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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리디광공’의 힘…웹툰·웹소설 유니콘 리디, 매출 2000억 돌파

중앙일보

입력

리디는 지난달 사명을 '리디북스'에서 '리디'로 바꿨다. 이젠 전자책 기업이 아닌 웹툰·웹소설·도서 플랫폼. 사진 리디

리디는 지난달 사명을 '리디북스'에서 '리디'로 바꿨다. 이젠 전자책 기업이 아닌 웹툰·웹소설·도서 플랫폼. 사진 리디

웹툰·웹소설 유니콘 리디가 지난 13일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2008년 1세대 전자책(e북) 회사로 시작해 웹툰·웹소설 플랫폼으로 변모한 리디의 사업·매출·비용구조를 요목조목 뜯어봤다.

무슨 일이야

리디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038억원, 영업손실 19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1% 성장한 역대 최대치. 2020년 ‘첫 흑자(26억원)’를 봤던 영업이익은 도로 마이너스가 됐지만 회사는 “글로벌 진출, 지식재산권(IP) 확보 등 장기적 성장을 위한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했다.

리디는 지난 2월 싱가포르투자청·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200억원 규모 시리즈F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 6000억원을 평가받았다. 국내 콘텐트 플랫폼 스타트업 중 첫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이다. 전자책 회사에서 탈피해 2017년 웹소설, 2019년 웹툰 사업에 진출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2021년 리디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21년 리디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돈 어떻게 벌었어?

K로켓 올라타기: 리디는 지난달 ‘리디북스’에서 ‘리디’로 사명을 바꿨다. 이용자 증가가 더딘 도서 대신 기세를 타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웹툰·웹소설로 주력 사업을 완전 전환했단 의미. 리디 매출은 지난 4년 동안 전년 대비 30~40%씩 뛰었다.

숫자를 볼까: 지난해 매출의 99.2%가 콘텐트 판매(2021억원)에서 나왔다. 웹툰, 웹소설, 도서 등 콘텐트 26만종과 도서 정기구독 ‘리디셀렉트’ 매출의 합이다. 나머지 0.8%는 전자책 단말기 ‘리디페이퍼’ 매출(17억원).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리디 앱 월 평균 이용자(MAU)는 122만명이었다. 지난달엔 144만명으로 야금야금 느는 중.

네·카랑 비교하면: 지난해 12월 리디의 일거래액은 최고 21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하루 리디 이용자 1명당 평균 5000원을 결제했다. 분기 거래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4분기 카카오웹툰(1925억원)과 맞먹는다. 월 거래액으로 환산하면 일본 1위 카카오 픽코마(776억원)나 100개국에서 서비스하는 네이버웹툰(1000억원)보다 100억~300억원 적지만, 리디 매출은 95%가 국내에서 나온다. 100만명대 이용자가 내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높은 구매 전환율. 네이버웹툰 MAU는 8200만명이다.

리디는 어디서 벌어 어디에 썼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리디는 어디서 벌어 어디에 썼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구매 전환 비결은?

2030 여성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장르를 키웠다.
여성향 공략: 리디의 주력 장르는 여성향 로맨스·판타지·BL(Boy's Love·남성 동성애).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리디 이용자는 여성이 82%로 압도적이다. 특히 20대 여성이 46%, 30대 여성이 14%로 많다. ‘상수리나무 아래(로맨스)’, ‘시맨틱 에러(BL)’, ‘참아주세요, 대공(로맨스)’ 등 인기 IP를 속속 배출하며 이용자 확대.

양지로 나온 BL: 괜히 ‘리디광공(리디 BL 콘텐트에 자주 등장하는 집착형 주인공)’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니다. BL은 리디의 입지를 굳히는 데 톡톡히 한몫 했다. 지난 2월 왓챠가 드라마화한 ‘시맨틱 에러’의 원작 웹소설은 드라마 첫날 거래액이 전주 최저 일거래액 대비 916% 뛰었다. 웹툰은 드라마 공개 후 주간 거래액이 전달 동기 대비 312% 올랐다. 드라마도 7주간 왓챠 1위에 머물며 “가장 성공한 왓챠 오리지널(왓챠 관계자)”로 자리매김.

웹소설, 웹툰, 드라마로 만들어진 인기 BL '시맨틱 에러'. 사진 리디, 왓챠

웹소설, 웹툰, 드라마로 만들어진 인기 BL '시맨틱 에러'. 사진 리디, 왓챠

그럼 왜 적자였나?

리디가 지난해 쓴 영업비용은 2230억원. 주요 지출분야는 ①지급수수료(72%) ②급여(11%) ③광고선전비(9%)였다. 리디는 “성장 비용”이라고 말한다.

 잘나갈 IP 줍줍: 1603억원을 쓴 지급수수료는 작가와 출판사한테 주는 돈. 전년도엔 1218억원이었으니, 확보한 IP가 늘었다는 뜻. 웹툰·웹소설 사업이 흑자를 내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수다. 대규모 거래액을 만들려면 간판 IP를 여럿 발굴해야 하고, 동시에 영화·드라마·게임·캐릭터 상품 등으로 확장시킬 역량도 갖춰야 한다. 2012년 수익화를 시작한 네이버웹툰도 지난해 3분기에서야 흑자를 달성했다. 그 전까진 시장 확대에만 집중했다.

직원·마케팅 쑥쑥: 전년 대비 급여는 117억원→236억원으로, 광고선전비는 28억원→193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리디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200명이었던 직원이 지금은 400명”이라며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인력 충원,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 등 적극적인 마케팅 지출이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걸린 리디 대표작 '상수리나무 아래' 광고. 사진 리디

올해 1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걸린 리디 대표작 '상수리나무 아래' 광고. 사진 리디

리디는 이제 어디로?

Go Global: 2020년 175개국에 출시한 웹툰 플랫폼 ‘만타’를 통해 글로벌 웹툰 플랫폼에 도전한다. 만타는 지난해 북미 누적 다운로드 300만건을 기록했다.

IP 다각화: IP 확장에도 시동을 걸었다. 리디 자회사 ‘오렌지디’가 웹소설의 웹툰화, 드라마화, OST 발매 등을 기획한다. 현재 ‘신입사원(BL)’, ‘어쩌다가 전원일기(로맨스)’ 등 여섯 작품이 영화·드라마화에 착수. CJ ENM과는 지난해 웹소설 영상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21년 리디 주요 자회사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21년 리디 주요 자회사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선택과 집중: 도서 기반 서비스는 힘을 빼는 중. 리디셀렉트는 월 9900원에서 월 4900원으로 가격을 내리면서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던 ‘아티클’을 종료했다. 저자 섭외에 들이는 품에 비해 모객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라고.

테크는 과제: 한편 리디의 앱 사용 환경은 네이버·카카오 등 다른 웹툰 플랫폼에 비해 매끄럽지 못하다. 다음 화로 넘어갈 때 다운로드 대기 시간이 발생하고, 작품 검색 최적화도 덜 돼있는 식. 리디 관계자는 “CTO 영입을 준비 중이고, 진행 중인 공채에서도 개발자 채용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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