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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일 달다" 전국 참외 75% 생산, 성주의 특별한 비밀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농가에서 이영훈씨가 참외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민상 기자

13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농가에서 이영훈씨가 참외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민상 기자

왼쪽에는 가야산, 오른쪽에는 금오산이 보이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참외 농가는 요즘 수확이 한창이다. 참외는 바닥에서 자라는 박과(科) 덩굴 식물이라 농가 일을 하다 보면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간다. 팔리기 어려운 모양을 가진 참외는 손으로 일찍 떼어내야 하고 인공 수정을 위해 분무기로 꽃가루를 일일이 뿌리기도 한다. 그나마 꿀벌을 이용해 수정을 시키면 일을 덜 수 있다. 비닐하우스 37개동을 운영하는 이영훈(42)씨는 “꿀벌 없이는 모두 관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입 포도와 바나나 제치고 판매 1위

13일 오후 초전농협 농산물 유통센터장에는 참외 경매가 진행됐다. 참외 31~40개가 들어 있는 한 상자가 최저 7만2000원에서 최고 9만6000원에 낙찰됐다. 이종윤 초전농협 농산물유통센터장은 “이번 주 전국 마트에서 참외 수요가 많아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 성주는 전국 참외 75%를 생산한다. 낙동강을 낀 습기 많은 토양과 따뜻한 기후, 금오산과 가야산이 양쪽에서 태풍과 바람을 막아줘 참외 생산에 적합하다. 설에 시작되는 참외 경매는 추석까지 이어진다. 초전농협 유통센터장에서 1년간 거래되는 참외는 약 700억원 규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센터장 내부에는 대형마트에 납품하기 위한 당도 검사기와 자동 포장 기기가 붙어 있다. 참외는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레이저를 이용한 당도 검사를 받는다. 당도가 12 브릭스 이하면 기계가 자동으로 참외를 밖으로 빼낸다. 참외 크기가 너무 크거나 작아도 출시 제품에서 탈락된다. 참외는 당도와 아삭함이 적절히 조합을 이뤄야 상품 가치가 높은데 너무 큰 참외는 아삭하지만 당도가 덜한 단점이 있다. 아열대 지역이 원산지인 참외는 수확 이후 가장 빨리 먹는 게 좋다.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면 씨가 갈색으로 변하거나 과일 표면이 움푹 팬다.

이마트는 14일부터 전국 매장에서 참외 페스티벌을 열고 가격을 30% 낮춰 판매한다. 예년에는 참외가 제일 먼저 수확되는 2~3월도 행사 시기로 정했지만 올해는 맛이 가장 좋고 당도가 높은 시기로만 정했다. 대형마트 할인 행사로 참외는 수입 포도나 바나나를 제치고 4~5월이면 수년째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해 왔다.

직거래는 물론 재배 방법도 공유

참외는 원래 4∼5월 노지에 씨를 뿌려 7∼8월에 수확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과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닐하우스 내 자동 시설에서 재배하다 보니 대규모 수확 시기가 4~5월로 앞당겨졌다. 이종윤 센터장은 “노지에서 기르는 참외는 초등학생 시절 이후에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참외 공급과 높은 당도를 지키기 위해 대형마트는 농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직거래와 대량 매입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좋은 품질을 지키기 위해 농약·비료·퇴비·수질과 관련된 재배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외국인 노동자 수급 문제, 꽃가루 받이를 도와주는 꿀벌 개체 수 감소가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이진표 이마트 참외 바이어는 “단순히 우수 농가와 농산물을 일방적으로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맛과 품질에 대해 농가와 소통하고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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