지만, 국제 유가 상승에 지난달에는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지난달 개인 서비스 물가도 1년 전과 비교해 4.4% 오르면서 높은 오름세를 유지했다. 농산물과 유가 상승으로 원재료와 운영비가 오르자 외식을 중심으로 서비스 물가 상승도 커졌다. 이 때문에 석유·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지난달 전년 대비 3.3% 오르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외식물가 상승률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외식물가 상승률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민간 소비는 전년 동월 대비 2월 1.6% 증가하면서 다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월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준내구재(-0.6%), 비내구재(-4.4%)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구재(9.4%)가 크게 올랐다. 내구재 중에서도 승용차 판매(13.3%)가 많았다.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지연으로 급감했던 승용차 판매가 최근 공급망 차질 완화, 차량 가격 상승 영향으로 다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달 103.2를 기록하며 2월(103.1)에 비해서 비슷한 흐름을 유지했다.

고물가에 소비 발목…“반값 티켓, 숙박 할인 지원”

15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제3차 정책점검회의 겸 제7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15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제3차 정책점검회의 겸 제7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하지만 이런 민간 소비 회복 흐름에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2월 소매 판매를 끌어올렸던 승용차 판매가 지난달에는 전년 대비 -16.5% 감소하며 다시 줄어드는 모습이어서다. 또 최근 높아진 물가에 따른 소비 제약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정부도 높아진 물가 부담을 잡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15일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제7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보험과 문화 분야 물가 부담 경감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보험은 기존보다 부담을 줄이고 보장률은 낮춘 4세대 실손보험 전환 유도를 위해 ‘6월 말까지 전환된 계약 건 보험료 50% 인하’와 ‘온라인 전환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문화 분야에서는 프로스포츠 4개 종목 반값 할인 티켓 40만장을 올해 7월까지 회당 최대 7000원까지 지원하고, 6월 초까지 국내 숙박에 대해 최대 3만원의 할인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가 다음 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대부분을 해제하기로 한 점은 민간 소비 활성화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거리 두기에서는 사적 모임은 최대 10명, 식당·카페·유흥시설·노래방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시설 13종 영업시간은 자정까지로 제한돼 있다. 거리 두기가 사라지면 인원과 시간제한 없이 영업이 가능하다. 행사·집회·비정규공연·스포츠 대회·축제 등도 관계부처 승인 없이 인원 제한이 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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